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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커머스 잘라낸 쿠팡, 정체성 버린 대가는?

초기사업 모델 접고 오픈마켓 전환…업계 '냉담'

백유진 기자 기자  2017.02.06 15: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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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쿠팡이 소셜커머스와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쿠팡의 결정이 타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향후 행보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애초 전망과 달리, 티몬과 위메프가 기존의 사업 방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향후 쿠팡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상황이다.

◆업계 1위의 변심에도 뚝심 위메프…이유는?

쿠팡은 지난 2일 로컬 상품의 신규 판매를 중단하고 소셜커머스 사업을 완전히 접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지역상품, 공동구매 형태의 소셜커머스로 사업을 시작했던 쿠팡이 기존의 정체성을 버리고 이커머스 기업 형태로의 전환을 선포한 것.

사실 쿠팡은 2014년부터 로켓배송 도입과 함께 이커머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해왔다. 지난해에는 여러 상품을 묶어서 소개하고 판매하는 '딜(거래)' 형태 판매를 중단했으며 최근 지역딜 상품 매출 비중은 0.2%에 불과했다.

이에 쿠팡은 마지막 남은 소셜커머스 서비스인 로컬 상품 신규 판매를 중단해 리테일과 오픈마켓 형태로만 유통 형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반면 소셜커머스 업계 1위였던 쿠팡의 파격적인 행보에도 위메프는 되레 소셜커머스의 중심분야로 불리는 지역상품 판매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9월 위메프는 지역사업을 'O2O 생활플랫폼'으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지역상품을 판매하는 지역사업부 명칭을 'O2O사업부'로 변경했다. 이미 구축돼 있는 지역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에서다.

특히 소셜커머스 초기에는 지역 상품이 맛집·뷰티 위주로 구성됐다면 최근에는 △세탁 △세차 △배관 △청소 등의 지역 생활형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했다. 지난해 1월과 비교했을 때 상품수와 참여업체수는 각각 43%, 20% 증가해 현재 위메프 지역 카테고리에는 수천여개의 지역 서비스 상품이 등록돼 있다.

◆커지는 적자폭, 줄어드는 방문자 수…오픈마켓이 '신의 한 수' 될까?

소셜커머스 업계 1위였던 쿠팡이 이커머스로의 완전 전환을 선포했음에도 업계가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쿠팡의 위기설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쿠팡의 영업손실은 5470억원에 달했다. 앞선 2014년에 1215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던 것에 비하면 450% 급증한 수치다. 2015년 당기순손실 역시 전년대비 440% 늘어 5260억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무료배송 기준액 기습인상과 네이버 쇼핑 계약 해지 등으로 인해 PC와 모바일 앱·웹 순방문자 수까지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클릭 자료에 따르면 쿠팡의 순방문자 수는 8월 1489만2982명에서 △9월 1312만5496명 △10월 1262만5241명 △11월 1158만6613명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티몬과 위메프가 각각 1204만5004명, 1152만2834명의 방문자 수를 기록한 반면 쿠팡은 1097만9760명에 그쳐 1위 자리까지 내줬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난해 10월 무료배송 기준액을 9800원에서 1만9800원으로 기습 인상한 것과 11월 네이버와 쇼핑 제휴를 중단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아울러 쿠팡의 트레이드마크인 로켓배송의 배송이 하루 이상 지연돼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진 것도 방문자 수 급감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더욱이 소셜커머스의 둘레를 벗어난 쿠팡이 온라인쇼핑 업체 중 1위로 꼽히는 이베이코리아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코리아클릭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 G마켓의 모바일 고객 유입 규모는 월 평균 1213만2913명, 쿠팡은 954만5303명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 온라인쇼핑몰업계에서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의 경계가 무너졌다는 것도 쿠팡의 오픈마켓 전환에 악수가 될 가능성도 높다.

오픈마켓인 G마켓과 11번가는 각각 '슈퍼딜' '쇼킹딜'을 통해 소셜커머스의 판매 방식인 큐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소셜커머스 업체들도 부분적으로 오픈마켓과 종합유통몰의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각 업체별 장점을 통해 수익성 강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쿠팡은 타 소셜커머스 업체들과의 차별점을 꾸준히 강조해왔다"며 "쿠팡의 이번 결정이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