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해 호된 한파에서도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나홀로 호황'을 누린 석유화학업계는 올해 전망도 밝다. 이에 맞춰 업계는 시기적 훈풍을 타고 곳간이 가득할 때 미리 겨울철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6일 업계에서 제일 먼저 실적발표를 마친 LG화학(051910)은 4671억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연간 매출액은 20조6593억원, 영업이익은 1조9919억원이다. 전년에 비해 매출(2.2%)과 영업이익(9.2%) 모두 늘었고, 특히 이번 영업이익은 최근 5년 중 최대 실적이다.
롯데케미칼(011170)은 2일 실적발표에서 지난해 매출 13조2235억원, 영업이익이 2조5478억원으로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떨어지나 영업이익은 업계 부동의 1위였던 LG화학을 크게 앞섰다. 이미 지난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전체 영업이익을 초과한 롯데케미칼은 기존 최대였던 지난해 영업이익을 1조원 이상 넘어섰다.
지난해 정부에서 석유화학산업을 공급과잉업종으로 지정하고 사업 규모를 줄일 것을 주문했으나, 업계 전반적으로 실적이 컨센서스를 훌쩍 상회하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간 상황이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불안요소가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이 줄지 않고 있는 데다 외부에서는 트럼프가 나선 관세 장벽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금호석유화학(011780)의 경우 전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상승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됐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내용이 좋지 않았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564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일 알렸다. 이는 전년대비 4.6%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주요 제품인 합성고무의 원재료인 부타디엔 가격은 급증한 데 반해 수요는 약세를 보이면서 수익성이 기대보다 약화됐다. 이 같은 원료값 상승이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금호석유화학의 단기간 실적개선도 힘겨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에 더해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산 화학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물리기로 한 것 역시 또 다른 불안요소다. 지난달 27일 미국 상무부가 LG화학과 애경화학이 생산해 수출하고 있는 가소제 제품이 공정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판매됐다며 3.96~5.7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것.
수치는 높지 않으나 트럼프 정부가 한국산 화학제품에 최초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것으로 향후 제품군이 확대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소제 외에도 미국 업체들이 한국산 합성고무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대내외 요인에 취약점이 많은 산업 특성상 업계는 두둑한 곳간을 바탕으로 투자 확대를 통해 미래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사업 진출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LG화학은 업계 1위답게 고부가가치 제품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여수공장에 250억원을 투자해 연 400톤의 탄소나노튜브를 생산하는 전용 공장을 구축한다. 이외에도 지난해 공급과잉품목이었던 PS제품 생산라인을 고부가가치 제품인 ABS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범용제품을 중심으로 생산하는 롯데케미칼은 일단 지난해 호실적의 기반이었던 에틸렌 설비를 20%가량 증설한다. 현재 에틸렌 시황이 좋은 만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최대한의 이익을 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잠시 주춤했던 해외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싱가포르 석유화학기업 주롱아로마틱스(JAC) 입찰전에 뛰어든 상태다. 국내에서는 한화토탈이 경쟁자며, 해외기업 3~4곳도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전언이 들린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6월 2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 화학기업 엑시올을 인수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당시 그룹사에 대한 검찰수사로 무산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마다 대응전략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상황이 좋을 때 미리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며 "올해에도 마진이 높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불안요소가 많기 때문에 더욱 굳건한 미래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