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증권사들의 해외진출 시도가 여전히 벽에 가로막혀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증권사 해외법인·사무소는 적자와 폐쇄가 이어졌다. 최근 증권사들은 아시아 다양한 지역으로 본격적인 투자은행(IB) 업무를 확장하고 있다. 초반 홍콩과 중국 위주로 해외진출 교두보를 마련하던 것에서 벗어나 최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장을 노리며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
그러나 이 같은 해외진출의 성과는 아직 부진하다.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합병으로 국내 1위로 올라선 미래에셋대우(006800)는 현재 9개국 11개 해외법인, 3개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오는 3월 합병 전 양사가 각각 운영하던 홍콩 현지법인을 통합할 예정이며 한우성해투자자문과 명승투자자문은 내년 상반기 살림을 합친다. 가장 많은 해외법인을 가진 미래에셋대우지만 이 중 3분의1가량(작년 3분기 기준, 16곳 중 5곳)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홍콩과 미국에서의 성적이 뼈아프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미래에셋대우 뉴욕 현지법인(Daewoo Securities(America) Ltd.)은 53억9200만원, 미래에셋증권도 미국 현지법인(Mirae Asset Wealth Management (USA) Inc.)도 13억2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특히 미래에셋대우 뉴욕 현지법인은 2년 연속, 미래에셋증권 미국 현지법인은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홍콩 법인의 경우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2200만원,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20억7700만원 마이너스 실적이었다.
해외에서 6개 현지 법인, 2개 사무소를 운영 중인 NH투자증권(005940)의 상황도 비슷하다. NH투자증권은 작년 3분기 기준 6개 현지법인 중 △중국 △싱가포르(NHARP) △베트남 △뉴욕 등 네 곳에서 적자를 봤다. 싱가포르와 뉴욕 현지법인은 2014년부터 3년 연속 적자 상태다.
아울러 2015년에는 싱가포르와 런던 현지법인을 철수해 사무소로 전환하고 해당 리소스를 재배분해 홍콩과 인도네시아 등 주요거점 사업영역 확대에 집중했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핵심거점인 홍콩현지법인의 IB 및 GTC(해외채권 중개 Desk)를 중심으로 실적이 늘고 있으며 최근 인도네시아 증자를 통해 영업 확대를 추진 중"이라며 "중국 현지법인은 4분기 흑자 전환됐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베트남 법인 활성화를 이유로 호치민 사무소를 폐쇄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런던 △홍콩 △뉴욕 △싱가포르 △베트남 △북경자문사 등 6개 해외법인과 △동경 △자카르타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또한 같은 기간 런던 현지법인에서 2억8400만원의 순손실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잇따라 출범시키며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지 못했다. 신한금융투자는 현재 △홍콩 △뉴욕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4개 현지법인과 △상해 △호치민 두 곳의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문을 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은 작년 3분기 기준 약 11억, 5억원 순손실, 뉴욕법인은 3년 연속 적자가 계속되며 5억9400만원의 적자를 있었다.
이 같은 해외 현지법인의 실적부진으로 증권사 해외지점 수도 꾸준히 줄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를 참고하면 2011년 말 89개였던 증권사 해외지점은 2012년 말 81개에서 2014년 말 69개로 줄어들었다. 2016년 9월 기준 국내 증권사 해외지점 수는 63개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진출 성과 부진은 해외사업 부진과 차별화 역량 부족 등에 따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증권사들과 비교해 사업 규모가 크지 않고 아직 시장 진출 초기인 만큼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 증권사와 비교해 차별화된 사업모델 등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안성학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과거 연이은 해외진출 실패에 따른 트라우마로 인해 증권사들이 해외진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지만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안 연구원은 "브로커리지 등 전통적 사업모델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협소한 국내 자본시장으로 기업금융 확대가 제한적인 점을 고려할 때 증권사의 해외진출은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글로벌 금융사들이 IB부문을 축소하고 있고 아시아 자산관리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은 좋은 기회"라며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규제 완화 등 금융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