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기자 기자 2017.02.11 11:50:20

[프라임경제] 두산인프라코어 일부 굴삭기가 반복적인 고장 등 제품 결함으로 수모를 겪고 있다. '수입 부품 95%를 국산화' '최첨단 연비 향상 기술 적용' 등 다양한 기술 능력을 인정받은 두산인프라코어가 개발한 굴삭기 모델(DX55 시리즈)이 각종 부속품 파손과 잦은 결함,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하자 등으로 빈축을 사고 있는 것이다.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제품 불량 때문에 운행보다는 수리를 맡겨야 할 시간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고, 굴삭기를 구매한 소비자들 중 일부는 '구입 자체를 무효화 해달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에 거주하는 굴삭기 사업자 전남일 씨는 지난해 4월 두산인프라코어의 당시 최신형이었던 DX55시리즈 '55W-5' 모델 굴삭기를 7000만원을 들여 구입했다. 
하지만 이 굴삭기를 구입한지 한 달도 안돼 고장이 시작됐다. △배기통 파손 △부동액 누수 △(앉아서 굴삭기를 움직이는 운전석 부분)탑체의 흔들림 △파킹(주차) 스위치의 느슨함으로 자동눌려버림 △안전레버 파손 등 무수히 많은 고장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처음엔 하나 둘 고장나는 부분이 생겨서 AS센터에 연락했고 고쳐봤죠. 하지만 100% 수리는 없었고, 계속해서 문제들이 더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한 달에 2-3회는 센터에 연락을 해야 했고, 기술자가 방문했지만 '한숨만 쉬면서 보고 가기 일쑤였어요. 그냥 참고 쓰라는 거죠."
전 씨는 수리를 받았던 부분과, 수리를 받았지만 몇 주가 안 돼 똑같은 부분이 다시 고장나는 부분에 대해, 같은 기종을 산 동료 굴삭기 구입자들과 증상을 비교해 본 후 결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결함이라기 보다는 장비의 특성상 하자가 있을 수 있고, 건설장비의 경우 하자는 당연한 증상들이며 최선을 다해 계속 고쳐주겠다"는 입장이다.
수리는 했지만 그때뿐이고 지속적으로 같은 문제들이 발생한다면 기계 자체의 결함이라는 게 전 씨와 그와 함께 같은 두산의 굴삭기를 구매한 이들의 요구다.
"리콜을 해줘야 합니다. 이 제품으로 건설현장에서 일할 수 없어요. 언제 파킹 스위치가 내려와 멈출지 알 수 없고, 조금만 만져도 안전레버가 부러집니다. 운전석이 흔들린다고 하니 의자 밑에 스프링을 떼어 내고 다시 의자를 붙여 놓고 가버렸어요. 7000만원짜리 장비를 이런 식으로 그때그때 땜빵식으로 고쳐주고 있어요."
구매자들의 원성은 끝이 없다. 두산 측은 "구매자들이 장비를 잘못 운전해서 생긴 잦은 하자일 수 있고, 건설장비를 사용하는 구매자들의 개개인적인 불만들을 모두 만족시켜가며 AS를 해줄수 없다"며 "건설장비의 AS는 당연한 수순, 계속 AS를 해주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 없는 날, 고쳐드릴께요"
굴삭기를 동원한 작업의 하루 비용은 8시간 기준 45만~50만원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전 씨는 두산 굴삭기를 구매한 이후 잦은 고장으로 작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 했다. 공사현장으로부터 '건설장비를 미숙하게 운전하는 전 씨를 현장에 투입할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전 씨도 이에 대해선 수긍한다. 자신의 굴삭기가 계속 말썽을 일으켜 작업 진행에 차질을 빚게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운전은 됩니다. 운행도 되긴 합니다. 갑자기 브레이크 스위치가 눌려서 멈춰지는 것을 감안해서 조심조심 천천히 몰고 운전할 수 있어요. 현장에서 작업도 가능합니다. 안전레버가 언제 부러질지 모르니 천천히 살살 파면 됩니다. 탑채가 흔들리니 살살 운전하면 되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작업하는 사람에게 어떤 현장에서 일을 줄까요?" 
구매자들에 따르면, 장비의 하자와 결함이 가져 온 피해를 두산 측은 '나몰라라'는 입장이다. 심지어 AS도 '일이 없는 날에 고쳐주겠다'며 배짱을 부린다.
굴삭기 AS 문의에 대해 두산 서비스센터 및 판매 담당자들은 "일이 있을 때는 일을 하고, 없는 날 AS를 해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료첨가제 삽입여부 구매할 때는 쉿!"
굴삭기 제품의 문제는 또 있다. 전 씨보다 4개월이나 지난 2016년 8월 굴삭기를 구매한 최 아무개 씨는 어느 날 굴삭기 엔진 부분이 고장난 것 같아 AS센터에 수리를 맡겼다. 센터에서는 연료첨가제를 넣어야 하는데 넣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고 짚어줬다.
전 씨는 황당했다. 그가 볼보 굴삭기나 현대중공업 굴삭기를 구입하지 않고, 두산의 굴삭기를 구입한 이유는 바로 두산이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는 DPF라는 기술 때문이었다. 이 기술은 연료 배기통으로 매연이 나가지 않고 연료 찌꺼기를 태우는 방식으로 만든 기술이다.
볼보의 경우는 3년에 한번씩 1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연료 배기통 필터를 청소해야 하는 비용이 들어간다. 두산은 DPF를 개발해 이런 필터 청소가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전 씨가 두산의 굴삭기를 산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구매 당시와는 달리 굴삭기를 사용하다가 배기통 부분에 문제가 생기자, 두산AS센터 측은 "연료첨가제를 500시간에 한 번씩 넣어줘야 고장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료첨가제의 가격은 1만5000원에서 2만원 사이다.
500시간에 한 번씩 평생 넣어줘야 하는 것이 의무적인 것이라면 볼보의 필터 청소 비용과 다를 바가 없는 셈이다. 500시간이면 20일 남짓마다 한번씩 연료첨가제를 넣어줘야 한다. 1년에 18회 가량 연료첨가제를 구매한다면 3년이면 약 90만원에서 100만원의 비용이 사용된다.
◆두산인프라코어만의 독특한 구입방식과 AS 스타일
두산 굴삭기의 하자와 결함 문제가 번번히 발생하면서 구매자들 사이에선 '대기업 횡포' 비난도 나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자사의 굴삭기 제품을 살 때 '꼭 지켜야할 약속'이 있다. 거주지역에서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
굴삭기 구매자 김 씨는 부산광역시에 주소지가 등록돼 있지만, 현재 생활하고 있는 곳은 경기도 광주시다. 김 씨는 굴삭기를 구입하기 위해 이 지역 센터를 찾았지만 '부산에 가서 굴삭기를 사야한다'며 거절당했다.
김 씨는 "어짜피 구입하고 사용할 곳도 경기도인데, 제 주민등록 등본상 거주지가 부산이라고 부산까지 내려가서 굴삭기를 사야 한다는 게 이해가 안간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영업권역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굴삭기를 구매할 때 딜러들과의 가격 조율 문제 등이 생기기 쉬워 가격으로 장난을 치는 영업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이런 규칙을 정해 놓았다"고 덧붙였다.
◆이름만 바뀐 굴삭기 DX55 시리즈 변천사
"두산은 소비자들을 마루타처럼 대합니다. 일단 만들어서 출시하고, 판매해서 고장이나 문제가 어디에 생기는지 소비자들을 통해서 알아냅니다. 그리고 다시 고쳐서 새로운 모델로 출시합니다."
구매자들의 주장이 맞는지 알아봤다. '55W' 모델은 2008년 출시됐다. 이후 1년만인 2009년에 '55W -A'라는 모델이 나왔다. 2년 뒤인 2011년에 모델 이름이 바뀐 '55W -ACE'가 출시됐다.
구매자들은 "결함이나 제품을 사용한 고객들로 인해 알게된 고장 부분이 나오면 그 부분을 고치고 수리하고 바꾸어서 또 다른 이름의 제품을 바로 출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4년에는 '55W -ACE PLUS'가 출시됐다. 이 모델까지는 두산 측이 굴삭기의 엔진을 수입했다.
이후 2016년 1월 전 씨가 구매한 '55W-5' 모델이 출시됐다. 이 모델부터 두산이 자체 개발한 엔진의 주요 부속품이 장착된다. 하지만 많은 하자와 결함이 구매자들로부터 AS센터에 접수됐고 2016년 12월 두산 측은 '55W -5K'라는 신형모델을 다시 출시했다. 공식적인 출시 날짜는 2017년 1월. 
이렇듯 겉모습만 보면 두산은 부지런하게 신모델 출시해왔다. 하지만 구매자들은 이에 대해 분통을 터뜨린다.
"모델 이름만 바뀐거예요. 고장이 잘 나는 부분을 다른 부품으로 고쳐 놓은 게 전부예요.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또 그렇게 살짝 고치고 이름이 바뀐 모델이 나올겁니다."
7000여만원짜리 소형 굴삭기 모델 DX55 시리즈의 '55W-5'는 두산 측이나 구입한 구매자에게나 애물단지가 됐다. 국내 해외 소형 굴삭기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에 확인한 결과 전 씨가 구입한 1년만 판매된 굴삭기 '55W-5'는 전국에 약 300대가 팔렸다.
구매자들은 "고쳐도 고쳐도 계속 고장나는 굴삭기를 리콜을 해달라, 환불 해달라"며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두산 측은 여전히 같은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