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인 기자 기자 2017.02.10 16:36:23
[프라임경제] '슈퍼 갑(甲)' 한국가스공사(036460, 이하 가스공사)와 '을(乙) 중 을' 예선업계의 첨예한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본지가 만난 전준수 서강대학교 석좌교수(부산항만공사 항만위원장)는 가스공사가 주장하는 예선요율 등이 국제적인 질서를 침해해 향후 심각한 무역 분쟁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예선은 항만에 입출항하는 선박에 대해 부두시설까지 끌어당기거나 밀어서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업무를 하는 선박이다. 일반선박은 자유계약으로 예선을 이용하지만, 위험화물인 LNG를 선적하는 대형 LNG선박을 예인하려면 고마력 선박을 여러 척 사용해야 한다. 가스공사는 자사 LNG생산기지(△인천 △평택 △통영 △삼척)에 전용예선사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중 인천과 평택기지의 예선사용계약이 지난해 말 만료됐다. 가스공사는 혼란을 막기 위해 오는 3월까지로 계약을 임의 연장했으며, 6개 LNG선사(△현대LNG해운 △현대상선 △SK해운 △팬오션 △대한해운 △H-Line해운)로 구성된 국적LNG선운영위원회를 앞세워 인천과 평택에 등록된 예선사들이 아니라 전국 예선사업자를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했다.
◆'무역분쟁 우려' 국적선사는 10만원, 해외선사는 1억원?
입찰 진행 초기부터 한국가스공사가 선정한 요율이 갈등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기존 예선요율은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의해 △예선업 △사용자(선주 및 화주) △해운항만전문가 각 3인씩 구성된 중앙예선운영협의회에서 정하게 돼있다. 그러나 가스공사는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FOB(본선인도조건·국적선)에 대해 항차당 단 10만원으로 입찰조건을 정한 것.
이에 대해 가스공사 측은 이것이 일부 내용만 부각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FOB와 DES(착선인도조건·외국적선)를 더해 평균을 적용한 항차당 예선요율이 약 3954만원이며, 전체 항차 수가 483항차로 가스공사가 예선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총 예선료는 191억원이다.
이 중 DES에서 나오는 항차수익이 188억원으로 FOB에서 지급돼야 하는 예선료 총액은 3억원이 된다는 것인데 이를 FOB 총 항차인 319항차에 맞춰 나눴을 때 항차당 예선료는 약 90만원으로 나온다는 게 가스공사 측 계산이다.
LNG 및 해운업이 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는 사업이다 보니 먼저 항차당 10만원을 지급하고 사업 마지막해인 3년차에 환율과 항차변경을 감안해 마지막 해에 이를 정산·지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완전히 잘못된 계산이라는 게 예선업계의 반박이다. 무엇보다도 FOB와 달리 DES 조건을 맺는 외국선사는 예선업체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선사와의 계약에서 이득을 본다는 이유로 FOB 선박에게는 공짜나 다름없는 금액을 요구하며 이른바 전형적인 '슈퍼 갑질'을 하고 있다는 것.
이에 전준수 서강대 교수는 "가스공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거대한 대화주로 이렇게 국적 선박과 외국적 선박에 대해 예선요율을 1000여배가 넘을 만큼 차별해 적용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협정과 서비스무역협정(GATS)를 위반하는 사항으로 향후 무역보복과 분쟁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최근 트럼프 취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추세에서 미국과 관계를 완화하고자 셰일가스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는데, 과연 지금과 같이 운송비용 차이가 난다는 걸 미국이 받아들이겠느냐"라며 "가스공사가 작은 것을 지키려다가 오히려 국가 신뢰도의 타격으로 이어지는 '소탐대실'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예인 중단되면 한진해운 사태보다 더 큰 혼란
이 같은 인천 예선업자들의 반발에도 가스공사는 입찰을 강행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가스공사는 요율 선정에만 관여했을 뿐 실질적인 계약당사자는 6개 선사가 모인 국적LNG운영위원회며, 입찰 당사자를 전국 예선업자로 확대한 것 역시 기존 인천 예선업계의 독점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개선방안이라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선업계는 결국 이를 통해 이득을 보게 된 업체가 과거 가스공사와 유착관계로 비리가 폭로된 적 있는 통영예선과 그 관계사들이며, 심지어 현재 예선업 취소 소송이 진행 중인 업체까지 포함됐다는 점에서 가스공사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선다.
전 교수 역시 "아무리 국적LNG운영위원회에게 책임을 넘기려고 해도 해운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가스공사가 일반적인 갑을관계보다 훨씬 강력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화주라면 예선업계는 을인 국적선사들에게도 을이 되는, 일반적인 을보다 훨씬 연약한 관계"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가스공사의 주장은 겉으로 보면 매우 공정하고 투명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갑을관계를 이용하며 해운업의 공익성과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대응책"이라며 "이는 앞으로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스공사가 입찰을 강행하면서 예선업계 역시 강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오는 15일까지 가스공사가 입찰을 강행한다면 가스공사 대구 본사에서 전국 예선업계가 참여한 대규모 집회는 물론, 업계 총파업까지도 단행한다는 뜻을 통보한 상황.
이와 관련해 전 교수는 "예선은 해운업의 전체적인 인프라 중 가장 기반이 되는 작업이고 예선업이 없으면 우리나라의 그 어떤 수출입선박도 움직일 수 없다"라며 "사업 규모는 작을지 몰라도 단순히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라 그 공익성·특수성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 더해 "우리나라 수출입화물의 99%, 톤수로는 8억8800만톤 정도를 해상운송이 담당하는 와중에 예선업이 없으면 입항 및 하역 작업이 마비된다"며 "한진해운 사태 때는 대체재가 있었지만 예선업은 별다른 대체재가 없다는 점에서 국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