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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막장으로 갈수록 인간은 거짓말쟁이가 된다

대통령은 왜 가짜뉴스와 왜곡에 기댈 수밖에 없을까

이수영 기자 기자  2017.02.09 14: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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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유종의 미'는 일종의 사회적 규범이다. 졸업, 이직, 퇴임, 이별 등등 삶은 매순간 시작과 끝의 반복으로 채워지므로 유려한 마무리는 한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 상당한 가산점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끝을 예감한 순간, 지나간 실수를 만회하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다잡아야 함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은 생각보다 위선적이다. 2015년 9월 과학전문매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실렸다. 결론만 말하면 "사람은 끝이 다가올수록 거짓말쟁이가 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온라인을 통해 동전던지기 실험을 진행했다. 동전을 던져 어떤 면이 나올지 맞추고 정답이면 약간의 보상을 제공하기로 하자 수백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각자 자기 집 컴퓨터 앞에 앉아 동전을 던진 뒤 스스로 정답 여부를 기록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결과를 속이면 안 된다'는 조건을 걸지 않았다. 누가, 얼마나 결과를 속였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수백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어느 시점에 거짓말을 하는지는 짐작 가능했다.

확률은 절반, 만약 참가자들이 진실만 기록했다면 정답과 오답 비율은 50% 내외에 머물러야 한다. 만약 한 쪽에 일방적으로 비율이 쏠렸다면 통계상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실험 초반에는 정답과 오답 비율이 50%로 비슷했다. 참가자 대부분 진실을 기록하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동전을 던지는 횟수가 늘어나도 이 수치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전을 던진 기회를 제한하자 얘기가 달라졌다.

연구진은 참가자마다 7번 또는 10번씩 동전을 던지라고 지시했다. 7번의 기회를 얻은 이들은 6번째까지 비교적 정직했지만 마지막 7번째에는 전체의 3분의 2가 '맞췄다'고 답했다. 10번씩 던진 팀도 마찬가지였다. 9번째시도 까지 나름 균형을 이뤘던 정답과 오답 비율이 마지막 시도에는 '정답' 쪽으로 와르르 무너진 것이다.

비슷한 결과는 다른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새로운 수백명의 참가자를 모아, 심리학 관련 에세이 채점을 맡겼다. 역시 7건, 10건씩 과제물을 주고 읽는데 걸린 시간에 비례해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시간은 참가자들이 기록하게 했지만 연구진은 몰래 실제로 걸린 시간을 따로 측정했고 이를 참가자들이 작성한 것과 비교했다.

결과는 동전 던지기 때와 마찬가지였다. 에세이 7편을 채점한 사람들은 마지막 한 편을 읽는 데 걸린 시간을 실제보다 25% 정도 더 길게 써냈다. 10편 읽은 경우도 유사했다.

이는 단순한 실험이지만 최근 국내 상황과 묘한 기시감을 준다. 지난 가을과 겨울을 거치며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그 추종자들이 보여준 비상식적인 태도를 일견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의전으로만 존재하는 대통령이 한 시간이면 반박 가능한 변명으로 스스로를 변호하고, 민심의 20%가 될까 말까한 친박단체들이 조악한 '가짜뉴스'로 죽은 정권에 필사적으로 숨을 불어넣는 이유.

끝까지 잇속을 챙기려 매달리는 작태는 발칙함을 넘어 역겨움으로 변질되고 있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점점 수위를 높여가는 거짓말과 왜곡 자체가 마지막을 알리는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미련에 사로잡힌 누군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믿고 싶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일련의 사건과 논란은 한 곳을 가리키고 있다. 바로 시시각각 다가오는 '끝'의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