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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벤토탐방] 동양3국 보양식 '우나기 벤토'

"벤토를 알면 문화가 보이고 문화를 알면 일본이 보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기자  2017.02.15 09: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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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나기(민물장어)'는 한중일 삼국이 전통 보양식으로 꼽는 음식이다. 고단백에 소화력이 뛰어나 허약한 원기를 회복시켜 주는 식품으로 유명하다.

일본은 8C 나라(奈良)시대 '만요슈(万葉集)'에 기록이 나오는 것으로 미뤄 장구한 식용역사를 짐작케 한다. 가장 보편적인 우나기 요리는 '카바야키(蒲焼)'로, 장어같이 긴 생선의 뼈를 발라 초벌구이 후 다시 타레를 입혀 굽는다. 

이 요리는 에도시대 개막과 함께 역사에 나타난다. '토쿠가와(徳川)' 막부가 수도를 에도(토쿄)로 정하고 대대적인 간척사업을 시작하자 토쿄만 주변에 많은 습지가 생긴다. 졸지에 천연적 우나기 서식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처음에는 노동자들이 즐기던 단출한 꼬치구이 형태였다. 가격도 메밀국수 수준으로 저렴했다. 때맞춰 간장이라는 식재료가 개발되자 카바야키는 곧 고급요리 반열에 오른다. 

우나기 요리는 '쥬바코(重箱)'라는 찬합과 유사한 용기에 담겨 나온다. 우나기 벤토를 '우나쥬'로 부르는 이유다. '쥬'에는 밥과 장어를 겹쳐 쌓아 올린다는 의미도 있다. 

우나기는 민물과 바다를 오가는 회귀성 물고기다. 5~15년간 민물에서 생활하다 산란을 위해 바다로 나간다. 번식지는 태평양 서마리아나 해구로 알려져 있고 서식지는 일본·중국·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이다. 

먼 바다에서 부화된 치어는 대만을 거쳐 한중일 연안으로 회귀한다. 아직 산란지와 서식지 간 이동경로 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는 신비한 야생어종이다. 

우나기는 일본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주요한 식자원이다. 일본인치고 우나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예로부터 우나기는 우메보시와 함께 먹으면 안 된다는 속설이 있는데, 얼핏 음식궁합이 안 맞으니 동시에 먹지 말라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현대의학의 분석에 따르면 두 음식 사이에 특별한 상충요인이 없다고 한다. 귀한 두 가지 음식을 한 번에 먹는 것은 낭비이니 경계하라는 의미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그들은 지금도 우나기를 먹을 때 무엇이 그리 감사한지 연방 고개를 끄덕인다. 

이러한 인기 식재료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양식이 필수인데 현재로서는 완전 양식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산란과 부화를 인공적으로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어렵게 부화에 성공해도 성어를 만드는 데 막대한 비용이 소요돼 상업적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현재기술로는 치어를 포획해 양식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다. 문제는 연안으로 회귀하는 치어의 개체수가 매해 감소하고 있다는 것. 

치어는 최근 수년간 부르는 게 값일 만큼 가격이 치솟았다. 지난해 기준 일본 내 거래가격이 ㎏당 200~300만엔(2~3000만원)이다. 1㎏이 대략 5000개체이므로 1마리당 600엔에 가깝다. 

여기에 성어(200g 내외)를 만들기까지 최소 1000엔 이상이 들어간다. 먹이가 까다롭고 양식장 시설비와 광열비 등 부대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6월 IUCN(국제자연보호연합)는 우나기를 야생 절멸위기종으로 지정한다. 포획과 무역이 제한되고 감시를 받는 것이다. 이에 동아시아 4국은 그 해 9월, 부랴부랴 치어포획량을 자율규제하는 '양식동맹조직(ASEA)'을 발족하기에 이른다.

일본은 우나기 최대 소비국으로, 2000년대 초반에는 연간 15만톤 이상을 소비했다. 근년 들어 치어 포획량이 감소하고 국제기구 감시가 강화되며 한 때 4만톤 이하로 떨어졌으나 2015년부터 다시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다. 

연간 5만여톤에 달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상당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그동안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이 자국수요 증가로 물량을 줄이자 최근에는 대만산도 들어오고 있다. 

일본을 여행할 때 어디 싸고 맛있는 우나쥬가 없을까 고민하는 분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 '맛있고 싸고 빠르게'를 모토로 100년 이상 덮밥류만 파는 체인식당 '요시노야(吉野家)'다. 도심지역라면 반경 1~2㎞ 내 어딘가에 체인점이 있을 것이다. 

이곳에는 1마리분량 보통부터 곱빼기, 나아가 3곱빼기까지 있다. 가격도 수용 가능한 수준일 것이다. 

혼자 들어가도 부담 없도록 카운터식 좌석 구조로 돼 있다. 물론 벤토로도 포장된다. 

국물로 '키모스이(肝吸い)'라는 맑은 내장스프가 따라 붙는데, 내키지 않으면 '미소시루(된장국)'로 바꿀 수 있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