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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 30년 공무원의 모습…신안군 후배들 뭘 보고 배우나

나광운 기자 기자  2017.02.02 14: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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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폭군 걸왕의 개도 성왕 요임금을 보면 짖는다는 뜻의 걸견폐요(桀犬吠堯)는 윗사람이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아랫사람을 진심과 믿음으로 대하면 아랫사람은 자기 상관에게 충성을 다하게 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사회생활에서 서로가 어우러져 조직을 일궈나가는 데 있어서 후배들에게 선배가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공감하는 큰 교훈일 것이다.

선배란 모든 조직에서 지위나 배움이 앞선 사람으로서 후배들에게 그 경험만큼 후배들을 이끌어 시행착오를 줄이고, 스스로 올바른 길을 걸으며 어떠한 분야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래서 선배의 앞선 경험을 '복사(카피)'로 비유하기도 한다. 모쪼록 선배란 후배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줘야 한다.

필자는 '비에 젖은 낙엽처럼 살아가는 아픈 공무원'이란 글로 700여 신안군 공직자가 조직에 적응해 나가는 현실을 다룬 적이 있다.

신안군의 700여 공직자는 대부분이 섬을 근무지로 삼고 생활하는 경험을 갖고 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사랑도 잃고, 가족과 친구도 잊고, 수많은 시간을 섬에서 사회생활의 경험을 쌓게 된다. 조직이라는 한정된 틀에서 경험을 쌓는 셈이다.

틀에 박힌 조직에서 한정된 사람들과 생활하는 초년생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겪고 앞서 나가는 선배들의 당당함에 동기부여를 받고 그들의 성공적인 조직생활을 복사하고 비유해 가며 훗날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며 조직에서의 성공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최근 공무원 조직의 문화는 선배들이 경험해 온 만큼 단합과 가족애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 대부분 선배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그만큼 조직문화가 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선배가 바라보는 후배들은 이기적인 개인 주의자로 비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선배는 후배가 조직에 적응해 나가는 올바른 방법을 이해하고 복습해 나갈 수 있도록 경험을 충분히 살려 대화와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후배가 어려운 분야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고 개인의 생각을 선배에게 개진하는 것을 귀찮게 여기며 덜떨어진 사람으로 치부해 버리는 못된 선배들은 결코 성공한 조직의 선배로 남을 수 없을 것이다.

선배의 입장에서 꼭 임무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후배를 사랑하고 조직을 사랑하는 마음은 강해져야 한다.

선배는 후배를 이끌어 나가는 리더십과 조직을 관리할 줄 아는 리더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조직의 리더는 책임감을 가지고 앞장서서 조직을 이끌어야 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후배의 잘못된 실수도 자신의 경험과 사랑으로 감싸주고 인도하는 책임감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필자가 지켜본 30년 공직생활의 한 선배가 보여준 모습은 이 모든 사랑을 주고 있는 여러 선배들과 후배들에게 아픔의 상처를 주고 있다. 자신이 경험한 30년의 경륜이 조직을 거쳐간 많은 선배들에게 누가 되는 결점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지, 서글픈 모습으로 필자의 눈에는 비쳤다.

본인이 30년의 공직생활을 했다는 이유 하나로 남들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기를 원하고 자신의 생각대로 근무여건이 맞지 않다는 핑계를 대어 많은 후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위 상사에게 삿대질과 육두문자를 섞어 항변하는 선배의 모습. 아, 30년 후를 그려보는 후배들에게 그가 닮고 싶은 모델일까? 후배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스스로 반성해 보아야 한다.

신안군에는 그만이 30년 공직생활을 해온 것은 아니다. 많은 선배들이 앞서 그 길을 걸어왔고 후배들도 30년 공직생활을 천직으로 여기며 묵묵히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 하면서 가족을 지켜왔고 조직을 지켜왔으며, 후배들을 사랑하고 격려하면서 조직에 적응해 오고 있다는 것을 명심 또 명심하고 잊혀 지지 않는 선배로 남아야 할 것이다.

많은 후배들이 자신과 조직을 위해 맡은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훌륭한 조직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30년 경험의 큰 재산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선배이기를 후배들은 바라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