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인치(人治) 대신 규정과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각종 행정작용이나 준사법기능에 규정을 촘촘하게 마련하는 법안들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규정에 따른 집행을 통해 정실관계에 따른 판단 여지를 줄이고, 기록을 남겨 외부의 사후 평가를 의식하도록 하는 데 국회가 나서고 있는 것. 투명한 일처리를 담보할 필요가 높다는 국민 공감대를 다방면에 반영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장관이 특정 사건과 관련해 검찰총장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때 반드시 '서면'으로 하도록 해 기록을 남기게 한 검찰청법 개정안(이종걸 의원 대표발의)이 1월18일 제안된 바 있다.
최운열 의원이 이달 들어 내놓은 안건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증거수집 과정을 법령에 명문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최 의원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그간 기업 등에서 제기해 온 불만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공정위는 심의를 거쳐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준사법적 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막상 피심인(기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절차 근거가 법이 아닌 고시로 규정돼 있었다.
이에 따라 대면조사 수행방식이나 진술조서 작성방식 등 중요 사항을 법률로 상향하여 명문 규정으로 마련하면 절차적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병우 전 청와대 수석을 흔들어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김경진 의원은 지난해 10월 전파법에 대해 일부개정의 필요성이 있다며 안을 제출했다.
전자파 유해성에 대한 인식 제고에 힘입어 전기설비의 안전관리를 위한 기술기준에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을 포함하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전자파 인체보호기준 작성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법률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전기사업법 개정이 다시 추진 중인데, 김 의원은 이때 필요한 관련 부처간 협력체계 구축을 규정으로 확실히 뒷받침하기 위해 별도로 전파법까지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 개정 대상으로 부각돼 현재 안이 계류 중에 있다. 박정 의원이 이달 1일 개정안을 냈다. 현행법이 소상공인 및 전통시장 지원을 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설립하도록 했지만, 막상 영세규모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및 실태조사에 관한 내용이 없어 문제라는 게 박 의원이 개정 작업에 나선 이유다.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해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법률적 근거를 신설하는 게 주요 입법 목적이다.
이들 안건의 처리 경과에 따라 내부적 지침이나 행정청의 자체 고시 등으로 이뤄져 온 활동이 차차 법률 형식으로 버뀌고 각 기관이나 관계 공무원의 재량 여지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층 엄정하고 투명하게 시스템 운영이 이뤄지는 사회가 되는 단초가 열릴지 국회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