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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상에 없던' 신세계 스타필드, 대처도 세상에 없던…

백유진 기자 기자  2017.02.08 14: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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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전국에서 대형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사회적 영향력이 큰 대기업의 안전불감증은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더욱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설 연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알려진 '스타필드 하남'에 위치한 영풍문고 '키즈 존' 천장에서 인테리어 소품인 합판 5개가 떨어져 매장 내부에 있던 고객 5명이 다쳤다. 한 30대 여성은 머리를 크게 다쳐 20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받았다.

명절 연휴인데다 키즈 존 특성 상 아이들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스타필드 하남 측의 대응에 있었다. 사고 피해자라고 밝힌 누리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피가 많이 나 얼굴을 타고 줄줄 흐르는데 직원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아 직접 입구까지 걸어나왔다'며 '그 와중에 한 직원이 일단 사무실로 가자고 해 귀를 의심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신세계 측의 미숙한 대응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게다가 스타필드 하남에는 안전사고 발생 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의무실이나 의료진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은 더 거세졌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사고 당시 그룹차원에서 마련된 매뉴얼에 따라 피해 고객을 건물 3층에 위치한 병원으로 모시려 했으나 고객의 요청으로 타 병원으로 이송한 것"이라며 각종 논란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수많은 목격자들과 피해자들의 증언과는 정반대되는 '변명'으로 실제 현장에서 매뉴얼에 걸맞은 대처를 했는지는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에는 경기 화성시 동탄 메타폴리스 단지 상가건물 내 어린이 놀이시설인 뽀로로파크 철거현장에서도 화재가 발생, 4명이 숨지고 47명이 부상을 입었다. 조사 결과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와 경보기 등 소방시설이 모두 꺼져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며 이 사고가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고질적인 인재(人災)였음이 드러났다.

게다가 당시 철거작업장에서는 화재 예방 장비 하나 없이 물로 불을 끄면서 작업을 진행했다는 인부들의 증언까지 나왔다. 사고 이틀 전 경기 화성소방서가 주최한 화재 안전환경조성 경진대회에서 메타폴리스가 최우수 업체로 선정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대목이다.

작은 실수나 이상한 징조를 무시하다 큰 시련을 맞보게 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대형사고 한 건이 터지기 전에 29건의 경미한 사고와 300가지의 전조증상이 반드시 전제된다고 해 일명 '1:29:300 법칙'으로도 불린다.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는 하인리히의 법칙에 정확히 들어맞는 사례다. 철거작업 당시부터 수많은 사고와 전조증상이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한 결과 4명의 사망자와 47명의 부상자라는 참사로 돌아온 것이다.

지난해 9월 스타필드 하남 개장식에 참석한 정용진 부회장은 '세상에 없던 쇼핑몰'이라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신세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기대에 걸맞게 오픈 100일 만에 방문객 수 740만명을 돌파했고, 현재 평균 방문객 수는 평일 5만~6만명, 주말 10만~11만명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 측은 스타필드 하남에서 벌어진 사고에 대해 "도의적 책임은 통감하고 있으며 향후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안전 관리 교육을 확대할 예정"이라면서도 "임대매장인 영풍문고 내에서 사고가 발생해 피해보상 책임은 영풍문고에 있다"고 피해자 보상에서는 한 발짝 물러섰다.

부상자 5명. 사소한 사고로 여길 만한 숫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징후들이 대형사고로 발전할 가능성은 이론으로도 입증됐다. 언제 이 5명이 50명, 500명으로 늘어날지는 모를 일이다. '세상에 없던 대처'로 도마에 올랐던 스타필드가 하인리히 법칙 사례로 다시금 논란의 중심에 설 날이 오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