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시중은행 노사의 수장들이 줄줄이 정해지면서 해를 넘긴 은행권의 임금단체협상(임단협)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해 말로 예정됐던 은행권 임단협 교섭은 노조 측의 새 집행부 구성을 앞뒀다는 이유로 중단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법원이 노조 손을 들어주면서 사실상 중단된 금융당국의 성과연봉제 도입도 임단협 자리에서 논의될지 이목이 쏠린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지난해 말 은행권 노조 측의 새 집행부가 꾸려진 데 이어 올해 초 사측의 은행장과 임직원 인사도 마무리된 만큼 다음 달까지 임단협을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금융노조는 허권 NH농협은행 노조위원장을 새 금융노조 위원장으로 선출했고 KB국민은행, 우리은행(000030)도 새 위원장 선거를 마쳤다. 또한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17일 기존 외환·하나 노조를 해산하고 통합 노조를 출범시켰다.
사측도 새로운 협상단을 꾸릴 준비를 마쳤다. 먼저 신한지주(055550)가 차기 회장으로 조용병 신한은행장을 내정한 데 이어 차기 은행장으로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을 내정했다. 또한 IBK기업은행(024110)과 우리은행은 각각 김도진, 이광구 행장을 선임했다.
이와 함께 금융노조는 공공기관에 이어 시중은행 각 지부에도 임금 관련 교섭권을 부여했다.
지부별 교섭권은 앞서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금융노조가 지부에서 개별협상을 벌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교섭권을 회수한 바 있다. 그러나 해를 넘긴 임단협이 성과연봉제 도입 갈등으로 지체되고 있어 각 시중은행 지부의 교섭권을 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교섭권 부여에 따라 각 지부들은 대각선 교섭으로 임단협을 진행하는 모양새다. 대각선 교섭은 각 지부가 노조에 교섭을 요청하면 노조 위원장과 교섭대표단이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교섭이 승인되면 지부와 대표단이 함께 교섭위원을 선정, 해당 사측과 교섭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대각선 교섭은 지난달 18일 전북은행(006350)지부가 요청해 진행된 데 이어 지방은행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공기업의 임금단일협상이 지난해 합의된 데 이어 연초부터는 전북·경남·부산·대구은행 등 지방은행 중심으로 대각선 교섭 협상이 연이어 타결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동안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깊은 갈등으로 수개월간 협상 테이블에 얼굴조차 마주하지 못했던 시중은행의 경우 지부별 개별 교섭을 진행하지만 본조인 금융노조와 함께 논의하는 조건으로 임단협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금융노조는 임금교섭 재개 방안을 사측에 전달, 사측도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성과연봉제 등 노사 대립이 첨예한 사안은 이번 임단협 안건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성과연봉제 안건이 포함되면 협상 결렬이 사실상 불가피한데 사측에서도 임금 동결을 의미하는 교섭결렬을 택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성과연봉제 등 임금체계 개편안은 합의 금지사항이라고 못 박아 놓은 상황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현재 임금협상 교섭이 각 지부별로 진행되고 있다"며 "각 지부는 물론 사측과 공조를 통해 차질 없는 임금협상 타결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