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20일 '증권집단소송제'가 도입된 후 12년만에 투자자의 손을 들어준 첫 판결이 나왔다.
특히나 이번 증권집단소송 첫 선고는 금융투자업계의 투자자 보호의 경각심을 다시 일깨워 주목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7부(부장판사 김경)는 20일 김모씨 등 6명이 도이치은행을 상대로 낸 85억원대 증권관련 집단소송에서 김씨 등에게 총 85억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증권집단소송제는 주가조작·허위공시 등으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을 때 대표 당사자만 소송을 내 이겨도 다른 투자자들에게 효력을 미치는 소액투자자 보호 제도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한국투자증권의 '한국투자증권 부자아빠 주가연계증권 제289회' 상품에 투자했다가 만기일에 약 25%의 손실을 본 모든 투자자에게 효력이 미치게 된다.
당시 도이치은행은 ELS 만기일인 2009년 8월26일 장 종료 시점에 기초자산인 국민은행 보통주를 저가에 대량 매도해 종가가 만기상환 기준가보다 낮아졌고 결국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
도이치은행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준 사건은 이뿐 아니다. 지난 2010년 벌어진 '옵션쇼크' 당시에도 도이치은행은 주범으로 떠올랐다.
'11·11 옵션쇼크'는 코스피200지수 옵션만기일인 지난 2010년 11월11일 도이치은행 홍콩지점과 한국도이치증권이 사전모의로 풋옵션을 사고 장 마감 동시호가 시간대에 약 2조5000억원의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 지수가 10분 만에 50포인트 넘게 급락한 사건이다.
당시 지수 급락으로 지수를 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을 산 투자자는 10분만에 최대 499배의 수익을 냈지만 옵션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와 자산운용사들은 최대 14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사건을 계획한 한국도이치증권과 도이치은행 홍콩지점은 이를 통해 400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겼다.
법원은 지난해 1월25일 주가 급락을 초래하는데 가담한 도이치증권 임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도이치증권·은행에는 440억원이 넘는 추징금이 선고됐다.
도이치증권·은행을 제외하고도 지난 2012년 ELS 상환 기준일 장 마감 직전에 대량 매물을 쏟아낸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집단소송도 아직 진행 중이다.
금융사와 투자자 간 분쟁은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불완전판매부터 투자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까지 다양한 이유로 매해 금융사와 투자자들은 서로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4개 증권사에 6건의 소송이 제기됐다.
금융투자업계는 수익이 높은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만큼 손실이 났을 때 위험도 투자자가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자본시장에서 어떠한 파생상품을 만들어 파는 것은 자유며 원금손실에 대한 손해는 투자자가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게 사전정보를 정확히 안내하지 않거나, 고객들의 투자금액을 운용하는데 있어 부당한 행위가 있었다면 그것은 엄연한 범죄다.
실종된 매도보고서, 주가조작, 미공개 정보 유출 등으로 증권사의 '모럴헤저드'는 매번 도마에 오르고 있다. '투자자 보호'에 힘을 실어준 이번 판결을 상기해 금융투자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