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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똑똑해진 공간, 즐거워진 고객

이인희 아리오 상무 기자  2017.02.10 15: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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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인간들의 가장 보편적이고 오래된 취미 활동은 무엇일까? 난 감히 '쇼핑'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여자라서 그렇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주말이나 휴일에 특별히 할 일은 없고, 그렇다고 집에서 TV만 보고 있긴 싫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는가? 열에 아홉은 아마 동네마트로 향할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쇼핑 사랑은 물물교환 시대부터 시작된 것은 아닐까? 자급자족을 하던 사람들이 어느 날부터 내가 만들어낸 것이 아닌 다른 것을 소유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 것이다. 내가 만들어낸 익숙한 것을 들고 새로운 것과 바꾸기 위하여 집을 나갈 때 그들의 마음은 설레지 않았을까? 쇼핑을 가는 우리들의 마음처럼.

이는 그저 일류 문명에 대해 무지한 나의 단순한 상상에 불과하지만 역시 '쇼핑'은 우리들의 가장 보편적이고 오래된 '재미활동'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어쨌든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쇼핑을 즐겨왔고 그렇게 매장은 우리의 삶 속에 용해돼 있다. 그런데 잠깐! 우리 삶의 일부가 된 '매장'이라는 공간을 한번 잘 살펴보자. 뭔가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가?

예전 매장은 몇 평짜리 자그마한 공간에 판매사원 1~2명이 고객을 맞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요즘 매장은 어떠한가? 언뜻 봐도 크기가 많이 커졌고 근무자들도 많아졌다. 일부 SPA브랜드 중에는 30명이 근무하는 매장도 있다. 매장들이 전체적으로 넓어지면서 '숍인숍(Shop in shop)'이라는 개념이 유행할 정도다.

이렇게 매장이 커지다 보니 당연히 구성 상품들도 달라졌다. 자체 상품뿐 아니라 여러 브랜드의 상품들이 함께 구비되어 있는 '편집숍'이 보편화됐고 한두 가지 아이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의류·잡화·생활용품 등을 총망라한 '라이프스타일숍'도 인기를 끌고 있다.

더 나아가 한 카테고리의 브랜드들을 모두 망라하는 '카테고리 킬러숍'도 유통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그러면서 제조와 유통을 함께 하는 것이 '브랜드'라는 인식에서 이제는 유통만을 하는 '리테일브랜드'가 있다는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런 식의 변화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매장의 변화는 단지 '형태'뿐만 아니다. 공간의 매력도 또한 큰 변화를 맞았다. 언제부턴가 매장 안에 들어가면 매장이 우리에게 "이건 어때? 멋지지?"라고 말을 거는 듯하다.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객들은 △플라잉타이거 △자주 △무지 △모던하우스와 같은 라이프스타일숍에 가면서 재미와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게 됐다. 매장 안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특별한 경험과 기쁨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리고 빈손으로 매장을 나올 때는 장난감을 갖고 놀다 빼앗긴 아이들처럼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사지 않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오늘날, 매장은 이렇게 재미있어지고 똑똑해졌다. 그래서 우리는 더 즐거워졌다. 그렇다면 매장은 어떻게 이토록 똑똑해져 버렸을까? 무엇이 매장을 이렇게 똑똑하게 만들었을까? 그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그 이유는 다음 편에서 다뤄보자.

이인희 아리오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