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7.01.24 11:25:33
[프라임경제] 제주도 복합리조트 산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람정과 겐팅이 제주신화공원 사업에 뛰어들고, 16년간 표류하던 오라관광단지 사업도 여섯 차례 사업자가 바뀌는 우여곡절 끝에 최근 중국계 자본이 6조원 투자계획을 세우면서 장밋빛 전망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복합리조트의 일부를 이루는 카지노 사업을 백안시하는 기류와 환경보호론에 부딪혀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앞선다. 합리적인 규제나 감시가 아니라 여론몰이에 시달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제주 도정도 정책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이에 끌려가는 양상을 보이면서 총체적 난국이라는 비난도 이어진다.
이처럼 격한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단순히 개발 찬성론으로 원희룡 도정이 방향 선언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가 도지사 당선 이후 꾸준히 거론해온 '개발과 보존의 조화'나 '협치를 통한 행정' 등 키워드가 사실상 선전 구호에 그쳤다는 불만이 팽배한 까닭이다.
개발론자나 환경보호론자 양측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갈지자 행보라는 것.
◆안 해도 되는 토론회, 도지사 '선심쓰기'에 긁어 부스럼?
20일 '제주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도민토론회'가 열렸으나, 큰 성과를 기대하기에는 애초 불가능했던 자리였다는 후문만 남겼다.
이 토론회는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요구한 오라관광단지개발사업 정책토론회가 무산된 후 대안으로 마련됐다. 연대회의는 지난해 11월21일 정책토론 청구인 2800여명의 서명부를 제출한 바 있다.
제주도는 법제처와 자문변호사 법률 자문을 받았고, 이 결과 정책토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이에 대한 거부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연대회의 측은 지난해 12월6일 "우리는 도의 입장을 협치 완전 포기선언이며, 앞으로 이와 유사한 도민들의 정책토론 청구에 재갈을 물리려는 '일탈행위'라고 규정한다"며 기자회견을 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원희룡 지사가 "정책토론 해당이 안 된다 해도 어차피 도민들이 큰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행정에서도 억측이나 오해, 염려하시는 부분들에 대해 최선을 다해서 설명회나 토론회를 할 필요가 있다"고 도민토론회 개최를 약속했다.
정책토론회가 도민토론회로 간판을 바꾸게 된 것인데, 결국 토론회는 힘겨루기가 반영된 절충안인 셈이었다.
이에 토론회를 두고 협치와 법적 원칙 고수 등 양쪽 모두 놓치고 말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작년 11월17일 김희연 도의원이 원희룡 도정의 카지노사업 등에 대한 정책적 태도가 말바꾸기 논란을 짚는 등 협치와 정책 방향성에 대해 지역정계와 시민사회계 모두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법제처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등 원칙론으로 밀어붙이던 원희룡 도정이 막판에 도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결정한 것과 관련해 오라관광단지 사업에 대한 정책적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와 눈길을 끈다.
◆13억짜리 사업 시작 "도대체 뭐 한 거냐" 질타 불가피
복합리조트사업에 대해 도민들 사이에선 부정적 기류가 존재하고, 이를 정책 당국이 제대로 막아주거나 합리적으로 예측가능성을 제시해주지 못하면서 투자자들로서는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는 제언이 따른다.
제이씨씨 측에서는 "카지노는 줘도 안 한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고, 람정은 싱가포르계 자본인 겐팅이 제주신화역사공원 리조트 건에서 발을 빼면서 해당 사업을 떠안게 됐다.
복합리조트 산업 중 오라관광단지 건으로 한정할 경우 해당 사업이 시민사회계의 끝없는 지적에 시달리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환경 관련 정책 부재와 대안 제시 소홀이라는 도 행정상의 실패가 작용한 탓으로 보인다.
제주도가 '제주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 과제'로 추진하는 환경자원 총량관리제가 오라관광지구 개발사업과는 상충된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지역정가에서도 논란거리가 됐다.
지난해 7월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제344회 임시회를 속개해 국제자유도시건설교통국과 환경보전국, 수자원본부로부터 '6단계 제도개선 과제'에 대한 보고를 받으면서 이 같은 문제가 극명히 드러난 바 있다.
도시·건축위원회에서 조건부 승인 결정이 난 오라관광지구 개발사업이 환경자원 총량제가 도입될 경우 추진이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것.
김경학 도의원이 "환경자원 총량제 시스템과 제주도가 발표한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사업 체크리스트를 적용한다면 오라관광지구 사업부지는 90% 이상이 1~2등급이어서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김양보 환경보전국장은 "환경자원 총량제 시스템은 구축 과정에 있다. 현재로서는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답했다. 이에 하민철 도의원이 도정의 안일한 행정 진행 태도를 질타한 것.
하 의원은 "환경자원 총량제 시스템 구축은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됐다. 지금까지 13억3000만원을 투입하고도 아직까지 완료되지 못한 이유가 뭐냐"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하 의원이 "환경총량 시스템 구축은 환경영향평가 및 도시개발계획 등 각종 행정 계획을 수립할 때 기초자료로 삼기 위한 것 아니냐. 지금까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호통친 것처럼, 그간 오랜 세월 이 문제가 낮잠을 자다시피 한 것이다.
애초에 이 문제가 제대로 매듭지어지고 잘 운용됐다면, 원희룡 도정이 현재 오라관광단지, 더 나아가 복합리조트 산업 전반에서 우물쭈물하며 강경한 시민사회계 일부의 환경보호론에 끌려가는 상황이 빚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원희룡 도정이 해당 13억짜리 시스템 구축의 모든 책임을 진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원 지사가 당선된 지도 이미 한참이 흘렀고(2014년), 더욱이 그 자신이 협치를 강조했을뿐더러 보호와 개발의 양자 조화라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이 같은 제도의 확실한 정립과 추진을 어느 도정보다 열심히 추진, 마무리했어야 할 책무가 큰 것도 사실이다.
결국 그간 협치나 개발-보전의 조화 등 원희룡 도정이 내세운 정책 스탠스들은 방향성을 상실했고, 그 결과 오늘날 오라관광단지 잡음이나 제주신화공원 등에서 외국 자본 일부 철수 사태 등 정책 불신 피로감만 커진 것이다.
이에 "도민들의 관심 표명에 토론회 등 다양한 자리를 만들고 이에 응할 의무가 투자자 측에 있다 해도, 예측이 불가능하고 불투명한 상황을 감수하면서 대규모 사업 추진을 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그간의 경과를 지켜본 이들 사이에서 나오는 촌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