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주요 상장사가 일제히 실적을 공개하자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IT업종이 호조를 이어간 반면, 내수시장에서 고전한 현대차 등 필수 소비재 업종은 일회성 비용을 반영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시가총액 5000억원이 넘는 상장사 가운데 56개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상장사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고 매출액은 2.1% 늘어났다.
유가증권 전체 상장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0조원을 무난하게 돌파하며 최근 5년래 가장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는 비용 절감 중심의 성장 추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며 관련주 상승을 이끌었다. 디스플레이 업체의 호실적도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김요한 유화증권 연구원은 "IT 업종은 반도체 쪽에서 디램과 낸드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상승했다"며 "디스플레이 쪽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요 증가와 우호적 환율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5거래일 연속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36% 증가한 2조1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PC재고 수요가 모바일 비수가 영향을 상쇄하고, 메모리 가격 역시 타이트한 재고로 큰 폭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현대차를 비롯해 자동차 업종을 포함한 경기소비재 업종은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특히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 건설비용을 대기 위해 멕시코산 제품에 최대 20%의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충격파로 작용했다.
멕시코에 공장을 가진 현대모비스(012330)와 기아자동차(000270) 낙폭이 현대자동차(005380)보다 컸던 이유다. 현대모비스가 현지에서 모듈과 램프를 생산하면 기아차가 완성차를 조립해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다. 그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멕시코산 자동차엔 관세가 붙지 않았지만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현실화되면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미국이 지난 27일 한국산 가소제(DOTP)에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에 애경유화(161000) 롯데케미칼(011170) 한화케미칼(009830) 등 화학주도 급락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1주일 만에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나'라며 의심하던 공약을 실제로 이행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보호무역에 대한 언급이 나올 때마다 자동차 기계 화학 철강 등의 수출업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업종 등의 피해는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은 미국 기업들도 함께 피해를 볼 수 있고 몇 년에 걸쳐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국내 증시에 영향을 주기 힘들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