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중국의 가장 큰 명절인 '춘제(春節)'가 눈앞으로 다가오며 유통업계가 중국인 관광객 잡기에 분주하다.
그러나 최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으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올 들어 중국 정부의 사드 배치 보복이 강화되면서 유통업계 등 중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업계에서는 경제적 타격 우려가 확산됐다.
특히 지난달 30일에는 중국 정부가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위해 한국 항공사가 신청한 중국 노선 전세기 운항을 불허하면서 춘제 연휴 동안 한국 방문 관광객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개별관광객 특화정책'을 내걸고 중국인 단체관광객인 요우커보다 개별관광객 싼커(散客) 유치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을 내놨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중 개별관광객의 비중은 65% 수준으로 추정된다.
싼커는 대부분 1980~90년대 생으로 연령대가 낮은데 비해 1인당 객단가는 높아 이들의 구매력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C-trip)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전체 중국인 개별관광객 중 1980년대생은 47%, 1990년대생은 27%에 달했다.
◆"싼커 잡아라" 유통업계 적극적 행보에도…
이처럼 중·장년층이 대다수였던 요우커 대신 20~30대 젊은층이 주를 이룬 싼커의 비중이 커지면서 국내 유통업체들도 싼커를 잡으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업계 최초로 씨트립과 연계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고객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전용 라운지를 마련했다. 또 내달 5일까지 은련카드로 결제하는 중국인 고객에게 구매 금액의 최대 20%에 해당하는 롯데백화점 상품권을 증정하는 프로모션도 전개한다.
지난 23~24일에는 '이즈보'에서 활동하는 왕홍(파워블로거)을 초청해 인터넷 방송을 실시했다. 뷰티 관련 인터넷 방송에 관심이 높은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였다.

현대백화점은 중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진행하는 할인 행사와 VIP 프로그램 적용 대상 점포를 2개점에서 △신촌점 △판교점 △디큐브시티 등 9개점으로 확대하며 싼커 확보에 나섰다. 이달 말에는 중국인이 주로 사용하는 SNS 채널인 '위쳇' 공식 계정을 오픈해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31일까지 본점에서 중국에서 행운을 의미하는 '황금알'로 뽑기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경품 개수 또한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 8을 넣어 888개 준비한 것이 특징. 이와 함께 오는 28일까지는 일부 지점에서 중국인 고객에게 인기가 높은 100여개 브랜드를 최대 30% 할인 판매한다.
젊은 중국인 관광객의 방문율이 높은 헬스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도 25일부터 내달 5일까지 춘절 마케팅을 본격 실시한다. 캐릭터 제품을 선호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취향을 반영해 병아리가 그려진 홍빠오(红包, 중국에서 세뱃돈을 넣는 붉은 봉투)를 특별 제작, 모든 중화권 고객들에게 선물한다.
더불어 지난 20일에는 유통업체와 항공사, 호텔 등 352개사 2만9000개 점포가 참여하는 외국인 대상 대규모 할인행사인 '코리아그랜드세일(Korea Grand Sale)'을 개막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와 연계해 각종 홍보, 할인 행사를 벌여 방한 관광 만족도를 높일 방침이다.
◆한국 말고 다른 나라로 떠나는 중국인들…춘절 특수 사라지나
이같이 유통업계뿐 아니라 정부까지 나서 '춘절 특수'를 기대하며 각종 행사와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지만 올해는 이전과 같은 효과는 바라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 3대 연휴 중 하나인 춘절은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풍습이 강했지만, 국민소득 증대와 핵가족화 진행 등으로 최근 들어서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실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춘절 기간 동안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10년 4만명 △2012년 5만1000명 △2013년 7만1000명 △2014년 9만7000명 △2015년 13만2000명 △2016년 16만명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지난해 춘제 기간(2월7~14일) 현대백화점 중국인 관광객 매출도 54.3% 신장했다.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올 춘제 기간에도 중국인 관광객 수가 4.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중국 정부에서 사드 보복성 한한령을 더욱 강화하면서 업계의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지난 7월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직후부터 중국인 관광객은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7월 91만7919명에 이르렀던 중국인 관광객 수는 11월 52만6609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올해 춘절이 예년보다 한산할 것이라고 예측되는 결정적 이유다.
중국 내에서 한국 관광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 것도 춘제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는 요소 중 하나다. 중국 온라인여행사 투니우가 발표한 '춘제 여행 예측 보고서'에는 올해 춘제 기간에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여행지에서 한국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3위에 랭크됐었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발 사드 한파로 유통업계가 더 이상 춘절 특수를 누릴 수 없다는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현재 국내 소비심리도 얼어붙은 상황인 데다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까지 줄고 있어 유통업계 전반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