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모든 일에 명암이 있는 법이다. 잘된 부분이 있으면 못된 부분 혹은 아쉬움이 공존한다. 최근 르노삼성자동차가 그렇다.
지난해 르노삼성은 한 해 동안 내수 11만1101대, 수출 14만6244대를 포함 2015년 대비 12% 증가한 총 25만7345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 2010년 역대 최다 연간판매 기록인 27만1479대에 이어 2위에 달하는 성적이다.
내수판매만 놓고 보면 예년에 비해 판매량이 38.8%나 증가했고, 특히 SM6와 QM6 두 형제가 전체 판매의 64%를 차지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또 지난 1월에도 SM6·QM6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전년대비 판매량이 3.5배 늘어났고, 두 모델의 판매량이 브랜드 전체 내수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판매성적을 이끌어주고 있는 SM6와 QM6는 르노삼성의 복덩이로 자리 잡았고, 르노삼성 역시 자신들의 판매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에게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국내 소형 SUV시장에 불을 지핀 QM3와 준중형 세단시장에서 꾸준히 버티고 있는 SM3는 르노삼성으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던 상황.
물론, 르노삼성도 QM3와 SM3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먼저, 지난 2013년 국내에 도입된 QM3의 경우 신형 모델 출시계획이 따로 없는 만큼 독특한 컬러를 계속 추가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갔다.
아울러 SM3에 대해서는 스테디셀러이자 장수모델로서의 가치를 재조명한다며 지난해 12월 'SM3 카바레 라이브'를 개최하면서 SM3 띄우기에 열을 올린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르노삼성은 올해도 QM3와 SM3가 각각 소형 SUV와 준중형 세단시장에서 여전히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이들을 다시 띄우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QM3와 SM3가 이미 각각 해당 세그먼트에서 더 이상 설자리가 없어 보인다. 이는 실제 시장의 반응이 신통치 않은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소형 SUV시장에서는 쌍용차의 티볼리가 독주를 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GM 트랙스와 기아차 니로가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QM3가 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준중형 세단시장에서는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아반떼를 비롯해 9년 만에 신형 모델을 선보인 크루즈가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고 K3 역시 기아차 내에서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관계자는 "QM3가 지난 1월 판매량이 192대에 그쳤지만 이는 지난해 들여온 물량이 모두 소진됐기 때문"이라며 "물량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오는 3월부터는 QM3가 평년 수준의 판매량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 SM3나 QM3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고객 이벤트를 동반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며 "여기에 SM6와 QM6의 신차효과를 유지함으로써 올해 판매는 12만대를 목표로, 내수시장 3위 자리를 탈환하는 등 지난해의 상승세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르노삼성의 이 같은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업계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QM3는 현재 지난 2013년 출시 이후 새로운 색의 모델만 주야장천 선보이고 있고, SM3는 2009년 풀 체인지 이후 두 번의 부분변경이 있었지만 8년째 같은 모델을 고수 중"이라며 "이렇다 보니 고객들로부터 외면받는 게 당연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와중에 SM3를 띄우고자 SM3만을 위한 행사를 열고 'SM3는 좋은 차다, 좋은 모델이다'라면서도 스스로 'SM3는 스테디셀러다, 근데 사골이다'라고 말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아 그렇구나'하면서 관심을 가져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욕심"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르노삼성이 당초 올해 목표로 내건 12만대 판매와 내수시장 3위 탈환도 역부족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 르노삼성은 출시가 계획된 신차가 소형 모델인 클리오와 트위지 2종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그 외에는 부분변경 모델의 출시 계획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처럼 신차 출시 계획이 국내 시장에서 판매량이 많지 않은 소형 세그먼트에 몰려있다 보니 르노삼성이 지난해와 같은 폭발적인 신차효과를 누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