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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정리 거자필반] '신입생 0명' 학과 교수들, 왜 해고 못해?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2.06 10: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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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사람은 모이면 언제고 헤어지게 마련(會者定離), 헤어진 사람은 또다시 만나게 마련입니다(去者必反). 하지만 반갑게 만나서 헤어지지 못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바로 근로고용관계인데요. 회사가 정리(會社整理)해고를 잘못한 경우 노동자가 꿋꿋하게 돌아온 거자필반 사례를 모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징계나 부당노동행위를 극복한 사례도 함께 다룹니다. 관련 문제의 본질적 해결 방안도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사용자 주장: 안녕하세요? **대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 ○○학원이라고 합니다. **대학교는 설립자가 대단히 외진 곳에 터를 잡았는데요. 학교를 세운 지 40년이 지난 지금 흔히 말하는 학교 인지도에서 많이 밀리는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지요.

과거 제2차 베이비붐세대 학생들이 학교에 원서를 내던 20년 전쯤만 해도 그런대로 버틸 만했지요. 하지만 요새는 전국의 대학입학 정원보다 고3이 더 적다는 시대 아닙니까? 당연히 우리 학교는 정원 채우기도 쉽지 않습니다.

중국 등지에서 유학생을 모집해서 벌충하는 학교들도 있지 않냐고들 하시겠지만, 그야말로 속편한 소리입니다. 장학금 명목으로 혜택을 줘야 해서 자리 채우는 만큼 학교 운영에 도움이 되지를 않아요. 그게 속칭 학교 인지도가 떨어지는 학교들이 비인기 전공 학과를 놓고 골치를 썩는 이유입니다.

결국 일부 비인기 전공 학과들의 입시 결과 학생들이 ‘0명 지원’하는 대참사가 먼저 연출되고야 말았습니다.

학교로서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생각에 폐과 초강수를 뒀습니다. A과, B과를 통합해 ▲▲융합학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워낙 순수학문 성격이 강한 세부전공을 맡고 있던 교수들에게는 나가 달라고 부탁을 했고요. 재교육을 해달라는 얘기도 있지만, 아니 교수라는 자리 자체가 세부 영역의 전문가라서 뽑은 건데, '뚝딱' 그렇게 다른 데 교육해서 앉히는 게 말이 되나요?

일자리가 없어지고 회사가 사라지면 해고가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런데 마냥 일자리를 달라는 식으로 교수들이 우기고 있으니, 저희로서도 안타까운 한편 답답합니다.

근로자 주장: 안녕하세요? 우리는 이번에 폐과된 A과·B과의 교수들입니다. 우리가 비인기 전공이고, 학교도 인기가 별로 없다 보니 천덕꾸러기 신세인 건 알고 있습니다만, 재단 측 처사가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입학 지원 신입생이 0명인 것은 송구하고, 재학생들이 거의 대부분 재수나 편입 등으로 떠나는 상황인 것도 민망하지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희 전공에 재미를 붙이고 공부를 하려는 재학생들이 극소수 남아 있고요.

무엇보다 재단 내 다른 학교나 학교의 신설 학부로 갈 수 있게 재교육 같은 것이라도 해주면 됐을 텐데, 말만 꺼내고 결국 흐지부지됐습니다. 이런 경우는 그저 속수무책 나가야 하나요? 

-대법원 2015다21554 판결을 변형·재구성한 사례

이른바 인구절벽으로 인한 '문 닫는 학교가 생기는 시대' 문제와 전통적인 '학벌사회에서의 비인기 대학-전공의 설움'이 겹친 묘한 문제입니다. 더욱이 독자들 중에는 일자리가 없어지면 결국 해고되어도 어쩔 수 없지 않냐는 분도 있을 것이고요, 그래서 위의 논쟁 자체가 여러모로 거북하거나 그야말로 "이런 문제는 답이 없다"며 막막하게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교수들에게 해고 절차의 문제란 일자리의 문제만이 아니라 학문의 자유 등까지 얽힌 복잡한 사안이라는 것부터 실마리를 풀어볼까요? 2003년에 헌법재판소에서 '구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제3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예가 있었지요.

이는 일명 '교수 재임용제'에 대한 규정이었는데요. 재임용은 자질이 부족한 교수를 걸러낸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학교 측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교수를 몰아내는 수단 즉 일종의 비정규직 솎아내기 명분으로 악용돼 왔습니다. 그래서 이때 헌법재판소는 재임용제에 대한 사전적 혹은 사후적 구제절차 규정이 없다는 부분을 들어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지적한 것이었죠.

자, 그러니까 고분고분하지 않은 교수, 혹은 더 나아가 정권에 밉보인 교수를 학교 쪽에 압력을 넣어 실업자로 만드는 수단으로 재임용이라는 허울을 악용할 가능성에 대해선 어느 정도 해결이 됐습니다.

그런데 시절이 변해서 민주사회가 된 건 좋은데, 학교에도 경영 논리가 작용하다 보니 학교 재정에 도움이 안되는 과가 없어지고, 교수도 해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게 된 것이죠.

하지만 이 경우에도, 사립학교법 제56조의 경우 제1항에 사립학교 교원은 형의 선고 등 사유에 의하지 않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휴직 또는 면직당하지 않는다고 보호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러니, 어느 학교든 간에 교칙을 갑자기 멋대로 고쳐서 과를 없애고 강좌를 없애는 식으로 교수를 내몰아서는 안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 사건이 법원으로 갔을 때, 해당 대학이 학칙을 정당한 방법으로 수정했는지에 대해서 재판부에서 특히 주목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재교육 논점에 대해서는, 대법원에서 재교육에 재단 측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소송을 제기한 교수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인기가 떨어지고, 그 부문 수요가 없어지면 고용 필요성도 끝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그 분야의 교수는 바로 해고를 해도 할 말이 없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학문의 자유 보장 시스템은 그런 냉정한 이해 구조에서 일부 예외를 요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우리가 사는 시대는 바야흐로 통섭의 시대인 만큼, 다른 부문으로 전환 배치할 필요성을 우선 찾아보고 그걸 개발하는 게 더 낫다는 반론이 더 힘을 얻은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