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 경영진은 물론이고 현직 CEO까지 겨냥하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과 대우조선해양(042660)과의 불편한 동거가 어느새 8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미니 중수부'라 불리는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해체 후 검찰의 수사역량을 강화하고자 추진됐다. 특수단은 여론을 의식한 듯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을 첫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작년 6월 서울 다동 사옥과 옥포조선소 등의 압수수색부터 현재까지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남상태·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 김갑중 전 부사장,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배모 전 딜로이트안진 이사 등 일련의 경영비리에 책임이 있는 인사를 구속기소하고, 다른 관련자들도 불구속 상태로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1차 책임자 남상태·고재호 "네 탓이오"
지난 6월 수사에 착수한 이후 특수단은 가장 먼저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규모를 가리는 데 집중했다.
이에 2008년부터 2012년까지 CEO를 역임한 남상태 전 사장과 이후 실질적인 분식회계가 일어났던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대우조선을 이끌었던 고재호 전 사장을 각각 7월에 구속기소했다.
또 실질적으로 분식회계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갑중 전 부사장도 구속했다.
앞서 대우조선은 정성립 사장의 취임 후 '과거와의 단절'을 선포하며 전임 경영진 시절 발생했던 손실을 당해 회계에 반영하는 빅 배스를 단행함으로써 2015년 2분기 영업손실 3조31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때문에 이전 년도에 대해 회계조작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으며, 회사 내 감사위원회도 전 경영진에 대한 부실경영 책임여부에 대한 조사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결국 대우조선은 2015년 5조505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4409억원의 이익을 봤다고 공시했던 2013년 재무제표를 7784억원 적자, 4711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던 2014년은 7429억원 적자로 수정해 회계분식이 일어났음을 간접 인정했다.
특검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고 전 사장의 재임기간 일어난 회계비리 규모는 약 5조7000억원 이상이다. 아울러 고 전 사장은 회사 신용상태를 담보로 21조원대의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 또한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고 전 사장과 남 전 사장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다. 남 전 사장이 자신의 재임 기간 직접적인 회계비리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고 전 사장은 자신은 그저 남 전 사장 시절 저가 수주 탓에 분식회계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2차 책임자 "관리 소홀…오히려 더 하라 부추겨"
특수단은 또 남 전 사장의 경영비리 정황을 파악해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의 유착관계 수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남 전 사장의 동창으로 당시 대부분의 일감을 수주한 정준택 휴맥스해운항공 대표가 구속됐으며, 유명 건축가인 이창하씨에게 임차료 명목으로 100억원 상당의 부당 금액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아울러 남 전 사장은 자신의 연임을 위해 민유성 당시 산업은행장과 밀접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에게 특혜성 계약을 몰아줬으며, 강만수 전 행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과 함께 박 전 대표에게 호화 접대를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대주주 산업은행 역시 대우조선을 관리·감독하기는커녕 오히려 주도적으로 경영부실에 관여했다며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을 두 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을 청구한 끝에 결국 구속시키기도 했다. 강 전 은행장은 부실기업에게 부당대출을 지시하고 지인 기업에 이권을 몰아준 대가로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다.
민유성·강만수 전 행장 등 산업은행 관계자들은 대우조선 비리와의 관계성에 대해 부인했으나, 산은 퇴직임원들이 대우조선을 퇴직 후 내려가는 등 전관예우가 빈번히 발생해왔다.
산업은행 재무관리본부장을 역임한 후 대우조선으로 이동해 회계장부 조작을 직접 지시한 김 전 부사장이 대표적이다. 또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은 대우조선에 대해 이미 분식회계 의혹이 여러 번 지적됐던 지난 2015년 10월 청와대에서 서별관회의를 개최해 4조2000억원 규모의 지원방안을 마련하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더해 검찰은 지난해 11월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를 눈감은 혐의로 배모 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이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상 주의·감독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회계법인을 기소하기도 했다. 이는 임직원이 아닌 법인이 직접 기소된 '최초'의 사례다.
안진 기소는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의 고의가 인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 2015년 정 사장이 '빅 배스'를 시행할 때 오히려 전년과 같은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할 것을 권고하는 등 오히려 회계법인이 적극 범행에 가담했다는 정황이 알려졌다.
◆수사 마무리? "현 경영진도 불안"
지난달 19일 고 전 사장은 1심에서 검찰이 기소한 혐의가 일부 인정돼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유남근)는 고 전 사장이 2012년을 제외한 2013~2014년 분식회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검찰이 구형한 10년형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 전 부사장은 7년형을 받았다.
남 전 사장 연임 로비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표는 지난 24일 징역 7년을 구형받았으며, 같은 날 남 전 사장은 263억원 규모 배임 및 뇌물공여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수사의 칼날은 현직 대우조선 경영진과 서별관회의로 향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검찰은 정 사장이 빅 배스를 단행한 후에도 2015년 영업손실 규모를 1200억원가량 축소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소환조사했다.
특수단은 자본잠식률이 50%를 초과하면 주식시장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런 회계사기를 지시했다는 추정을 했다. 실제로 당시 대우조선의 자본잠식률은 48%로 아슬아슬하게 지정을 면했다.
특수단은 지난해 참여연대가 고발한 청와대 서별관회의 의혹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특수단 주변에서는 정 사장이 기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시각은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수단은 첫 사건인 만큼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할 것"이라며 현 대우조선 경영진 기소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어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지금 대우조선은 가뜩이나 수주 소식이 없어 어려운 상황인데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