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가 효과적인 방역대책을 내놓지 못한 가운데 13일 하루 새 충북 보은에서 구제역 확진농장 3곳이 추가 발생해 전국적으로는 9곳으로 늘어 정부의 안일함이 지탄받고 있다.
이달 5일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 젖소농장에서 올겨울 첫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역학관계에 있는 농장까지 합쳐 지금까지 살처분한 소는 20개 농장에 △젖소 428마리 △한우 756마리 △육우 29마리 등 총 1213마리에 달한다.
◆중화항체 양성률 '저조' 검증 안된 O+A형 백신
보은 마로면과 탄부면 일대는 101개 농가가 소 9100여마리와 돼지 3400여마리를 사육하는 이 지역 최대 축산 밀집단지다.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갈수록 350만 마리의 소, 돼지를 살처분한 2010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특히나 구제역이 전염 속도가 빠른 돼지로 번질 때 위험은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는 지난 12일까지 도내 소 사육농가 전체를 대상으로 구제역 백신 접종을 마친 만큼 이들 소에 항체가 형성되는 1주일간이 최대 고비다.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항체 형성률이 100%인 농장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했기 때문인데 실제 보은의 여섯 번째 구제역 발생 농장에 대한 항체검사결과 A형 항체가 100% 형성, O형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A형 항체는 감염에 의해서도 형성되는 O형 항체와 달리 백신접종으로만 생성되므로 해당 소들은 백신을 맞고도 구제역에 걸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백신 효능은 구제역 바이러스를 막는 유일한 항체인 '중화항체'를 통해 판단하며, 국가출하승인검정이 이를 기반 삼아 이뤄지나 긴급백신으로 투입되는 O+A형 백신에 대한 효력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간 2015년에 사용됐던 긴급백신에 대해서만 한 차례 현장적용실험이 실시됐고 중화항체 양성률이 33~53%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긴급백신에 대한 정확한 검증이 요구돼왔다.
이에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단기적으로는 소에 대한 중화항체 모니터링, 장기적으로는 실험을 통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효과적인 백신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백신 효능과 관련해서 농식품부는 "구제역 세계표준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접종 중인 백신이 국내 발생 바이러스에 대해 적합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백신 국산화 시급…완공시점 2020년 전후
사상 처음으로 'O형' 'A형' 두 가지 유형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동시 발생하고 백신 재고량이 충분치 않을뿐더러 긴급수입에도 차질이 빚어지자 백신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1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구제역 확산 여파로 백신 긴급수입이 추진되는 상황과 관련해 국산 백신 확보를 위한 제조시설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다만 제조 공장 완공 시점은 2020년 전후라는 예측이 나오는 등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구제역 백신의 연간 소요량은 O+A형이 700만마리분, O형이 3200만마리분이나 현재 재고는 O+A형이 99만마리분, O형이 830만마리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이미 전국 소 283만마리에 백신을 일제 접종하면서 A형이 발생한 연천, 인근 지역의 소 19만마리에 O+A형 백신을 놨고 보은·정읍·연천의 돼지 43만마리에는 O형 백신을 긴급 접종했다.
정부는 사전에 계약한 백신을 앞당겨 들여오고 해외 A형 백신의 적합성 분석 후 수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달 말까지는 '백신 공백' 상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