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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가족 결합'이라는 SKT 어항 속 물고기들?

황이화 기자 기자  2017.02.08 14: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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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파란 수조 속 탱글한 물고기의 움직임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한 어부가 풀어놓은 그물 혹은 낚싯 바늘에 낚였을 저 물고기들. 본래 헤엄치던 드넓은 바다가 아닌 수조에서도 활기차게 움직이는 탓에 열 마리가량이 공생하는 저 수조는 더 작아 보이기만 합니다.

'물고기가 낚이다'라는 의미였던 '낚이다'라는 말은 점점 그 의미가 '경품에 현혹돼 낚인 소비자' '멋진 이성에게 낚이다' 등 여러 의미로 파생돼 사용되고 있죠.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스스로를 '낚인 물고기 신세'로 표현하며 통신 가족 결합상품 이용 현황을 '인증'해 보이는 누리꾼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이통사 결합상품 중에서도 할인혜택이 큰 것으로 알려진 SK텔레콤의 'T끼리 온가족 할인' 가입 현황을 소개한 글이 눈길을 끄는데요.

T끼리 온가족 할인은 가족들이 사용하는 이동전화를 묶으면 월정액을 할인해 주는 상품으로, 가족들의 이동전화 가입 합산 기간에 따라 최대 50%까지 할인해 주는 데다 가족 간 통화료 할인혜택도 제공합니다.

최대 50%씩 월정액 할인을 받기 위해선 가족들의 이동전화 가입 합산 기간이 30년 이상이 돼야 하는데요. 4인 가족이라면 4인 모두가 7년6개월씩 SK텔레콤 이동전화 가입을 유지해야 비로소 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셈인데요. 약 8년이라는 세월, 그것도 가족 전체가 수없이 겪을 수 있는 '번호이동(통신사 변경) 유혹'을 꾹 참고 가입을 유지한 장기 고객에게 이 정도 혜택도 줄 만하네요.

물론 SK텔레콤은 가입 합산 기간이 10년 미만일 경우 10%, 20년 미만일 경우 20%, 30년 미만일 경우에는 30% 할인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장기 고객이 아닌 고객들에 대해서도 가족 결합상품 가입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가입 초반 10% 할인을 받았던 고객이 가입을 유지하면서 20%, 더 유지하면 30%, 50% 할인까지 받게 되니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누리꾼들의 말입니다.

이들은 '온가족 인증'이라는 제목의 글에 '가족 몇 명이 가입돼 있고, 현재 가입 기간은 얼마, 이에 따른 할인 금액은 얼마'라는 내용을 담아 게시하며 이 혜택 때문에 온 가족이 통신사를 옮기지 못해 '노예'라고 표현할 정도죠. 

업계에서도 이런 SK텔레콤의 '충성 고객'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텐데요. LG유플러스는 지난해 '가족무한사랑'이라는 가족 모바일 결합상품을 내놨습니다.

가족무한사랑은 결합가족이 2명일 경우 최대 6600원, 3명이면 1만3200원, 4명이면 2만2000원을 할인해주는 것인데요.

여기에 SK텔레콤의 T끼리 온가족 할인처럼 가족 합산 기간에 따른 추가 할인혜택을 적용, 가족 합산 기간이 15년 이상 30년 미만이면 매월 1만1000원, 가족 합산 기간이 30년 이상이면 매월 2만2000원을 추가 할인한다는 구상입니다.

이런 가운데 KT만큼은 결합상품에 대해 '가족 합산 기간'에 따른 추가 할인이 없네요. 때문에 누리꾼 사이에서 KT는 '장기고객에 대한 혜택이 가장 적은 통신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지금은 'SK텔레콤'이라는 어항 속 고객들이지만, 가장 합리적인 조건들을 따져온 이들이야말로 보다 고객을 중심에 둔 상품이라면 언제든 터를 옮길 수 있겠죠.

SK텔레콤의 T끼리 온가족 할인이든 LG유플러스나 KT의 결합상품 그 무엇보다 알뜰폰이 더 저렴해서 낫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리는데요. 누리꾼 사이에서 다음 번엔 어떤 '노예 인증'이 유행할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