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충남 서산 어느 유치원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글쓰기 동기부여 특강을 진행했다. 일찍 도착한 탓에 강의장 뒤편에 앉아 잠시 기다렸다. 내 강의에 앞서 유아 영어 학습에 관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 중이었다. 많은 엄마들이 자신의 아이에 대한 지극한 관심으로 집중하고 있었다.
강단 중앙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아이들의 모습이 비치자 엄마들은 서로 깔깔대며 웃기도 하고 사랑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뒤에서 지켜보는 내 마음이 다 흐뭇할 정도였다. 역시 대한민국 엄마들의 자식을 향한 사랑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벅찬 뭔가가 있는 듯하다.
때마침 쉬는 시간이 돼 강의장 옆 복도에 인형 같은 아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화장실에 가고 물을 마시러 가는 아이들의 소란이 강의장 안쪽까지 생생하게 들렸다. 오리엔테이션 중이었지만 엄마들은 어느새 복도로 관심이 쏠렸다.
자신의 아이를 발견할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는 강사는 익숙한 일이라는 표정으로 별다른 제지 없이 진행을 계속했다. 오직 내 아이만을 향한 관심, 그리고 무한한 사랑. 엄마는 가히 신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위대한 존재다.
어떤 말로 강의를 시작해야 할지 며칠 전부터 준비를 해왔지만, 바로 그 순간 나는 새로운 서두를 마련했다.
"내 아이를 가장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내 입에서 나온 첫 마디였다. 사랑으로 대해주고, 꿈을 키워주고, 대화를 많이 나누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준다는 등 엄마들은 각자의 생각을 말했다. 답변을 하는 엄마들의 진지하게 빛나는 눈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내 아이의 행복이란 말 자체가 가슴에 깊이 닿았기 때문이리라.
"바로 여러분,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들은 최고로 행복합니다."
엄마들의 웅성거림이 잦아들었고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줄 알면서도 마치 한 번도 생각지 못했던 말을 들은 것처럼.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세상 모든 부모는 내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란 표현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닐 터다.
실제로 몸과 마음을 다 바친다. 심지어 목숨까지 바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혹여 아프기라도 하는 날에는 밤새 잠시도 곁을 떠나지 않고 수건에 물을 적셔가며 아이를 돌보기도 한다. 이것이 부모이며, 사랑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란 아이가 만약 내 부모가 나를 키우는 동안 행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과연 어떤 마음이 들까. 지극 정성으로 나를 사랑해주신 부모가 늘 불행했다면, 그 아이는 진심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어린 아이들이 가장 행복한 때는 엄마와 아빠가 진정 행복한 웃음을 보이는 순간이다. 아이들의 무의식에 차곡차곡 저장되는 것은 오직 엄마와 아빠의 표정과 행동 뿐이다.
맛있는 음식과 장난감을 사주고, 놀이공원에 데려다 주고, 좋은 옷을 입혀주는 것은 단지 추억일 뿐 행복의 창고에 저장되지 않는다. 부족할 것 없이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돼 불행해지는 이유는 어린 시절 엄마와 아빠의 행복한 모습이 저장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비단 아이들을 향한 사랑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내 자신의 행복이 먼저다. 내가 행복해야 주변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봉사와 헌신, 희생과 사랑은 나의 행복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것이라야 가치를 더한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지 말고, 지금 당장 자신의 행복을 찾아 매 순간을 살았으면 좋겠다.
이은대 작가 / <내가 글을 쓰는 이유>,<최고다 내 인생>,<아픔공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