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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해외투자 시동…양날의 검 '종합화학'

'비정유'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중요성↑…석유화학 장기적 과잉공급 우려

전혜인 기자 기자  2017.02.07 16: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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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정유업계의 '비정유' 사업부문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부응해 업계 1위 기업인 SK이노베이션(096770)은 화학부문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을 앞세워 본격적인 해외투자에 시동을 걸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9조5205억원, 영업이익 3조228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은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나 영업이익률은 8%대를 기록, 정유·화학업계 최초로 3조원대 영업이익에 성공한 것.

이번 SK이노베이션의 사상 최대실적을 견인한 것은 단연 석유화학이다. 화학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파라자일렌 중심의 인천석유화학 영업이익을 합하면 1조 2662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윤활기유 사업 등 기타 사업을 더하면 비정유 사업에서 거둬들인 이익만 약 2조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 같은 호실적을 앞세워 SK이노베이션은 '종합 에너지·화학기업'으로 올해 3조원 이상의 신규사업 투자 및 인수합병(M&A)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최근 미국 화학사 다우케미컬의 에틸렌아크릴산(EAA) 사업을 약 42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며 계획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

EAA는 기능성 접착수지 중 하나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분류된다. 기술장벽이 높아 글로벌 메이저 화학기업들만 이 사업에 진출해있으며 유럽 등 선진시장 수요가 대부분이다. 향후 중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의 수요 증대로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미래가치형 사업이다.

이번에도 SK종합화학이 주체로 나섰다. SK이노베이션 사상 최고 해외진출 실적이라고 불리는 중한석화를 포함, 그간 몇 년간 SK이노베이션이 성공한 해외 M&A 중 종합화학이 참여하지 않은 사업이 드물다.

업계에서는 이를 정유산업이 워낙 부침이 심한 특성을 가진 만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초점을 맞춘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1년에는 3조원에 가까운 성적을 거뒀으나, 3년만인 2014년에는 국제유가 급락으로 창사 이래 처음 적자를 내며 배당조차 하지 못한 경험도 있다. 외부 변수에 흔들리기 쉬운 정유사업과 달리 석유화학은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이 같은 행보를 결정한 것.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4년 업계 전반적으로 대규모 적자 사태가 벌어진 후 탈정유 사업에 집중했다"며 "지속적인 다각화 노력이 수익구조 개선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석유화학업계가 직면해 있는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는 피할 수 없는 형편이다. 지금은 중국이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수요국이지만 본격적인 설비 생산에 나서면 당장 경쟁국이 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최근 정유업계에서 대표적인 '효자 제품'으로 불리는 파라자일렌이다. 지난 2014년 불어닥친 과잉공급 영향 탓에 중국의 파라자일렌 생산량이 급격히 줄면서 국내 생산업체들이 지금까지 호조를 누렸으나, 최근 마진 상승으로 다시 중국에서 설비 증설이 예고돼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는 실정이다.

한편, 최근 SK이노베이션은 현재 글로벌 메이저오일사 BP가 중국 시노펙과 합작한 상하이세코에 대한 지분 인수전에도 SK종합화학을 내세워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세코의 납사분해시설(NCC)을 통해 연 120만톤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어 인수에 성공할 시 단숨에 업계 선두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BP가 기존에 인연이 있던 스위스 이네오스를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함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이 차상위로 밀려났으나, 결국 최종 인수 결정권이 있는 시노펙과 SK이노베이션은 중한석화 등 나름의 인연이 있다. 또는 시노펙이 아예 남은 지분 인수에 직접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