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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팽팽해지는 무역규제, 정부 차원 대처 필요

전혜인 기자 기자  2017.02.14 15: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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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트럼프 정부의 변칙적이고 극단적인 통상정책에는 법적 대응보다 외교적 대응이 더 효율적이다."

이달 3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재로 개최한 '주요국 보호무역조치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이정운 포스코아메리카 변호사는 "미국의 통상정책에 대한 외교적 대응은 기업과 정부가 함께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 현재 미국의 반덤핑 조사 건수로는 중국에 이어 2위, 상계조사 건수로는 중국·인도 다음 3위에 올라있다. 대(對) 중국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갈등이 본격화된 뒤부터 한국에 부과된 수입규제는 총 13건에 달한다.

특히 이 규제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에 부과되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된다. 보호무역주의의 확대는 트럼프 행정부가 급작스럽게 시작한 일이 아니다. 충분히 오래 전부터 조짐이 있었다.

철강업계에 공급과잉 문제가 가장 극에 달했던 지난해 7월,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열연·냉연강판에 최대 60% 남짓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매긴 바 있다.

당시 업계는 미국 국제무역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WTO 제소는 준비만 하는 중이다. 섣불리 반발했다가 지금도 여전히 반덤핑 제소된 제품들이 많아 오히려 역풍을 맞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미국은 하루하루 새로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미국 내 건설되는 모든 송유관을 자국산 철강재로만 사용하라는 행정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글로벌 불황에서 그나마 대규모 공사를 통해 미국 수요 확대를 기대했던 한국 업체들에게는 설상가상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의 대응책은 지지부진하다.

이에 비해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나서 미국의 공격에 맞서 대응책을 펴고 있다. 아베 총리는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를 만나기 위해 미국을 직접 방문했으며, 지난 10일에는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의 통상무역에 대한 새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최근 미국의 불합리한 국경세 정책에 WTO를 통해 제재를 가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탄핵 정국으로 통상 대응에 한계가 있는 상황임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업계에 '과잉공급이니 생산설비를 감축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정부의 대응 정책은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한국철강협회가 인도와의 통상협력을 강화한다는 의미로 '제1차 한-인도 철강협력회의'를 개최하는 등 민간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으나 정부 차원에서 나서는 타국과 비교한다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보호무역주의의 파도는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서로 경쟁하듯이 수위를 높이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철강 수출량은 떨어지고 수입량은 늘어나면서 업계 내에서도 수입 철강재를 규제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내수 기반이 약한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은 수출뿐이다.

'약육강식'의 세계인 무역시장에서 기업이 경쟁력을 갖는 것은 기업 하나가 힘을 내는 정도로는 불가능하다. 특히 기간산업인 철강산업은 더욱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