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영웅과 사랑, 서민의 노래(귀족 풍자), 예술과 대중의 조화…. 11세기부터 이어진 프랑스 대중음악 '샹송'의 변천사입니다. 이처럼 음악은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때로는 표현의 자유와 사회 비판적 목소리를 투영하기 위한 도구로도 쓰입니다. 'M&M(뮤직 앤 맥거핀)'에서는 음악 안에 숨은 메타포(metaphor)와 그 속에 녹은 최근 경제 및 사회 이슈를 읊조립니다.
왜곡된 사실이라 할지라도 참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한다면 거짓은 사실이 되기 마련입니다. 그게 개인사든 역사든 말이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은 늘 강조되는 격언입니다. 우리가 알게 되는 역사가 왜곡된 사실이라면 모두는 잘못된 미래, 잘못된 힘에 이끌릴 수 있다는 것은 반박하기 힘든 사실일 것입니다.
일곱 번째 「M&M」을 장식할 곡은 미국 얼터너티브 메탈 록 밴드인 랩 코어 밴드의 대표주자,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RATM)의 '테이크 더 파워 백(Take The Power Back)'입니다.
1991년 4인조로 결성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은 '본격좌파 밴드'라는 별명을 가졌습니다. 미국의 지배계급에 대한 분노와 억압받는 자들의 고통을 냉소적으로 노래하는 반자본주의, 반정부적 성향의 밴드인데요.
이들은 좌파적인 가사는 물론 진보주의를 전파하기 위해 혁명적 퍼포먼스도 종종 자행했습니다. 반전 시위 단체에 기부하고 알몸시위까지 했죠. 밴드는 때론 극좌파적인 정치성향도 보이긴 했지만 결론적으론 끊임없이 사회부조리를 공격하며 젊은 세대들의 사회의식에 눈을 틔워줬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RATM의 반자본주의적 성향은 그들의 동명 음반인 1집 'Rage Against The Machine'(1992년) 앨범 자켓에도 극명히 드러납니다.
1집 앨범 자켓은 1963년 6월11일 남베트남 정부의 불교 탄압과 독재지향, 시위자 학살에 저항하기 위해 소신공양(부처에게 공양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것)으로 생을 마감한 틱광둑(Thích Quảng Ðức·釋廣德·석광덕) 승려의 사진이죠.
틱광둑 승려의 소신공양 광경은 베트남을 위시해 뉴욕타임즈를 비롯, 전 세계 언론에 보도(이 장면을 촬영한 미국의 사진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맬컴 브라운(Malcolm Browne)은 이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됐는데요.
틱광둑이 화염 속에서도 표정의 일그러짐 없이 가부좌를 풀지 않은 상태로 조용히 죽음에 이르는 모습은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됩니다.
틱광둑의 정치적, 문화적, 종교적 탄압에 대한 저항정신은 RATM의 'Take The Power Back'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곡 도입부터 이어지는 분노로 가득찬 베이스 사운드는 위압감마저 느끼게 합니다.
여기에 잘 마른 딱성냥처럼 긁으면 불이 붙을 정도로 건조함의 꼭지를 움켜쥔 보컬 잭 드 라 로차(Zack de la Rocha)의 드라이한 랩은 청자의 심장박동을 최소 1.5배는 빠르게 하죠.
적절한 시기가 찾아오면, 학문은 통찰력이 되지. 하지만 우릴 깎아내리던 시스템은 우리에게 읽고 쓰는 것을 가르쳐주지. 사실이라는 가치는 거짓말이야, (중략) 문화를 잃어버렸지, 잃어버린 문화는 우리들의 정신을 지배하고는, 시간이 흘러 무지(無志)가 지배하고 있어. 우리들의 힘을 다시 되찾아야 해. (중략) 현시대의 교육과정, 난 그것들에게 주먹을 날려.
RATM은 이 곡을 통해 사회의 교육시스템이 국민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지만, 기득권을 가진 정부가 편향적인 교육을 통해 국민들이 다른 생각을 갖지 못하게 만들고 자신들에게 저항하지 못하게 세뇌시킨다는 서슬 퍼런 비판을 퍼붓습니다.
그리고 힘(진정한 학문, 사실)을 되찾아야 한다고 내지릅니다. 특히 '주먹을 날려'라는 가사는 RATM의 트레이드 마크 소신공양한 틱광둑 승려가 전소된 이후 오른팔을 하늘로 뻗은 채 굳어졌다고…로 남게 되죠.
선생은 교탁 앞에 서 있지만, 수업계획을 떠올리지 못해. 학생들의 눈은 거짓말을 알아채지 못해. 엿 같은 벽의 반응을 살피면서, 선생의 평정심은 꽤나 유지되지. 아마도 그는 멍청한 짓거리를 할까봐 두려워하는 거겠지. 현실에 안주하려는 학생들은 잠자코 앉아서는 학교에서 배우는 엿 같은 수업을 들어.
RATM은 노래를 학교 수업시간을 예시로 들기도 하는데요. 선생은 정부에게 편향된 역사에 대해 가르치지만 정작 선생은 수업 계획도 기억 못하는 정부의 꼭두각시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학생들은 이런 교육이 거짓된 것인지에 대해 알지도 못한다고 지적하죠.
가사 중 Bouning off every fucking wall(엿 같은 벽의 반응을 살피면서)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의문조차 갖지 않는 학생을 '벽'에 비유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RATM은 No more lies(더 이상의 거짓말은 안돼)라는 가사를 여덟 번이나 조용히 반복하며 경고하다가 Take it back y'all(모든 걸 다시 되찾아), Take it back, a-take it back, a-take it back y'all, come on(다시 되찾아, 또 다시 되찾아, 모든 걸 또 다시 되찾아, 어서)라고 강렬하게 내뱉습니다.
이 노래 가사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역사 교육을 탄압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 논란이 바로 그것입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올바른 역사 교육과 건국일조차 불분명한 대한민국 정체성 확립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전면에 나섰습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엔 '벽'같은 학생이 많지 않은 듯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교과서 도입을 강행했지만 진보 교육감과 시민단체, 교원단체 등에서 교과서 내용 중 일부(근현대사)가 뉴라이트 시각 등 극우보수 색채가 강한 점과 다양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채택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국정교과서 전면 폐지 목소리에 당초 내년부터 적용한다던 계획은 철회됐습니다. 그렇지만, 교과서 교육현장 도입을 1년 미룬 2018학년도에 실시키로 하고, 기존 검정교과서와 혼용토록 한다는 게 현재의 추진방향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3월부터 희망 학교에는 국정교과서를 주교재로 채택하도록 하는 시범 정책을 슬그머니 적용한 상황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국정교과서의 가장 큰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이른바 '건국절 논란'과 관련된 1948년 정부 수립 관련 표현입니다. 국정교과서는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정부는 과거 검정 교과서들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대한민국 수립'을 혼용해 사용했다며 큰 문제가 없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박정희 정권과 관련된 내용들도 마찬지입니다. 우선 기존 검정교과서 여섯 종 중 다섯 권에 실렸던 5.16 쿠데타 당시 군복과 썬글라스 차림의 박정희 사진은 국정교과서에선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박정희의 사진은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과 나란히 있는 한 장뿐인데요. 군사쿠데타의 주역보다는 경제발전을 주도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죠.
이밖에 박정희 정권기를 압축해서 표현한 대목도 박정희 정권에 유리하도록 교묘히 포장돼 있습니다.
"5.16 군사정변 이후 등장한 박정희 정부는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 정책을 적극 추진하여 고도성장 목표를 달성하였다. 그러나 1972년 유신 체제가 등장하며 국민의 자유는 억압되었고, 시민과 학생들은 독재 정치를 비판하는 반 유신운동을 전개하였다." - 역사 국정교과서 중
이는 박정희 정권이 경제성장을 이룩한 점을 성과로 규정하면서도 장기 군사 독재를 지속 유지하기 위해 유신을 선언한 점은 누락시키고, 마치 고도성장을 대가 삼아 국민의 자유가 불가피하게 억압됐다고 풀어내는 듯 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의 전면 도입을 포기한 것에 대해 "교과서를 비롯해 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들은 옳았고,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매도당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실로 안타까운 언급을 하기도 했죠.
박 대통령 본인의 말을 빌려, 이러려고 박정희 정권 미화 대통령이 됐는데 그 업적을 이루지 못해 속이 적잖이 쓰린 것일까요? 일정대로라면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의 현장적용은 1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혼용될 검정교과서의 집필기간도 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교과서 완성도 논란의 목소리는 벌써부터 새나오고 있습니다.
역사는 한 가지 사관만 고집해서는 안된다는 게 필자의 생각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역사책에 일부 좌파 시각이 지나쳐 사실에서 벗어난 기술'도 같은 이유겠죠.
이런 편향된 혹은 왜곡된 기술이 있다면 검정교과서를 통해 검증해야 하는 게 마땅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없이 기존 교과서를 묵살하고, 단일 사관으로 무장한 역사교과서 도입은 박정희 식 쿠데타와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