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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상속과 대습상속 미묘한 차이

송재성 안심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기자  2017.02.14 15: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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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고대부터 있었던 분쟁 중 하나가 재산상속이다. 재산상속은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복잡한 상관관계를 가짐에 따라 자산뿐 아니라 채무를 상속할 것인지 상속포기할 것인지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필자는 대법원 판결과 실제 사건이 사실관계가 전혀 다름에도 묘하게 연결이 되는 것을 발견하고 흥미로움을 느꼈다.

얼마 전 선고된 대법원 2014다39824 판결에서 A는 배우자가 수많은 빚을 남겨둔 채 사망하자 자녀들과 함께 모두 상속을 포기했다.

이후 시어머니가 남편의 서울보증보험에 대한 구상금 채무를 단독으로 상속받게 됐는데, 몇년 후 시어머니마저 사망하면서 서울보증보험에 대한 남편의 구상금 채무가 고스란히 A에게 대습상속됐고, A는 상속포기 기간 내에 대습상속을 포기하지 않아 분쟁이 생겼다. 이후 서울보증보험은 A를 상대로 상속받은 구상금 채무를 지급하라는 내용의 소를 제기했다.
 
1심 법원에서는 서울보증보험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 법원에서는 전문지식이 없는 A에게 B로부터의 상속을 포기한 후 재차 C로부터의 대습상속을 포기할 것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A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배우자로 부터 상속포기를 이유로 그 이후에 발생한 대습상속에 대한 포기 효력까지 인정한다면 상속포기제도가 잠탈될 우려가 있다며, 2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했다.

한 개인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한 상황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신고와 같은 형식을 중요시해 법적안정성을 보호해야 하는 가족법의 특성상 상속을 포기했다고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대습상속까지 자동 포기한 것으로 볼 수는 없기에 대법원의 판결은 타당한 판단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이러한 결정이 타당하다고 생각이 드는 또 다른 사례도 있다. 필자를 찾은 K의 경우 역시 빚이 있는 상태에서 배우자가 사망하면서 자녀와 함께 상속포기를 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자산가인 시아버지가 사망하기 직전 자신의 재산을 전부 큰아들에게 증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K는 맏이라는 이유로 아주버님 내외가 모두 증여받은 재산에 관해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에 문의하면서 또다시 상속에 대한 복잡한 셈법을 고민하게 됐다.

필자는 상속과 대습상속이 전혀 별개의 권리로서 각기 행사돼야 한다는 대법원의 태도에 미뤄 K는 배우자로부터의 상속을 포기했다고 할지라도 시아버지의 사망이라는 새로운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대습상속권은 별개의 권리로 그대로 행사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소외된 상속인의 최소한의 생활보장이라는 유류분반환청구의 본래의 입법취지에 따라 대습상속을 받아야 하는 K도 유류분의 반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대사회는 피상속인, 상속인, 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등의 권리와 생활보장에 관한 고찰 끝에 상속과 대습상속이라는 관련이 있지만 전혀 다른 매락에서 고민해야 할 법적인 장치들에 대해서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말하고 싶다.

법은 아는 만큼 보이고, 모른다고 해서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송재성 안심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