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식 기자 기자 2017.02.09 16:59:26
[프라임경제] 점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국내자동차시장 가운데, 유독 준중형차급에서만 판매 '빈부의 격차'가 심각하게 두드러진다. 물론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러 완성차 브랜드들이 꾸준히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높은 가성비'를 앞세운 아반떼 장벽을 뛰어넘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준중형시장에 쉐보레 크루즈가 또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국내 준중형세단은 쌍용자동차(003620)를 제외한 모든 국산차브랜드 차종이 포진한 '거대 시장'에 속하지만, '독보적 판매량'의 현대차(005380) 아반떼로 인해 좀처럼 입지를 구축하기 힘든 세그먼트로 꼽힌다.
아반떼는 지난해(9만3804대) 전년대비 6.6% 판매가 감소했음에도, '10만대'에 근접한 실적으로 그야말로 '준중형 제왕'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쟁모델격인 K3(3만6854대)과 크루즈(1만847대), 그리고 SM3(8880대) 세 차종 판매 총합마저 아반떼 '절반' 수준에 그칠 정도로 압도적이다.
이처럼 아반떼가 장악한 준중형세단시장에 지난해 말리부를 비롯한 다양한 신차로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낸 한국GM이 올 뉴 크루즈(이하 신형 크루즈)로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차급을 뛰어넘는 차체 크기를 바탕으로 대폭 확장된 실내공간을 갖춘 신형 크루즈는 감각적인 디자인은 물론, 파워트레인·섀시·안전 시스템 등 전 부분에서 타협하지 않는 변화를 이뤄냈다.
과연 신형 크루즈가 아반떼 위주의 준중형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직접 시승을 통해 살펴봤다. 시승코스는 서울 반얀트리 클럽 & 스파를 출발해 중미산 일대 도로를 왕복하는 120여㎞에 달하는 거리다.
◆스포츠 세단 스타일에 보다 확장된 실내공간
첫 등장(2008년) 이후 글로벌 115개국에서 400만대 이상 판매된 월드 베스트 셀링카인 쉐보레 크루즈는 유럽 오펠(Opel)이 개발을 주도한 차세대 준중형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9년 만에 새롭게 탄생했다.
신형 크루즈의 첫인상은 임팔라와 말리부에서 느낄 수 있던 직선 위주의 강인하고 자신감있는 모습으로 세련되면서도 남성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무엇보다 한층 커지고 가벼워진 차체가 크루즈의 가장 큰 변화를 가져왔다.
신형 크루즈 전장(4666㎜)은 경쟁모델 △아반떼(4570) △K3(4560) △SM3(4620)과 비교해도 100㎜가량 길어졌으며, 기존대비 10㎜ 낮아진 전고 탓인지 보다 안정적이면서도 날렵한 극적인 비례감을 연출한다. 축거(휠베이스)도 이전보다 15㎜ 늘어났으며, 뒷좌석 레그룸도 22㎜ 확대되면서 중형차급에 필적하는 실내 거주성을 확보했다.
최근 쉐보레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한 외관 전면부는 전면범퍼와 후드를 비롯해 바디 스타일을 감싸는 '스포츠 세단 스타일'의 캐릭터 라인이 수준 높은 품격과 세련미를 선사한다. 또 버터플라이 타입 와이퍼를 장착해 고급스런 외관 디자인은 물론, 보다 넓고 깨끗한 전방 시야를 확보해 악천후 시에도 안전 주행을 보증한다.
여기에 매끄럽고 길게 뻗은 헤드램프는 LED 시그니처 주간주행등과의 조화를 이루며 차량의 선명하고 매혹적인 첫인상을 연출한다. 또 이는 패밀리룩을 상징하는 강렬한 듀얼 포트 그릴 디자인과 만나 보다 웅장하고 다이내믹한 전면부를 완성시켰다.
한편, 인테리어는 보다 확장된 실내공간에 다양한 첨단 테크놀로지를 접목했다.
쉐보레 특유 '듀얼 콕핏(Dual Cockpit)' 센터페시아 각종 인터페이스는 4.2인치 슈퍼비전 컬러 클러스터와 연동해 보다 직관적이고 인체공학적으로 작동한다. 특히 센터스택 분리형으로 설계된 하단은 운전석과 동반석에 한층 여유로운 무릎 공간을 제공한다.
여기에 센터페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수납공간은 물론, 469ℓ에 달하는 트렁크 용량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젊은 고객들의 취향을 반영했다.
◆신형 터보 엔진과 3세대 변속기…기어변속 '팁트로닉' 채택
버튼식 시동키를 누르자 부드러운 엔진음이 스포티한 감성을 자극한다. 시동이 걸린 채 저회전수로 동작하면서 희미하게 들리는 엔진 아이들링 소리는 향상된 주행성능을 운전자에게 어필하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기어 변속 방식도 그동안 한국GM이 지적받은 토글 시프트(M 드라이브 변경 후 기어 노브 버튼으로 변속)를 버리고 팁트로닉을 채택한 점도 눈에 띈다.
조용하게 들리는 엔진음과 달리 가속페달을 밟으면 묵직함과 함께 향상된 토크를 바탕으로 탄력있게 튀어나갔다. 반응이 지나치게 민감하지 않고 준중형치고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출발이다.
GM 첨단 다운사이징 엔진 기술로 새롭게 개발된 1.4ℓ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은 △최대출력 153마력 △최대토크 24.5㎏·m의 성능을 자랑한다. 여기에 3세대 6단 자동변속기는 효율적 엔진 구동력 전달과 부드러운 변속감으로 향상된 주행 품질을 제공한다.
고속도로에 진입한 신형 크루즈는 순식간에 130㎞/h까지 무난할 정도로 막힘이 없을 정도로 숨겨둔 질주본능을 드러내는 게 웬만한 오르막길에서도 전혀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없다. 터보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속력은 가히 스포츠카에 뒤지지 않아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다만 터보 특유 기어변속 소리는 약간 거슬리는 수준이다.
도로 곳곳에서 경사 주행 및 코너링 테스트를 실시해봤다. 차체강성이 향상된 탓인지 보다 가벼워진 차체에도 와인딩 구간에서도 날카롭게 코스를 파고들며 쏠리지 않고 자세를 빠르게 다잡는다.
여기에 제동성능도 합격점. 고속도로 곳곳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트럭들로 100㎞/h 이상 고속 주행에서의 급제동도 빠르고 안정적으로 감속이 이뤄진다.
아울러 동급 유일하게 적용된 랙타입 프리미엄 전자식 차속 감응 파워스티어링(R-EPS) 시스템은 경량 고강성 차체와 균형 잡힌 서스펜션 시스템 조화로 부드럽고 민첩한 조향 감각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쉐보레 제품 철학은 신형 크루즈에도 이어졌다. 사각지대 경고시스템(SBSA)을 비롯해 △전방충돌 경고시스템(FCA) △자동주차 보조시스템(APA) △전좌석 안전벨트 경고 시스템 △급제동 경고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등 프리미엄 안전사양을 대폭 적용해 중형차급 이상의 첨단 안전성을 구축했다.
실 주행을 마친 신형 크루즈 연비는 10.9㎞/ℓ. 복합연비(13.5㎞/ℓ)에 미치진 못한 수치지만, 급가감속 주행과 과격한 코너링 등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이처럼 완성도 높은 상품성에도 준중형세단치고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쟁모델인 아반떼과 비교해 가격이 다소 높아 시장에서 '고가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과연 '탈준중형급' 상품성을 가진 신형 크루즈가 '준중형 수준'의 가격으로 해당시장에서 흥행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한편, 신형 크루즈 가격(vat 포함)은 △LS 1890만원 △LT 2134만원 △LT 디럭스 2286만원 △LTZ 2437만원 △LTZ 디럭스 2478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