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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벤토탐방] 한국음식이 유래 '야키니쿠 벤토'

"벤토 알면 문화 보이고 문화 알면 일본 보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기자  2017.01.31 10: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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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야키니쿠(焼肉)'는 일본인들이 남녀노소할 것 없이 즐기는 육류요리다. 주로 소의 살코기나 내장 부위에 '타레(양념간장)'를 묻혀 석쇠 같은 불판에 구워 먹는다.

먼저 생고기를 구워 낸 후 타레에 찍어 먹는 방법도 있다. 보통 양파나 피망, 옥수수 같은 야채가 곁들여진다. 조리의 열원(熱源)으로는 숯이나 '톱밥 탄(炭)'을 많이 사용한다. 

일본어 야키니쿠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고기를 굽는 요리 전반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난 1872년 '서양요리통'이라는 책에서 '바비큐'를 번역한 말로 처음 등장한다. 또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불고기의 일본버전이다.  

일본에는 메이지유신 무렵까지 육류를 먹는 문화가 없었다. 1868년 메이지유신이 성공하며 서양의 도축기술이 들어오고 코베(神戸)항 주변에 밀집했던 도축장이 식육문화 발신기지가 된다.  

당시 서양식이라면 어느 것이나 받아들이던 군대조직이 육식문화 보급에도 앞장섰다. ​1910년 한일합방이 되고 많은 조선인이 일본에 건너간다. 

그중 장혁주(張赫宙)라는 일본 문단에 이름을 날린 작가도 있었다. 그는 1933년 '권(權)이라는 남자'라는 소설을 통해 불고기를 소개한다. 조선왕조 궁중음식 불고기는 이렇게 일본에 데뷔한다. 

​일본 총무성이 정한 업종 분류방식에 따르면 야키니쿠 식당은 '동양요리'를 제공하는 곳으로 돼 있다. 여기에 서양식 스테이크는 포함되지 않는다. 불고기가 국적불명 요리로 전락한데에는 한반도 분단이라는 슬픈 역사가 있다.

1945년 패전을 전후해 일본 곳곳에 불고기를 주 메뉴로 하는 조선요리집이 등장한다. 전국이 식량난으로 곤란을 겪을 때 소나 돼지의 부산물까지 활용하는 조선요리는 아마도 일본인들에게 구세주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던 중 1950년 6.25가 터지고, 동포사회는 남북으로 갈라진다. 불고기를 '조선요리'로 고수하려는 북측과 '한국요리'로 바꿔야 한다는 남측 주장이 대립한다. 호칭 논쟁에 휘말린 불고기는 결국 일본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야키니쿠라는 명칭으로 통일된다. 

불고기가 김치나 비빔밥처럼, 일본어 보통명사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다. 야키니쿠는 불고기가 일본 식문화에 맞게 설계된 요리다. 

불고기와는 조리방식에 차이가 있고 맛도 좀 다르지만, 요리의 발상은 대동소이하다. 일본에서는 갈비·등심구이·곱창구이·간천엽 등도 폭넓게 야키니쿠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돼지고기나 양고기를 제공하는 야키니쿠집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세는 쇠고기다. 1991년 쇠고기 수입자유화 이후 야키니쿠 소비계층과 소비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본 야키니쿠협회는 8월29일을 '야키니쿠의 날'로 정해 사회공헌 활동과 함께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 '야키'의 '야'는 8, '니'는 2, '쿠'는 9와 발음이 유사하다.

외식분석 전문 사이트 'food-news.info'는 앞으로도 야키니쿠 소비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야키니쿠 벤토는 어느새 전문점이나 편의점에 빠져서는 안 될 중요메뉴로 자리 잡았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