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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뿐인 정치테마주' 투기판 쫓다 분통 터지는 개미들

대선 후보 관련주에 단타매매 기승…주가 등락폭↑

추민선 기자 기자  2017.02.08 16: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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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일 유력 대선주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출마 포기 기자회견이 TV를 통해 전달되던 그 시간. 반기문 테마주를 다루는 전국 금융투자업계 종사자 대부분의 눈동자가 머릿속 손익계산처럼 빠르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음 날 매매 장벽에 막힌 반기문 테마주는 장 시작과 동시에 엄청난 물량이 하한가로 직행하고 계좌가 비어 증권사에 돈을 물어줘야 할 처지에 놓인 고객들은 한숨만 내쉰다. 함부로 단정할 순 없지만 대선 테마주는 사기와 마찬가지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급등세를 탔던 테마주들은 대선 후 제 위치로 돌아갈뿐더러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특별히 주가 개선을 이룬 종목도 드물다. 그래도 고객들은 테마주에 열광한다. 단기간 단물을 빨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가는 실적의 그림자다. 과거에서 발전한 현재, 현재보다 나을 기업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프라임경제] 조기 대선이 급물살을 타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대선 후보와 관련된 '테마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반 사무총장이 갑자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 테마주들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 
 
정치테마주 투자에서는 특히 개인투자자들 일명, 개미들의 투자가 집중돼 더욱 큰 문제다. 개인투자자가 몰리는 정치테마주는 해당 기업의 기초여건 등 뚜렷한 이유가 아니라 유력 정치인과의 학연, 지연 등 비경영적 요소로 분류되는 등 실체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게다가 주가 급등락 폭이 매우 크기 때문에 자칫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위험성이 높다. 
 
◆반기문 대선 불출마 선언에 황교안·유승민 반사이익

대표적인 반기문 테마주로 꼽히는 한창(005110), 성문전자(014910), 지엔코(065060), 광림(014200) 등은 '반기문 대망론'의 군불이 일었던 지난해 초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 10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주가는 최소 50%, 많게는 500%포인트 가까이 급등한 것. 

그러나 반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후 반기문 테마주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한 달 만에 시가총액은 무려 1조3000억원이 증발했다. 

반 전 사무총장의 테마주인 지엔코와 한창 등은 개장 직후 하한가로 직행했다. 특히 지엔코는 1일 종가기준 5030원에서 8일 2880원으로 약 53% 급락했다. 

보성파워텍(006910)과 파인디앤씨(049120) 등 반 전 총장과 연관이 있다고 소문이 퍼진 테마주들까지 줄줄이 하한가를 면치 못했다. 

반 전 총장이 불출마 선언에 '황교안 테마주'와 '유승민 테마주'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 유력한 여권 후보의 불출마 선언으로 다른 여권 후보 관련주들에 투기성 매수자금이 유입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황교안 테마주로 거론되는 인터엠(017250)과 국일신동(060480), 유승민 테마주인 세우글로벌(013000), 대신정보통신(020180) 등은 지난 1일 시간외 거래에서 모두 상한가를 터치했다. 

또한 여권 유력 주자였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김무성 테마주도 강세였다. 김 전 대표의 부친이 설립한 회사인 전방(000950)은 이달 1일 종가대비 8% 뛰었다. 이외에도 체시스(033250), 엔케이(085310), 디지틀조선(033130) 등 그와 직간접 연관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종목들이 호조를 보였다. 

야권 후보들 가운데서는 문재인 테마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 중 비상근 등기임원이 지난 대선에서 문 전 대표의 법률 자문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성파인텍은 16.89%나 급등하기도 했다. 안희정 테마주인 SG충방(001380)과 KD건설(044180)은  각각 20.95%, 15.37% 치솟았다. 

정치 테마주가 요동을 치면서 투자자들의 희비 역시 엇갈렸다. 반기문 테마주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아야 했다. 반면 황교안, 문재인, 안희정 테마주 투자자들은 주가 급등에 환호했다. 

◆정치테마주에 몰리는 개미들…키움증권 매수세 집중

실제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증권사별 매매현황을 보면 개인투자자 비중이 가장 높은 키움증권에 매수세가 집중됐다. 
 
반 전 총장의 테마주인 지엔코와 한창도 키움증권에서 주로 매수거래가 이뤄졌다. 이 기간 키음증권에서 거래된 지엔코와 한창의 매수수량은 각각 5800만5439주, 631만4337주다. 전체 증권사 중 35.7%, 23.8%의 매수비율로 1위에 랭크됐다. 

같은 기간 황교안 테마주로 꼽히는 인터엠과 국일신동도 키움증권이 리스트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인터엠의 경우 대신증권에 200만529주(4.8%), 국일신동은 키움증권에 556만7087주(28.0%)가 몰렸다.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관련 테마주로 편입된 세우글로벌과 대표가 유 의원과 위스콘신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된 대신정보통신 모두 키움증권이 강세였다. 


세우글로벌은 2715만1387주의 매수세가 집중됐다. 타 증권사 대비 매수비율은 39.8%에 이른다. 대신정보통신의 매수수량은 2080만5496주로, 매수비율은 40.4%다. 

김무성 전 대표의 관련주인 전방과 체시스의 매수수량은 각각 4만980주, 454만5623주였다. 주거래 증권사는 키움증권으로 타 증권사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문재인 테마주로 언급되는 우리들제약과 우리들휴브레인의 주 거래 창구는 미래에셋대우였다. 우리들제약과 우리들휴브레인은 각각 13.6%, 21.1%로 가장 높은 매수비율을 찍었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 관계자는 "단타매매에 집중되는 정치테마주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개인투자고객이 많이 이용하는 키움증권에 매수세가 몰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치테마주를 '개미들의 무덤'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거품이 꺼지고 난 후 손해를 입은 투자주체를 보면 대부분 개미인 까닭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증시에서 테마주로 불리는 종목들은 이상 급등락 현상을 보인다"며 "최근 특히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특정 정치인과 막연한 인연으로 묶인 테마주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주가가 급등해 이익을 얻을 것 같지만 테마가 소멸되면 그 이상의 주가 하락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를 당해 원금을 송두리째 잃을 수 있으므로 정치테마주에는 투자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