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단지 가만히 있을 뿐인데 괜히 공허한 마음이 든다. 입이 심심해 주변을 둘러보는 자신을 발견한다. 먹는 게 곧 쉬는 것이자 낙(樂). 필자를 포함해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우리 혀끝을 즐겁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들을 이유여하 막론하고 집중탐구해본다.
다섯 손가락을 오므렸다가 편다. 빠른 속도로 반복하며 외친다. "만두~만두만두만두" "15" "5" "만두" 마치 제로 게임처럼 만두 혹은 5의 배수 몇 번과 사람들의 탄식, 환호가 들린 후에는 정해진다. 누가 술잔을 비워야 할지.
집에서 술을 마시는 이른바 '홈술'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간편하게 조리 가능한 만두(饅頭)가 술안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은 사실 술 게임 만두와 마찬가지로 본 내용과는 무관하다. 그저 두서없이 언급해봤다.
이번에는 가지각색의 모양과 맛으로 무장한 따끈따끈한 만두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남만인의 머리 '만두' 제갈공명 일화는 허구?
한국 속담에 '떡 먹자는 송편이요, 소 먹자는 만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만두는 껍질이 얇고 소가 많이 들어가야 맛있다.

중국에서는 소를 넣지 않고 찐 떡을 만두 또는 포자(包子), 소를 넣은 것은 교자(餃子)라고 부른다. 본래 만두는 중국 음식으로 한나라 때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소설 '삼국지통속연의'에 따른 만두의 유래다. 촉나라 때 제갈공명은 남쪽 오랑캐 즉, 남만(南蠻)을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노수라는 강가에서 심한 파도와 바람을 만나 발이 묶이고 말았다.
이때 한 부하가 남만의 풍습에 따라 사람 머리 마흔아홉 개로 물귀신에게 제사를 올리자고 진언했다. 제갈공명은 생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며 양고기를 밀가루로 싸고 만인의 머리처럼 그려서 제사를 지내라는 꾀를 냈고 이후 풍파가 가라앉아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었다.
명대의 '망수유고(亡修類稿)'에서는 본래 만인(蠻人)의 머리를 본뜬 것이어서 만두(蠻頭)라 했으나 후에 만(蠻)과 만(饅)의 음이 같아서 만두(饅頭)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역사책 삼국지에는 언급되지 않은 일화다. 삼국지가 나오기 전 송나라 때 '사물기원(事物紀原)'이라는 책에서 만두는 남쪽 오랑캐 머리를 대신해 만들었다고 한 이야기를 각색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식에서 만두의 기원을 이야기할 때는 고려시대 '쌍화점(雙花店)'이라는 속요가 자주 등장한다. 쌍화(상화)는 밀가루를 발효시켜 소를 넣고 찐 음식이다. 조리법이 중국의 만두와 같다. 만두이나 명칭이 바뀌어 쌍화라는 이름으로 수입된 것으로 추측된다.
쌍화점은 당시 위구르인이 고려에 들어와 만두를 파는 '상화가게'를 열었고 고려 사람들이 즐겨 먹었음을 알 수 있는 노래다.
가사를 풀이하면 '어떤 여인이 만두가게에 만두를 사러 갔는데, 만두가게 주인인 몽골인이 손을 잡더라. 이 소문이 밖에 나돌면 가게의 꼬마 심부름꾼 네가 퍼뜨린 것으로 알겠다. 소문이 나면 다른 여인들도 그 자리에 가겠다고 할 게 아니냐. 거기 잔 곳은 참으로 아늑하고 무성한 곳이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새해 염원을 담아 하늘과 조상께 바치는 '좋은 음식'
중국의 대표적인 광동요리 중 하나인 딤섬(點心·dimsum)은 간단한 점심을 뜻하는 말로 중국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 종류도 만두류부터 스낵류에 이르기까지 수백종에 달한다. 딤섬은 소량씩 대나무찜통에 쪄내는 작은 만두와 미니 요리를 일컫는다. 원래 아침대용이나 점심 이후 출출할 때 가볍게 즐기는 간식거리로 이용되는 간편식 중 하나였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교자가 유명한데, 구운 만두를 교자라고 부른다. 만두는 한·중·일을 넘어 세계적인 음식이다. 그만큼 저마다 특징있는 이색 만두 요리도 많다. 폴란드식 만두 '피에로기'에는 고기, 채소, 해산물부터 산딸기와 블루베리, 자두 등 과일을 넣은 만두도 있다.
파키스탄의 '사모사'는 튀김만두와 비슷하고 감자, 야채, 고기 등이 들어간다. 또 이탈리아 '라비올리'는 소스에 찍어 먹기보다는 '소스에 버무려 먹는다' '소스를 끼얹어 먹는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음식이다.
예로부터 좋은 음식은 하늘과 조상께 먼저 바치고 먹는 것이 기본이었다. 중국에도 설날에 만둣국을 해 먹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중국에는 마제은(馬蹄銀)이라고 하는 말발굽 모양의 은돈이 있는데 정월에 만두를 해당 모양으로 빚어서 만들어 먹었다. 새해에 돈이 두둑하게 들어오라는 염원이 담긴 만두다.
불과 보름 전 무렵인 설날 먹었던 떡국 속 만두의 맛이 벌써 까마득하다. 나이는 더 먹기 싫은데 떡만둣국은 맛있어서 하는 수 없이 두 그릇을 비웠을 때의 그 참담한 심정도 이제 어렴풋하다.
오늘 저녁에는 따뜻한 만둣국으로 쓰린 속을 달래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