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연초 신년 계획을 세우며 작년에 세운 목표 세 가지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재취업, 한국코치협회 인증 코치자격 취득, 그리고 다이어트. 이 중 한 개는 이루었고, 한 개는 진행 중, 마지막인 코치자격 취득은 실패했다.
취업, 그것도 대한민국 제일의 코칭 펌 '코칭경영원'에서 일하는 컨설턴트로 취업했으니 대 성공. 코칭 기본과정과 심화과정을 이수했고, 코칭을 시작한 지 5년이 넘었다. 협회 인증 코치 자격인 'KPC시험'에 두 번 응시했다.
주위의 합격 예상에 민망하게 결과는 두 번 다 '불합격'이었다. 회사 송년행사가 한창이던 작년 12월의 월요일, 나는 두 번째 불합격 통지를 받고 큰 충격에 빠졌다. 첫 번째는 운이 없어서 그랬다 치더라도 두 번째 본 시험에서도 탈락이라니. 뒤통수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내 상자 속으로 움츠러들었다. 심사위원이 공정하지 못했고, 고객의 주제가 너무 어려웠고, 심지어는 '협회의 음모에 희생당했다'라는 핑계까지 만들었다. 씩씩거리고 분한 마음에 입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받아들여야 할 엄연한 '현실'이다. 문득 자극이 왔을 때 'Stop, Think, Choose'로 반응을 주도적으로 선택하라는 스티븐 코비박사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 떠올랐다.
과연, 불평하기를 멈추자 문제가 보였다. 가만히 생각해봤다. 사실 내가 급하게 KPC 재시험을 본 건 얄팍한 '이유'가 있었다. 올 해부터 KPC 실기시험이 기존 15분에서 20분으로 바뀐다는 말에, 서둘러 끝내겠다고 무턱대고 접수부터 한 것이다.
첫 시험에 떨어진 게 작년 5월경인데, 지난 7개월 간 얼마나 열심히 코칭 역량을 향상 시켰냐고 묻는다면? 글쎄다. 이런 저런 이유로 거의 비등한 실력임에 분명하다. 실기 재시험 비용이 20만원인데 그 돈이면 겨울코트 하나를 장만 했겠거니 생각하니 아까운 마음이 든다.
그러고 보니 첫 시험 접수도 비슷했었다. KPC 응시기준이 실 코칭 시간 100시간에서 200시간으로 바뀐다고 한 마지막 차수에 나는 겨우 턱걸이로 100시간을 채우고 접수했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져서 일까? 코칭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나로서는 타격이 크다. 실질적, 정신적 상처를 모두 입었는데 가장 큰 건 '자신감 상실'이다. 두 번의 불합격을 마주하게 되니 나랑 코칭이랑 원래 안 맞았던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지진아가 된 느낌이다. '내가 이러려고 코칭 시작 했나' 자괴감이 들기도 했었다.
얼마나 코칭에 대해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했는지도 반문해보았다. 과연 '코칭'에 대해 진정성이 있었는지, 절실했는지, 노력했는지. 깊은 한숨이 나오며 부끄러워진다. 동네방네 억울하다고 떠들었던 모습이 뒤늦게 보여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사실 '코치 자격'이란 코칭을 하는데 필요한 기본 역량이 검증되었다는 추인(追認)일 뿐, 코칭 경험과 실력이 쌓이면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그런데 앞 뒤 순서가 바뀌었다. 코칭 경험을 쌓기보다는 제도가 바뀌기 전에 얄팍한 꼼수로 자격을 따기 위한 몸부림을 치다가 시간, 돈, 열정을 낭비한 셈이다.
코치는 늘 경청, 질문하고, 성찰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데, 한 해 계획을 세우면서 깨달은 부끄러운 성찰이 새로운 의욕이 된다.허성혜 코치 / (현) 코칭경영원 선임연구원 / (전) 한국코칭센터 선임연구원/ (전) 굿네이버스 홍보마케팅 대리 / 저서 '(ebook)투루언니의 직장생활 생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