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방 소도시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 오니 거리의 특이한 공공시설물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백 마디 말보다 좋은 디자인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강력하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최근 서울시는 시민들이 직접 문제를 찾아 디자인으로 해결하는 공공디자인 사업인 '디자인 거버넌스'를 통해 △복지 △경제 △안전 △환경·위생 △건강 5개 분야 사업에 대한 디자인 결과물을 내놨습니다.
먼저 한강시민공원 반포나들목 자전거도로 횡단보도에는 밤이 되면 2m 높이의 '괄호()' 모양의 등이 불을 밝힙니다.
일명 '괄호등'이라고 불리는데요. 야간에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할 때 자전거가 접근하면 자동으로 불을 켜고 신호음을 울려 보행자의 안전을 지킵니다.
쉼표 모양의 '쉼표등'도 있는데요. 횡단보도 50m, 20m 전에 설치,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면 불이 깜빡거려 자전거가 미리 속도를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괄호등'과 '쉼표등'은 '안전' 분야 디자인으로 선정됐다고 하네요. 나머지 4개 분야에 선정된 디자인도 궁금해집니다.
첫 번째, 복지 분야 '뇌성마비 아동의 의복문제 해결을 위한 서비스 디자인'은 실제로 뇌성마비 자녀를 둔 어머니의 제안에서 시작됐습니다. 장애 특성상 턱받이와 무릎덮개가 다양화돼 있지 않아 나이에 걸맞지 않은 차림으로 다니는 것이 속상하다는 사연이었는데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뇌성마비 자녀를 둔 어머니들은 물론, 국립재활원 연구원, 의상디자인 전공 학생, 봉제인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들이 모여 각 연령대에 맞춘 턱받이와 무릎덮개 디자인을 개발했습니다.
만들어진 디자인은 향후 사회적협동조합 등과 연계해 실제 생산과 판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어 경제 분야 '이웃 간 갈등해소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은 층간소음, 주차문제 등 이웃 간 발생하는 갈등이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손편지'라는 따뜻한 아이디어를 가미했습니다.
아파트는 동별 전 세대의 우편함이 한 곳에 모였다는 점에 착안, 우편함 옆에 시민들이 직접 디자인한 카드, 레벨 등을 비치하고, 관리사무소에서는 갈등이 있는 세대 간에 마음을 전달할 수 있도록 '소통편지'를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환경·위생 분야의 '즐겁고 깨끗한 한강공원 만들기 문화 디자인'은 한강공원을 더욱 편리하고 깨끗하게 이용할 수 있는 '쉼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의견이 주제였는데요.
잔디공원에 세울 다목적 폴(Pole)을 디자인해 낮에는 눈에 잘 띄는 컬러, 밤에는 조명이 들어오는 가로등으로 이정표 역할을 하고, 분리수거 쓰레기통을 함께 달아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이와 함께 돗자리를 가져오지 않아도 공원 어디서나 편안하게 앉아 쉴 수 있도록 '라운지 체어'를 대여해주는 시스템도 마련했는데요. 본격적인 나들이철인 3월이면 만나볼 수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건강 분야 '간접흡연 방지를 위한 서비스 디자인'은 서울시 전 지하철역 출입구 10m 이내가 금연지역임을 확실히 인지시키기 위해 선정됐습니다.
지하철역 내에서 입구로 나오는 계단과 옆 벽면을 활용, '10m'를 보다 확실히 체감할 수 있도록 '10m=스무 발자국'이라는 메시지를 표현하고, 동물 디자인을 통해 지하철역 밖에서 '배려의 스무 발자국'을 실천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 재미를 더했습니다.
이번 디자인 거버넌스사업은 80여명의 시민과 10여명의 전문가의 참여로 이뤄졌는데요. 서울시 내에 '디자인정책과'가 존재하는 것도, 시가 '디자인 거버넌스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 제안을 수시로 받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디자인정책과 관계자는 "올해는 세 차례에 걸쳐 주제를 선정하고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디자인 거버넌스사업은 공모전처럼 디자인을 개발하는 목적이 수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제안한 디자인이 실현된다는 데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