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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열정과 끈기: '그릿(GRIT)'의 저자에게

선현주 코치 기자  2017.02.08 22: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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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앤절라 더크워스 씨, 저는 당신의 책 '그릿(GRIT)'이 준 감동에 감사하며, 이 편지를 씁니다. 

얼마 전 코코아(토요일 아침, 민낯으로 카페에 모여 함께 책을 읽는 코치들의 모임)에서 '그릿'을 추천 받고, 저자가 궁금해져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동영상을 몇 개 찾아서 보았지요.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젊은 분이 나와서 성공한 중국인 2세로 미국인들에게 그릿(투지)을 얘기하는 모습은 솔직히 좀 진부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교수님의 책은 제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강한 설득력이 있더군요. 특히 책의 끝부분까지 힘을 잃지 않고 본인의 논지를 끌고 나가는 모습이 멋졌습니다. 아마도 현장경험과 뛰어난 논리력, 그리고 많은 연구와 인터뷰가 바탕에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살짝 말씀 드리면, 저는 영화도 끝부분을 얼기설기 마무리한 걸 보면, 무지 아까운 생각이 듭니다. 그런 영화는 극장을 나서면서부터 어느 장면에서 감독의 힘이 딸렸다는 둥 신랑에게 궁시렁 궁시렁 감독 평을 해대기도 하지요.

'그릿' 책 안에 좋은 포인트들이 많이 있었는데, 제일 먼저 그릿(특정상위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열정과 이를 완수하려는 끈기의 결합)을 설명하고 바로 이어 자신의 그릿을 측정해보라고 한 부분이 좋았습니다. 저의 끈기점수는 스스로 '매우 그렇다'고 5점을 주었더군요. 처음엔 뜻밖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수긍이 가더군요. 

열정점수는 3.6로 백분위에 35% 수준이라고 나오는데, 어쩜 그리 맞는지. 요즘 제가 어렴풋이 의문을 갖던 부분이지요. 그 간단한 진단 덕분에 '그릿이란 걸 잘 이해해서 언젠가 써먹어야지' 하는 생각보다는 '나에게 그릿은 필요한가? 어떤 목적에 필요한가?' 하는 질문을 가지고 꼼꼼히 읽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는 '커리어 개발'이라는 표현이 쓰이지는 않았지만, '열정의 대상'을 찾아가는 과정은 '커리어 개발'과도 동일하더군요.

"나는 무엇에 가장 관심이 가는가? 무엇이 내게 가장 중요한가? 나는 어떻게 시간을 보낼 때 즐거운가? 무엇이 가장 견디기 힘든가?" 하는 질문은 새로운 커리어를 고민하는 청년이나 제2의 커리어를 찾는 중년 모두에게 유용한 질문입니다.

사람들은 "벽돌을 쌓고 있습니다"는 생업형 벽돌공. "교회를 짓고 있습니다"는 직업형 벽돌공, "성전을 짓고 있습니다"는 천직형 벽돌공 중에 자신이 어떤 벽돌공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는 얘기에서는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특히 콕 찍어 제 마음을 편하게 해준 것은 '천직은 마법같이 마법처럼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결론이었습니다. 요즘 청년들과 공유하고 싶은 얘기입니다. 인턴직이지만 꼭 들어가고 싶은 산업이라는 이유로 요모조모 살펴보고 시작한 직장도 '일이 내 생각과 다르다, 다른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 불안하다, 팀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등'의 이유로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 두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죠.

제가 제2의 커리어를 고민할 때 "고구마를 심으면 그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서 고구마가 날 수도 있어"라던 선배의 말도 생각이 납니다. 지금 하는 활동에서 길러진 '그릿'은 다른 영역에서도 발휘된다는 발견이 얼마나 멋지던지요.

그리고 현명한 피드백을 주는(가정 내에서 혹은 가정을 넘는 커다란 성인사회에서)것과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을 새겨듣는 법이 없지만 어른들의 행동을 모방하는 데는 선수'라며 성인들의 언행일치를 강조하셨는데, 여기에 공유하고 싶은 가족 얘기가 있습니다.

다자란 딸과 아들을 둔 부부인데, 엄마는 아이들이 아빠를 어려워하면서도 존경하고 좋아하는 이유가 25년간 아빠가 보여준 말과 행동의 일치 때문이라며, 어려서부터 용돈도 아빠가 원칙을 지켜서 줘왔다고 하더군요.

그러자 아버지가 자신의 얘기를 덧붙이는데 '그때 일이 바빠서 어린 아이들을 볼 시간이 없어(여전히 직장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한국 아빠들이 그렇듯이), 용돈이라도 직접 주면 그때라도 아이들을 볼 수 있겠다고 싶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나보다 5~6년 나이가 많았던 고객회사 임원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에 얻게 되었다'고 했지요. 흔히 롤모델을 생각해 보라 하면, 인생을 멋지게 혹은 존경스럽게 살아낸 사람을 떠올리지요. 사실 그래서 롤모델 하면 저는 가슴이 답답해져 옵니다.

그런데 그 아빠처럼 흔히 만나는 사람과의 식사 중이라도 그냥 작은 호기심을 가지고 상대의 얘기를 경청만 해도, 살면서 제일 어려운 일중에 하나라는 '가족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되는데 도움이 되는 현명한 피드백을 스스로 찾을 수 있다는 게 매우 훌륭해 보였습니다.

책에는 학습 가능한 긍정마인드와 회복탄력성 등의 좋은 부분들이 많은데, 다음 기회에 좀 더 얘기 나누도록 하지요. 다시 한번, 좋은 연구와 통찰을 멀리서도 접할 수 있도록 책으로 묶어주신 수고에 감사 드립니다.

선현주 코치 / (현)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 썬랩(주) 대표 / (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산학협력실장·겸임교수 / 저서 <취업 3년 전> / 공저 <그룹코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