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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루밍 대세 깬 미니백화점 전쟁, 가로수길이라 가능?

롯데 vs AK, 부지런한 소비자 공략…까다로운 소비1번지서 선전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1.25 18: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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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가로수길로 대변되는, 이른바 신사동 상권을 둘러싸고 롯데와 AK플라자가 치열한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일명 미니백화점과 편집숍 등 키워드로 표현할 수 있는 형식의 복합점포를 세우고 소비자 잡기에 나서는 것.

미니백화점은 오랜 불황 등 소비 위축 이슈를 겪은 일본의 경우처럼 특화된 고객층을 노리는 백화점으로 분화되는 것을 말한다. 20대 전용 백화점과 장년층 및 노인에 특화된 곳 등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가리킨다.

편집숍은 패션 등 특정 주제에 관련된 아이템을 모두 모아 편하게 쇼핑할 수 있고 트렌드를 민감하게 흡수할 수 있는 전문공간이다. 

가로수길이 쇠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는 터라 이 같은 도전은 눈길을 끈다. 외국 컨템포러리업체 '띠어리'의 스토어가 가로수길에서 철수하는 등 일부에서는 발을 빼는 상황이기 때문. 신사동 상가의 폐업신고율은 지난해 2분기 0.6%에서 3분기 2.6%로 높아진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상권이 장점을 잃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글로벌 리서치 보고서를 보면, 서울 상업용 매장(리테일) 월평균 임대료에서 명동은 ㎡당 93만7714원을 기록했다.

강남역은 72만2820원, 가로수길 상권은 36만3025원의 임대료가 필요했다. 아직 대표 상권 임대료의 초고공행진까지는 간격이 있다. 특성을 잘 살리면 로드숍 등을 통해 독특한 분위기를 찾아드는 수요를 끌어들이기 충분하다는 풀이가 유효한 것.

경리단길 등 급하게 핫플레이스로 부각된 여타 지역에 비해 교통 불편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 등도 특징이다. 강남과 가까우면서도 또 다른 분위기를 찾는 트렌드 세터들의 공간으로 선뜻 버리기 어려운 공간인 셈이다.

이에 따라 한때 럭셔리한 분위기만 좇던 가로수길이 대중적인 분위기로 바뀌어야 한다는 논의 또한 우려 못지않게 지난해부터 등장했다. 

이런 상권 특성을 좇아 가로수길에 식상하지 않은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반대로 여기서 성공하면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유통업계로서는 포기하기 어려운 유혹인 것이다.

롯데 엘큐브의 세 번째 출격, 역쇼루밍 가능한 브랜드 배치
 
롯데백화점은 20대를 겨냥한 엘큐브를 올해 열 곳 정도 출점하겠다는 각오다. 이 같은 엘큐브 성공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은 가로수길에 입점하면서 한층 강화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미 롯데는 홍대와 이대에 이어 지난해 12월 가로수길에도 세 번째 점포를 열어 엘큐브 경쟁력을 확인하고 젊은 층의 공략 포인트를 점검했다.

엘큐브는 패션전문점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생활소품을 판매하는 디자인 스토어를 지향한다는 평가다. 특히 근래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의 실물을 확인하는 등 둘러보기만 하고 구매는 온라인상에서 하는 쇼루밍족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젊은이들을 오프라인 매장까지 불러내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는 미니백화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개점 당시 배치를 보면, 롯데의 노림수와 각오가 더 분명히 드러난다. 엘큐브 가로수길점은 지하1층에서 지상4층까지 영업면적 900㎡(270평) 규모며, 건물 외관은 엘큐브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핑크색이다.

1층은 특색 있는 주방용품 등을 살 수 있는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을 배치했고, 주로 '임블리' '제이헬렌' '나인' 등 패션 브랜드를 비롯해 인기 주얼리 브랜드 '킨트' 등을 입점시켰다.

특히 임블리는 온라인 전문 브랜드로 출발, 탁월한 경쟁력을 갖췄고 롯데와의 호흡도 잘 맞는다는 평.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의 재단장 오픈(2014년 3월) 당시 국내 최초로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한 이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온라인으로 이탈하는 이들의 발걸음을 돌려세우는 역쇼루밍 시도를 할 때 가장 든든한 우군인 셈이다.

제이헬렌도 이런 롯데의 갈증을 풀어줄 적임자다. 대표가 현장 경영을 신봉하는 만큼, 다양한 소싱 경로를 통해 '실용적이며 재미있는 쇼핑'을 지향한다. 따라서 온라인으로 떠났던 소비자를 매장으로 다시 불러올 일명 '역(逆) 쇼루밍' 물결의 동력원으로 손색이 없기에, 가로수길 전쟁에서 전면 배치됐다는 풀이다. 

이런 노력 덕인지 롯데 측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오픈한 엘큐브 매장(홍대점·이대점·가로수길점)의 경우 20대 이하 고객 매출 구성비가 약 80%에 달하는 등 자리매김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또 엘큐브 방문 후 롯데백화점으로 신규 유입한 고객의 비중도 20% 수준으로 엘큐브를 이용하는 20대 고객들이 추후 롯데백화점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업체는 자신하는 상황이다.

오피셜 할리데이, 디자이너와 협업으로 특이한 이미지 만들어

AK플라자의 경우 롯데보다 다소 앞선 지난해 4월 가로수길에 '오피셜 할리데이'를 론칭했다. 티셔츠, 바지 등 의류 품목 등의 가격대를 종전 해외 브랜드 편집숍보다 절반 또는 1/3 수준으로 낮추는 등 공을 많이 들였다.

이 상권을 찾는 2030 여성과 외국인, 특히 중국인 개별 관광객의 비중이 늘어나는 와중에 이들을 잡기 위해 합리적인 특성을 강조한 조치로 읽힌다.

오피셜 할리데이는 연면적 1029㎡(약 312평) 규모, 6개층(지하 1층 포함)으로 꾸며졌다. 이런 공간을 가득 채운 오피셜 할리데이의 전략은 국내 신진 디자이너와의 협력을 통한 상품기획(MD), 상권 특성에 맞춘 입점 전략 등이다.

무엇보다도 국내 디자이너와 협업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초반부터 과감하게 브랜드 18개를 입점시킨 것이 지금도 회자된다.

편집숍 자체가 소비자에겐 대단히 편리한 제도인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미 판매 중인 제품을 모아둔 일반 편집숍과 달리 디자인은 전문디자이너, 생산과 유통은 AK플라자가 맡는 구조를 취했다. 다수의 디자이너 브랜드가 입점하면서 유통업체와 디자이너 간 시너지를 키우는 게 성공한 것이다.

AK플라자의 집계로 오픈 이후 6개월간 평균 월 방문객 수는 8000명, 월평균 매출 신장률은 10% 수준이다. 얼어붙은 여타 유통 부문에 비해 상당한 역동성과 소비자들의 높은 지지를 보여주고 있다.

여느 공간보다 싸지 않고 만만찮은 소비자들이 모이는 공간인 가로수길, 하지만 그런 특성을 지닌 소비자들이 막상 마음을 열면 높은 충성도를 보여주기 때문에 미니백화점이나 편집숍 실험을 하기엔 가장 적합한 조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처럼 백화점 더 나아가 유통 전반의 구조를 손질해야 하는 기로에 선 우리나라 업체들이 그 실험장으로 가로수길의 가혹한 조건을 택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