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신동주-동빈 형제 간 대결'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에는 대출자금의 향배를 둘러싼 형제들의 행보가 관심을 모은다. '실탄 사용법'을 놓고 특히 신동빈 회장의 롯데제과(004990) 관련 움직임이 주목된다. 복잡하고도 정교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 동생(신 회장)은 모두 롯데쇼핑(023530) 지분을 담보로 거액의 대출을 받은 바 있다. 이들이 주식을 담보로 빌린 자금의 사용처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아직은 전체적으로 예비자금으로 남아있어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23~26일 롯데제과 보통주 4만180주를 사들였다. 신 회장의 롯데제과 보유 주식수는 1124만8500주에서 128만8680주로 늘었고, 지분율은 8.78%에서 9.07%로 확대됐다. 신 전 부회장과의 롯데제과 지분율 격차는 5.11%포인트로 더욱 벌어지게 됐다.
신 회장으로선 롯데쇼핑 지분 100만주를 담보로 1000억원가량을 대출한 것 중 이번엔 약 80억원이 소진된 것이므로, 전체 실탄 중 9/10 이상이 남아있다.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자금을 쓴 신 전 부회장 측도 담보 인정비율에 따른 최대금액을 감안하면서 1000억원가량의 실탄을 수중에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한 전쟁이 언제고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쇼핑·케미칼·호텔 그리고 롯제제과 역할론 부각
형제 간의 대결과 그 이후 본격화된 신격호 총괄회장과 차남 간 갈등, 검찰의 대대적 수사 등으로 '신동빈 롯데호'는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바꿀 숙제를 안게 됐다.
또 사회적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지주사 전환 등을 추진해 '반도체 회로기판보다 더 복잡하다'는 비판을 받던 구조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다만, 이 와중에 신 회장의 경영권 강화까지 함께 풀어야 하는 '이중주 연주'가 필요하다.
우선 유통, 화학, 호텔(및 서비스) 그리고 식품 등으로 사업 부문을 나누는 구조 개편 가능성이 점쳐진다. Business Unit(즉 BU)화를 통한 관리에는 중간지주 역할이 강조된다. 롯데쇼핑,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 그리고 롯제제과의 역할론이 부각되는 것이다.
그동안 악명높던 순환출자구조 중 상당 부분은 해소됐다. 지난 2015년 416개이던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현재 67개로 줄어든 상태다. 주력 계열인 화학은 순환출자 고리에 포함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계열 분리 등이 용이하다. 하지만 다른 영역은 사정이 좀 다르다.
결국 계열사 지분을 많이 보유한 회사들의 처리 문제에 관심이 모아진다. 롯데쇼핑, 롯데제과 등은 분할, 합병 등 다양한 지배구조 전환을 위한 블럭 조립에서 이리저리 빼고 더하는 작업 대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모듈 작업'의 방안으로는 이들 회사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각 계열별로 투자회사를 합치는 방법 등이 구사될 수 있다. 이런 투자회사를 뭉쳐서 합병회사 만들기 방안은 특히 신 회장의 지배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최종적으로 '롯데 2세 경영 본격화'의 꽃은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의 합병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점에서 보면, 롯데제과 관련 이슈는 상대적으로 작아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신 회장이 불구속 상태지만 재판을 받는 터라 각종 상장이 필요한 이들 문제까지는 처리에 한 템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해석이 따른다. 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로 대표이사가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를 가정하면 호텔롯데 상장에 한국거래소의 3년 제한 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 것.
굳이 이 문제가 아니더라도, 자금의 일본 유출 논란 등이 남아있다. 호텔롯데는 일본롯데홀딩스와 광윤사 등의 '저쪽 주주들'의 지배를 받고 있다. 상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신 회장의 지배력도 강화하는 한편, 일본으로의 국부 유출 논란을 잠재우는 여론 돌리기 작업이 모두 딱 맞아떨어지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결국 그 방안이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의 합병이고, 그 시기가 무르익고 제반 작업이 모두 완결되는 데에는 3~4년이 걸릴 수 있다는 해석은 그래서 나온다.
다시 이야기를 순환하는 고리 문제로 되돌려보자. 현재 남은 고리 중 63개는 롯데쇼핑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시작되며 대부분 5~7개의 계열사를 거쳐 다시 롯데쇼핑으로 끝나는 구조, 결국 이런 상황에서 롯데쇼핑이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된다.
◆꽃은 롯데쇼핑, 그 뒤에 롯데제과가 보인다?
다만, 롯데제과의 경우도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현재 중간지주 역할을 한다는 평가도 꾸준하다. 더욱이 해외 사업 등이 작용한 좋은 성적표로 인해 다난한 그룹 사정에서 든든한 효자 종목이라는 평판도 있다. 아직도 복잡한 롯데그룹 순환출자 고리 67개 중 54개에 롯데제과는 이름을 올리고 있다.
롯데칠성(19.29%), 롯데푸드(9.32%), 롯데쇼핑(7.86%)의 지분을 갖고 있는 점도 이 같은 복잡한 갈등 와중에서는 더 매력도를 높인다(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나 오너 일가로서나)는 분석이다.
박애란 KB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하순 한 보고서를 통해 "전환 방식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으나 롯데제과는 식품 지주사로서의 입지와 보유 지분 가치가 부각될 전망"이라고 말한 바 있다. "롯데제과가 코리아세븐, 롯데리아 등 장부가 기준 3283억원 규모의 비상장 주식뿐만 아니라 비상장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롯데칠성, 롯데쇼핑 지분도 보유 중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 같은 전망의 이유다.
무엇보다 롯데쇼핑은 식품 계열사 3곳 중 롯데푸드(3.45%)의 지분만 들고 있다.롯데쇼핑은 또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보유 비중이 크고 서로 간 지분 격차도 크지는 않다(13.46% vs 13.45%). 꽃은 꽃이고, 이를 둘러싼 형제간 실탄 사용이 최종적으로 일어날 여지도 높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주력 중 하나인 식품 영역을 쥐기 위해서 핵심인 롯데쇼핑의 지분도 갖고 있는 롯제제과에 신 회장이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평가다.
롯데쇼핑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린 이야기는 다시 롯데쇼핑으로 돌아간다. 롯데쇼핑 장악력 경쟁의 포석을 까는 데 이렇게 여러모로 롯데제과가 필요한 셈이다. 단순한 연결 과정 중 하나가 아니라, 똑똑한 다목적 블럭이라 그 활용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더 많이 나오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