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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인의 이런 마니아] 작아도 현실 '미니어처'

전혜인 기자 기자  2017.02.08 14: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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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누구나 취미생활 하나쯤은 있겠죠. 어떤 사람은 운동을 좋아해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또 어떤 사람은 추리소설 등을 보며 머리를 바쁘게 쓰기도 합니다. 그런 대신 지갑을 분주하게 여닫는 이도 있겠죠. '이런 마니아'에서는 현대인들의 여러 수집 취미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소개합니다.

집에서 회사까지의 거리가 멀다 보니 도로 위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 일이 많은데요, 처음에는 이동시간에 잠깐이라도 공부를 해야겠다는 야심찬 희망을 갖고 있었지만 결국 졸게 되거나 '멍을 때리고' 있기 일쑤였죠. 그나마도 운이 좋아서 자리에 앉을 수 있을 때 얘기고요, 실제로는 꽉꽉 들어찬 사람들 틈에서 핸드폰만 겨우 볼 때가 대부분이죠.

최근 제가 흠뻑 빠졌던 건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동영상이었는데요, 특히 요리 레시피를 중심으로 게재하는 채널은 구독해서 거의 모든 동영상을 시청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보게 된 '미니어처 음식' 동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대로 쥘 수도 없을 것처럼 작은 장난감 칼로 실제로 고기와 채소를 써는 건 물론이고, 라면을 끓이고 튀김까지 튀겨내는데 그 모든 손톱보다 작은 미니어처가 사실 진짜 음식이라 실제로 먹을 수도 있었거든요.

지금까지 필자는 미니어처라는 게 그냥 손가락만큼 작은 인형이나 피규어 캐릭터 등을 뜻하는 것이라 알고 있었는데요, 실제로 미니어처는 '일정한 비율로 작게 축소된' 물건을 지칭한다고 합니다.

미니어처는 원래 서구 문화권을 중심으로 발달했는데, 처음에는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생활에서의 예의범절을 가르치기 위해 아이들에게 맞는 사이즈로 축소된 포크와 나이프 등을 사용하고자 미니어처를 사용했다고 해요. 서구권에서 주로 사용하는 크기 단위인 1피트(12인치)를 1인치로 줄여서 만드는 1:12 비율이 보편적입니다.

즉 '실제 물건과 다르지 않은' 것이 기본조건이었던 셈으로, 어린이들에게 항상 인기가 많은 '돌 하우스'도 인형이 실제 살 수 있는 집과 가구들이 실제 제품들의 비율과 비슷하게 만들어져 있죠.

미니어처의 기원은 생각보다 훨씬 더 과거로 돌아갑니다. 고대 이집트 유적에서 출토된 배·집 등의 모형은 사후세계에서도 안락하고 평화로운 삶을 바라며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죠. 우리나라에서도 무덤에 껴묻거리로 살림도구 등을 만들어 넣었다고 하니 위치는 달라도 사람들이 바라는 건 동일한 듯합니다.

향수를 좋아하는 필자는 얼마 되지는 않지만 향수 미니어처를 몇 병 갖고 있는데요, 보틀이 워낙 섬세하고 예쁘다 보니 향수에 관심이 없는 친구들도 미니어처는 사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됩니다. 향수 자체보단 공간을 장식하는 소품으로써의 가치를 두는 것이죠.

그러나 실제로 미니어처는 영화나 드라마 등을 촬영할 때 큰 역할을 하는데요. 현실에서 쉽게 구현해낼 수 없는 거대한 배경이나 소품을 컴퓨터그래픽(CG)과 미니어처로 제작해 특수 촬영할 때 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미니어처를 이용해 만들어진 장면을 디오라마라고 부르는데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마니아들은 직접 만든 미니어처로 화면의 한 장면을 구현해내기도 하죠.

또 미술 쪽에서 미니어처라고 하면 목걸이 메달이나 브로치 등에 들어갈 정도로 세밀하게 그려진 아주 작은 여성의 초상화 등을 뜻합니다. 그림 위에 위에 에나멜을 씌워 장신구로 사용한 이 미니어처는 19세기 사진이 보편화되기 전까지는 크게 유행했고, 지금도 빈티지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가치가 있는 물건이죠.

예전 미니어처가 소수의 장인들이나 만들 수 있는 섬세한 기술이 필요한 물건이었다면, 요즘은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취미가 되고 있죠. 특히 어린이들이 손으로 직접 물건을 만들면서 표현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어 인기를 끕니다.

방을 꾸미고 싶은데 마땅히 귀여운 소품을 찾지 못했거나 또는 추운 겨울 집 안에서 할 일이 없을 때, 한 번쯤 도전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