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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카지노 울렁증' 원희룡 도정, 이장폐천일 뿐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1.24 11:4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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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우리 속담을 이장폐천(以掌蔽天)이라는 사자성어로 쓰기도 한다. 원치 않은 상황을 외면하고 감추려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외면하려는 시도가 가능할 리 없으니, 이를 안타깝게 평가할 때 혹은, 가당찮다는 핀잔을 줄 때도 많이 쓴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2014년 당선돼 도정을 이끌고 있다. 제주에는 과거부터 개발론자와 환경보호론자의 두 갈래 견해가 맞서왔다.

아울러 섬이라는 폐쇄성과 4‧3 사건의 여파에 따른 지역 집단주의가 강해 제대로 된 지역정치가 뿌리내리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원 지사는 이 같은 갈등 상황에서 보호와 개발의 조화, 협치를 통한 상생 정치의 가치를 역설했다.

기왕 손 이야기로 글을 시작했으니 원 지사의 과거를 돌이켜보자면 그의 출발점은 적수공권(赤手空拳), 빈손이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서울대, 고시, 정치권 입성 등 승승장구해온 그가 도지사로 금의환향한 것은 이런 그의 열의를 도민들이 높이 샀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정가에선 제주에서 고등학교까지만 다녔을 뿐, 이후 출향을 했으니 사실상 외지인이라는 시각으로 그를 번번이 따돌리다시피 했을 때도 많은 도민들은 지지와 신뢰를 거두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굳건히 지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적수공권의 허허로운 상태로 돌아가는 게 아닌지 우려를 사고 있다. 정치적으로 첫 출발선으로 돌아가는 초심의 정치 이야기 같은 한가로운 소리가 아니다. 정치적 위기로 아무 것도 없는 빈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은 이슈는 다름 아닌 복합리조트, 더 특정해 이야기하자면 카지노 건이다.

원 지사는 복합리조트 산업에 대해 제대로 된 정책 방향을 제시하며 이를 선도적으로 이끄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본인이 개발 반대론자여서 그렇다면 그것은 이해가 가능한 일이지만, 말을 바꾼다며 비판을 받는 지경이고 애초 협치 운운하면서 의욕을 보였던 점을 생각하면 이는 '표류'라고 밖에 평가할 수가 없다.

복합리조트를 육성해서 제주 관광산업을 재도약시킬 것인지, 이를 과감히 규제하고 다른 방향을 잡을 것인지에 대해 결정을 짓고 도정을 이끄는 게 순리지만, 현재의 제주 도정은 복합리조트 산업에 대한 부정적 기류에 끌려다닌다는 인상만 준다.

복합리조트의 탈을 쓴 카지노업의 성행 가능성 때문이라고 원희룡 도정에서는 보는 것 같다. 원희룡 도정 측에서는 인정하지 않지만, 지금 진행 경과를 봐서는 시민단체들이 동네북처럼 두드려주면 "리조트는 하겠지만 카지노는 안 하겠다"는 식으로 사업자 측에서 알아서 손을 들기만 기다리는 것으로까지 읽힌다.  

그러나 솔직해지자. 지난해 9월 '제주형 복합리조트 어디로 가야 하나'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가 열렸을 때, 권인택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관광사업처장의 언급을 살필 필요가 있다. 

권 처장은 "복합리조트는 하나의 사업자가 테마파크, 호텔, 마이스 및 상업시설 등 관광객이 요구하는 다양한 시설을 한데 모아 운영하는 것이다. 다만 적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을 카지노 운영을 통해 해소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복합리조트를 제주형으로 가려면 제주도민들이 고용·운영에서 상당 부분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기회와 맞물려 투자자도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됐을 때 제주형 복합리조트는 비로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리조트의 과실을 따면서, 제주도 사람을 고용해달라는 요구는 하며 카지노는 못하게 하고, 환경파괴 책임과 도에 지나친 비판과 억울한 비난까지 모두 감수하라는 식으로 도정이 운영된다는 인상을 외지인들에게 줘서는 안 될 것이다.

권 처장과 같이 참석했던 장성수 제주대학교 관광개발학과 교수는 "제주도의 향후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안건은 제주복합리조트다. '제주형 복합리조트 어디로 가야 하나'의 가장 큰 주제는 복합리조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외국인 관광객 카지노 허가 문제를 어떤 식으로 풀지 모색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복합리조트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면 도민사회에 화두를 던져야 한다. 어떻게 지역사회와 상생하는가, 카지노를 유치할 때 어떤 방향으로 추진하는지 속시원하게 도민들이 알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말바꾸기를 한다는 쓴소리가 도의회 회의장에서 공공연하게 쏟아지고, 여론을 수렴하는 자리여야 할 토론회조차도 원래는 안 한다고 했다가 시민단체가 반발하자 다시 말을 바꾸는 수준으로 기획돼서는 안 된다. 복합리조트 문제와 그에 따른 고민들을 속시원하게 알게 해야지, 손바닥으로 가린다고 도정이, 그리고 하늘이 가려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