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노동과정에서 업무상 사유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는 것을 산업재해라고 합니다. 사고의 경우는 입증이 그나마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업무상 질병의 승인율은 전체 신청 대비 45.1%(2014년 노동부)에 불과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감인 셈이죠. 하지만 이런 산재 사고와 질병 연구를 파고드는 이들도 있습니다. 산재 전문 노무법인들인 '소망''태양' 그리고 '산재' 소속의 전문가들이 번갈아 산재 노하우와 소회를 적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음주율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압도적이다. 원래 술을 좋아하는 국민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릇된 회식문화가 일조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한 달 평균 2회 이상의 회식을 갖는다.
회식은 업무 스트레스를 풀고 구성원 간의 친밀도를 높여주는 장점이 있지만, 다 같이 마시는 회식문화가 팽배하니 문제다. 술을 못 마시거나 좋아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업무의 연장이며 그 자리 자체가 큰 곤욕이다.
더욱이 술은 사람의 판단력과 신체능력의 저하를 가져오기 때문에 음주 후의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회식 중 또는 회식 후 귀가 중에 발생한 사고가 과연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는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을 규정하면서 1호 라목에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준비 중에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 사고'임을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동법 시행령 제30조에는 행사 중의 사고를 더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회식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하는 '행사'에 포함될 여지가 크다.
다만, 참석자들의 사적이거나 자의적인 유흥행위에 지나지 아니할 때에는 업무수행성이 인정될 수가 없고, 회식이 업무의 연장 또는 업무의 원활을 기하기 위한 것이어야 업무상 재해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즉, 회식 중 또는 회식 후의 재해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음의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사업주가 회식을 계획, 주관하고 소요 경비를 지급하였을 경우(예: 법인카드 사용 등)다. 둘째, 회식의 참석이 강제성을 띄는 경우. 셋째, 재해를 야기한 행위가 근로자의 사적행위가 아닐 것(평소주량, 자발적 음주여부 등을 따져야 한다). 넷째, 거래처의 접대 등 업무의 연장인 경우. 다섯째, 참석자의 사적 유흥 내지 자의적인 행위가 아닐 것 등이다.
판례는 회식으로 인한 사고가 업무상의 재해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사고의 행태와는 상관없이 사업주 지배(관리) 하의 회식이라면 대체적으로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미 판시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거래처 직원들과 회식을 마친 뒤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다가 지하철 선로에 떨어져 사망한 경우 △연말 송년회자리에서 과음한 후 혼자 귀가하던 중 주거지의 현관 계단에서 넘어져 사망한 경우에서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판례의 주된 요지는 사업주 지배·관리하의 회식 과정에서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해 음주를 한 나머지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렀고, 그것이 주된 원인이 돼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입게 됐다면 회식 중의 음주로 인한 재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대법 2008두12535, 울산지법 2013구합394).
단, 과음행위가 사업주의 만류 또는 제지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자신의 독자적이고 자발적인 결단에 의해 이뤄졌다거나, 회식 또는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무관한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재해가 발생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회식에 따른 사고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 이유는 회식의 강제성, 과음 원인에 대한 입증 등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식이 원인이 된 재해는 재해를 입은 과정에 대한 객관적인 입증이 가장 중요하므로 산재 신청 전에 이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정기수 노무법인 산재 영월강원지사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