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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탈 쓴 '쾌락재' 마케팅 아트, 왜?

불경기 속 마케팅 기법 새 방점…디자인 콜라보보다 프로모션 효과적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2.14 12: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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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미술전시회'를 활용한 마케팅이 시도되면서 유통기법으로 본격적인 저변 확대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인다.

가방브랜드 루이까또즈는 12일까지 강남에 위치한 '플랫폼-엘'에서 올해의 봄·여름 컬렉션 쇼케이스 '미래의 빛'을 진행했다.

핸드백과 스카프, 선글라스 등 100종 이상의 제품을 선보이는 대대적인 규모 자체는 특별한 게 아니지만, 미래의 빛이라는 키워드를 택해 현대 프랑스 예술의 중심인 '모던 프렌치' 요소를 담는 전시회 기법을 활용한 점이 이색적이다. 루이까또즈는 미래의 빛을 표현하기 위해 각 테마마다 흙과 강철, 거울 등을 배치해 태초의 환경을 선보였다. 

가방이 미술과 손을 잡은 예는 지난해 3월에도 있었다. 프랑스 가방 리뽀가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컬러 유어 라이프(COLOR YOUR LIFE)-색, 다른 공간 이야기'전과 협업해 체험 마케팅 등을 꾸려 여심을 유혹했다.

'가방과 프랑스 미술'이 친하다고만 한정해 말할 것도 아니다. 작년 10월 서울옥션의 자회사인 서울옥션블루는 모던 럭셔리 스토어 '분더샵 청담'과 'Design #1: Touch of Living'전을 개최했다.

이 전시에서는 국내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35점의 디자인 가구와 미술 작품, 명품 등을 함께 내세워 '미적 가치가 부여된 일상의 공간'이라는 평을 얻으며 성공을 거뒀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소비절벽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높지만 상대적으로 고가품 시장은 숨통이 틘 상황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국내 백화점 매출 중 해외 유명 브랜드 비중은 13.6%로 2012년 집계 시작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출 증가율은 8.94%로 이전 최고치였던 2013년의 4.38%의 두 배가 넘는다. 이에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3대 고가 브랜드 업체는 지난해와 올해 제품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다만, 최고급 명품과 그 아래의 포지션을 가진 회사나 브랜드 간에 전략차가 있을 수 있다. 이미 중국과 일본 등에서는 명품에서도 소비 절벽 현상이 같이 나타나면서, 한국의 유난한 과시욕과 명품 선호 현상만 믿기는 불안하다.

그런 점에서 가격 할인 전략을 택하기 부담스러운 만큼, 고급 이미지 차용을 시도할 새 필요성이 높다는 풀이가 나온다.

콜라보레이션 혹은 테크아트 성공에서 갈라진 개념

그렇다면 왜 굳이 전시회와의 접목일까? 과거부터 디자인에 미술 등 명품 이미지를 입혀 고급화를 시도한 전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OO아티스트 한정판' 혹은 '△△디자인 콜라보레이션' 등 이름이 붙은 사례가 있었던 것.

명품 디자인 브랜드 루이비통이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에 열을 올린 바 있고, 이런 기법을 따라 다양한 업체와 업종에서 유사 마케팅이 이뤄졌다. 국내에서도 예를 들어 두통약 펜잘이 명화 디자인을 포장에 차용하고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프라다'를 내놓은 바 있다. 

이는 콜라보레이션으로도 부르고, 일명 테카르트(Tech+Art) 마케팅이라고 설명하는 마케팅 연구자들도 있다.

어디선가 한 번 본 것 같은 익숙함을 앞세워 시선을 당기고,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디자인 콘텐츠 자체의 인지도다. 적어도 디자인 원작자의 이름 또는 작품 등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는 알려져있을 것을 요한다. 아울러 직접적으로 그 디자인을 제품 이미지에 합쳐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현재 시도되는 전시회 마케팅은 함께 공간을 활용하고 이미지 후광효과는 보려 하지만 적극적인 콜라보레이션까지는 가지 않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페리앙의 '생활의 예술(L’art de vivre)' 차용 '쾌락재'의 마법

앞서 설명했듯 명품에도 부동의 1위 집단과 그 아래 인지도 브랜드군이 존재하고, 고가품에서도 대단히 세속적인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와 소수의 고객에게만 알려진 제품이 별도로 존재한다. 후자는 명품 중에서도 사치재라기보다 일종의 '쾌락재'로 정의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대비를 할 때 후자에 해당하는 제품들은 마냥 고가 전략을 사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 단순 소비재나 대중 전자제품에서 콜라보레이션 기법(테크아트)을 차용하는 것은 재미를 볼 수 있는 부수적 게임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출과 위험 부담이 큰 시도를 선뜻 하기 어려운 가운데서도 고급화 노선을 벗어날 수 없는, 소비 쾌락을 주로 공략해 먹고 사는 제품군으로는 일명 '가성비(투입 비용 대비 효용성)'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대대적인 콜라보레이션 등으로 승부를 내는 대신 아트마케팅의 새 장르에 눈을 돌리게 된다는 것.

아트마케팅을 직접 진행할 것인가, 프로모션이라는 광범위한 이미지 전략으로 가져갈 것인가를 논의할 때 유의미한 분석이 국내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2012년에 나온 김소현씨의 '아트마케팅이 소비자태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실용재와 쾌락재의 비교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이 2012년 논문에서는 아트마케팅을 제품 측면과 프로모션 측면에 활용한 타입별로 소비자의 태도 인지, 감정, 행동의 3요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해냈다. 이에 따르면 실용재에서는 아트마케팅을 활용하면 소비자의 인지, 감정, 행동 3요소에 모두 큰 긍정적 요인이 발생한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쾌락재의 경우, 아트마케팅을 활용하는 경우 인지도 제고에는 플러스효과가 나타나나, 감정과 행동 즉 실제 구매력 상승 요소에서는 그런 영향이 없다는 것이 이 논문의 자료 분석 결과다.

쾌락재는 원래 즐거움을 얻고 감각적 욕구를 충족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예술적 기능이라는 감정이 제품에 주입돼도 일반재에 새롭게 예술성이 가미됐을 때보다는 소비자 태도에 영향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

이에 김씨는 "루이비통의 아트마케팅 등이 효과를 거두는 것은 루이비통 자체의 브랜드 파워와 언론과 소비자의 관심이 합쳐진 것"으로까지 해석했다. 이 시각으로는 디자인에 비싼 돈을 주고 한정판 제품을 내놓는 것은 가성비 면에서 비효율적이다.

다만, 이 논문은 '제품 측면'의 아트마케팅보다 '프로모션' 측면의 아트마케팅이 소비자 대토데 더욱 정(+)의 영향을 미친다고 부연했다. 결국 회사와 제품의 인지도 등을 감안할 때 제품에 직접 아트 이미지를 입히는 홍보를 대대적으로 펼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전시회 등 프로모션을 통해 따로 또 같이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점이 마케팅 영역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전시회+상품'이라는 방식은 앞으로도 꾸준히 그 활용도를 넓힐 것이라는 전망을 낳는다.

생활에 파고든 예술 등의 명목으로 프로모션 스타일을 입히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숨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