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비장애인과 차별 안돼…장애인체육 인식개선 시급"

[인터뷰] 제4대 대한장애인체육회장 당선인 이명호 이천훈련원 원장

장철호 기자 기자  2017.02.10 17:19:52

기사프린트

오는 23일 취임…예산 확충, 스타 선수 발굴, 마케팅 강화

[프라임경제] 지난달 18일 제4대 대한장애인체육회장에 당선된 이명호(60) 당선인은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차별을 받으면 되는가'라는 질문에 100면 100 그래선 안된다고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체육이 차별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면서 "장애인체육에 대한 인식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본지는 10일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에서 이 당선인과 인터뷰를 가졌다.그는 장애인 선수의 처우개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어울림 체육활성화, 공격적인 홍보 마케팅을 통한 예산 확보, 장애인 스포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각종 지원, 국제심판 및 등급분류사 양성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당선인은 장애인 역도선수 출신으로 1999년 방콕 아시아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에서 동메달을 땄다. 대한장애인체육회 태동 전 전국 최초로 부산광역시장애인체육회를 만들어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이후 대한장애인체육회로 자리를 옮겨 전문체육부장, 생활체육부장, 시설운영부장, 교육훈련부장, 훈련원장 등 전문 요직을 두루 맡았다. 

장애인체육회는 1만5000여명의 엘리트 선수와 40만여명의 생활체육인을 책임지는 조직이다. 연간 예산은 600억원에 달한다. 누구보다 장애인체육을 잘 알고 있는 이명호 당선인은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늦었지만 당선 축하한다. 소감은?

▶먼저 이번 선거에서 저를 회장으로 선출해 주신 것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장애인체육 가족 여러분께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임기 동안 장애인체육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여러 매체를 통해 말씀드렸듯이, 저는 장애인역도 선수 생활을 했었고 최근까지도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장애인선수들의 고충과 장애인체육의 정책적 흐름을 잘 알고 있는 것이 제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섬김과 배려의 마음으로 현장의 목소리에 늘 귀를 기울이고 장애인선수들과 소통하는 회장이 되겠습니다.

-후천 장애를 겪으면서 정규 교육에서 소외됐다고 들었다.

▶어린 시절, 1급 소아마비 장애를 입게 되어 신체 활동에 큰 제약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학교에 입학하지 않고 주로 집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장애인을 꺼리거나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강해, 장애인들에게는 밖에 나가는 것조차 큰 도전이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기에는 많은 어려움과 제약이 따릅니다.

-장애인체육을 접하게 된 계기는?

▶10대 후반, 사업을 하시던 부모님은 서울로 올라가시고 저는 부산의 한 재활원에서 목공예를 배웠습니다. 그 때 우연히 역도를 접하고 선수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어릴 때부터 힘이 좋아 팔씨름을 하면 진 적이 없었는데, 역도 종목이 저에게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제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후 1984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부산 대표로 출전했고 1999년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에서는 동메달을 땄습니다. 은퇴 후에는 대한장애인체육회에 입사하여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제 경우를 보셨듯이, 장애인의 체육 활동은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장애인이 가장 쉽게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바로 운동이기 때문이죠. 주어진 시간 동안 더 많은 장애인이 운동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장애인체육회가 가진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인가?

▶신인선수 발굴, 장애인실업팀 확대 등 여러 가지 현안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현안은 국가대표 선수 지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우선, 현재 년 평균 130일 정도의 국가대표 훈련 일수를 210일 이상으로 늘려, 선수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경기력을 향상시키며 국제적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동계 종목에 한정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외국 우수 지도자 영입을 하계 종목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패럴림픽을 2~3년 전부터 미리 준비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으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아울러 장애인스포츠의 기반이 되는 장애인생활체육 활성화, 미디어와 연계한 장애인체육홍보, 은퇴선수들의 진로문제 역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될 과제입니다. 또 올해부터 은퇴선수를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선수들의 희망과 성향 등을 고려해 학업이나 지도자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국제대회에서 국제심판과 등급분류사의 역할이 큽니다.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나?

▶국제심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습니다. 특히 동남아시아 모 국가의 경우 특정 종목의 조직위원회와 산하 위원회를 유치하고, 적극 투자하면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죠. 우리나라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국제심판과 등급분류사를 양성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2018년도부터 등급분류제도가 크게 개편될 예정입니다. 탄력적으로 대응할 예정입니다. 특히 국제무대에 출장하는 우리나라 국제심판이 다른 나라 심판에 비해 소외됐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개발도상국에 대한 체육활동 지원을 통해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노력할 예정입니다. 

-장애인체육회의 조직을 진단한다면?

▶장애인체육은 단기간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뤘습니다. 10년 전 설립 당시 4.4%에 불과하던 장애인생활체육참여율이 지난해에는 17.7%까지 올라갔고 패럴림픽을 비롯한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 선수등록을 마친 전문체육선수가 1만5000여명 가까이 됩니다.

그 간의 성과가 장애인체육 인프라 조성과 예산 확충 등 양적 성장에 기반한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장애인체육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조직 안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각종 규정 제·개정을 시행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 시스템을 마련해 가겠습니다. 


-일각에선 조직을 슬림화하면서, 승진의 기회가 줄었다는 여론이 있는데?

▶지난 2016년 조직 구조가 1실 8부에서 1실 6부로 개편 되면서 직원들의 승진 기회가 줄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조직 개편의 궁극적 목적은 부서 간 소통 강화와 중복되는 업무를 통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체육회 조직 편성에 대한 제 생각은 다소 다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업무를 세부적으로 구분한 후, 직원들의 적성과 능력을 고려한 부서 배치를 통해 조직 전체의 전문성을 끌어올리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직원 승진과 관련된 부분은 직원들의 목소리에 지속적으로 귀를 기울이며 보다 많은 직원들이 승진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준비 사항은?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대회'를 대비하여 동계종목 전담팀 운영을 비롯한 전용 숙소와 트레이닝장을 마련하는 등 장애인동계스포츠 분야를 집중 육성하였습니다. 

특히, 지난 1월 이천훈련원 컬링장 개관을 통해 선수들이 장소와 이동에 구애받지 않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원스톱 훈련 환경을 구축하였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국가대표 훈련일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종목별 국제대회 참가 및 전지훈련 실시를 통해,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아울러, 보다 많은 국민 여러분께서 '평창패럴림픽'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언론 및 방송사 등 미디어와 연계하여 평창 대회를 홍보할 것입니다. 

-장애인체육은 예산이나 규모로 볼 때 비장애인 체육에 비해 열악하다. 대책은 무엇인가? 

▶10여년 전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설립될 당시 예산이 60억여원이었는데, 현재는 그 때보다 10배 가까이 예산이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장애인선수들의 국가대표 훈련 일수는 비장애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며, 대부분의 지도자가 일당을 받으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예산 확충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정부 및 관계 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장애인선수들이 패럴림픽, 세계선수권대회 등의 국제대회에서 매년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장애인체육에 대한 예산 지원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낼 계획입니다.

-장애인체육의 저변확대를 위해 외국은 어울림(장애인+비장애인) 행사를 강화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외국의 경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하는 어울림 행사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장애인체육분야에서 종목별 어울림대회와 대축전 등 오래전부터 꾸준히 어울림 행사를 개최해 왔습니다. 

장애인스포츠 종목 중에서는 골볼, 휠체어농구 등과 같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어울림 종목이 많습니다.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는 종목별 어울림대회 개최를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전국장애인체육대회와 같은 전국규모 대회에서 어울림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어울림 행사 범위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애인체육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등의 분야에서도 어울림 행사를 확대하여 사회 전체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경기인 출신의 회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 것인가? 

▶제가 장애인체육계에 몸을 담은지도 벌써 30여년이 흘렀습니다. 선수 출신 행정가로서 장애인선수들의 고충과 장애인체육의 열악한 현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 장애인선수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회장직을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장애인체육계에 종사하시는 모든 분들께서도 다시 한번 힘을 모아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리며,  여러분의 진심어린 응원과 지속적인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