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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택배업체 '미씽나인'은 최저임금?

CJ대한통운·한진택배 등 물류센터 근로자 홀대 '너무해'

이수영 기자 기자  2017.02.03 17: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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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작년 국내 택배물량이 사상 처음 20억개를 돌파했다. 택배물동량이 증가할수록 업체 매출 역시 크게 불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10년 2조9900억원이었던 택배업계 매출은 지난해 4조7444억원으로 63%나 늘었지만 반대로 택배 단가는 계속 하락해 지난해 역대 최저치인 2318원을 기록했다. 단가하락의 짙은 그늘에 덮인 것은 택배기사와 터미널 상하차 작업 인부 등 평범한 근로자들이다.

◆간접고용이 부른 구조적 악순환

심지어 주요 택배사들이 하도급(아웃소싱)업체를 통해 간접고용 방식으로 물류센터를 운영하면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거나 각종 수당을 떼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지만 대기업 계열의 택배사들은 하도급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다.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고용노동부는 택배물류업종 사업장 250곳에 대한 근로감독에 나섰다. 그 결과 CJ대한통운(000120) 포함해 6개 업체에서 550건 넘는 노동관계법(근로기준법·파견법 등) 위반사실이 적발됐다.

CJ대한통운을 비롯해 △한진택배 △롯데로지스틱스 등 3개 업체 물류센터에서 최저임금법 위반과 함께 기타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음이 드러났고 △로젠택배 △KGB택배 도 지역 물류센터 내 파견법 위반과 수당미지급 사실이 드러났다.

2015년 말 기준 CJ대한통운이 41.3%의 시장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고수하는 가운데 이들의 점유율을 합치면 80%를 훌쩍 넘는다. 결국 국내 택배시장 주요업체 상당수가 근로자에게 ‘불친절’했다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택배 물류센터 작업은 엄청난 노동 강도와 장시간 근무로 악명이 높다. 하루 12시간 근무가 보통이고 터미널에 따라 휴식시간은 40~50분 정도에 불과하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야간근로수당과 연장수당을 포함해 적어도 하루 10만7000원이 근로자 주머니로 들어가야 맞다.

그러나 실제 근로자들이 손에 쥐는 돈은 8만~9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최저임금법을 지키지 않은 업체들에 대한 비난이 커지자 해당 택배사들은 앞다퉈 해명을 내놓았다.

◆1등부터 줄줄이 '불친절'한 원청 택배사

한 업체 관계자는 "원청인 택배사는 현장 인건비로 1인 평균 일급 10만~11만원을 지급하는데 1~2차 하도급 업체들이 여기서 수수료를 떼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언뜻 생각하면 인력을 조달하는 도급업체들이 수수료 욕심에 근로자 임금을 갉아먹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달랐다. 애초에 택배사가 근로자 임금을 최저임금법이 아닌 '시가'로 산정하고 있음이 본지 취재결과 확인됐다. 최근 구직사이트 등에서 통하는 택배상하차 일급은 8만5000원선이다.

'알바몬' 등 주요 구직사이트의 관련 공고 역시 각종 수당 등이 제외된 8만5000원의 일급이 게재돼 있다.

이에 대해 알바몬 관계자는 "시스템에서 최저시급 기준 미만이면 공고등록을 아예 할 수 없지만 상세내용은 일일이 눈으로 모니터링해야 잡아낼 수 있어 잡아내기 쉽지 않다"며 "관련 모니터링 인력을 늘려 해당 업체들은 걸러낼 계획"이라고 응대했다.

그러나 본지가 확보한 한 도급업체 내부 문건에 따르면 상당수 택배사들이 비슷한 임금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택배사가 근로자 몫으로 지급했다는 일 10만~11만원은 사실 도급업체에 따로 줘야할 관리자 수당과 각종 사건사고에 대비한 리스크 비용이 포함된 가격이다.

결국 대형 택배사가 원청의 지위를 이용해 '최저임금' 안에 도급업체 수수료까지 얹어 원가를 절감했다는 뜻이다.

또 다른 도급업체 관계자는 "원청에서 '시가대로 하자'고 하면 거부하기 어렵다"라며 "계약해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각종 비용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물류현장은 사고가 잦은 편으로 만약 근로자가 다치거나 결원이 생겨 긴급인력을 투입한다면 비용은 원청이 아닌 도급업체 몫이다.

고용노동부가 대대적인 관리감독에 나섰음에도 택배사들은 여전히 도급업체에 책임을 미루고 있다. 오히려 최저임금법 준수 관련 지적을 피하기 위해 문서상 꼼수를 부린 정황도 포착됐다.

◆비용 내역으로 책임 전가하려 '꼼수'

업계에 따르면 A사는 작년까지 도급업체에서 최종단가견적서를 받을 때 근로자에게 드는 직·간접비용 및 운영비 등이 포함된 세부 산출내역서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최종비용만 표기된 견적서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 산출내역서에는 근로자에게 최종 지급된 임금을 기준 삼아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원청은 이를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최종비용만 표기된 견적서의 경우 원청이 '몰랐다'고 버티면 법망을 빠져나갈 구실이 된다.

실제 A사가 접수한 견적서에는 세부 산출내역이 전무하지만 '당사는 근로기준법 및 노동관계법 등 관련 법령을 모두 준수하여 견적을 산출하였음을 확인합니다'라고 명시돼 있을 뿐이다.

아울러 해당 기업은 지난달 31일 도급업체에 보낸 공문에서 △2차 재하도급 금지 △휴게시간 준수에 대한 협조를 구하면서도 최저임금법 준수, 수당 등 금전적인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런 식의 구조적 문제는 일견 택배 업계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원청과 하청, 다시 근로자로 이어지는 악순환 속에서 노동의 대가는 철저히 수요와 공급의 논리로 결정되곤 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의 가치는 물론 인간의 가치까지 추락하고 있지 않은지 되물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