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에선 '불모지'라 일컫는 해치백시장에 클리오로 과감한 도전장을 던진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 박동훈 사장의 발언이 업계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연이은 '히트작'을 내놓은 터라 당당한 발언이었다는 평도 있지만, 내용 자체가 사실과 전혀 다를 뿐만 아니라 경쟁사가 오해할 정도로 자극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최근 신년간담회 자리에서 박 사장은 "르노삼성은 세단에 디젤을 얹으면 안 된다던 SM5 디젤, 볼륨이 작다던 소형 SUV QM3, 고급화는 무리라던 SM6를 모두 성공시켰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으로선 그간 노고를 자화자찬하는 수준이겠지만, 경쟁사에겐 '제품 비하발언'으로 꺼림칙하게 들릴 수 있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실 르노삼성 히트작 이전부터 여러 경쟁사 차량들이 새로운 세그먼트를 개척, 혹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난 1980년대 한국GM(당시 새한자동차) 로얄 레코드 디젤 이후에도 다양한 차종이 꾸준히 출시된 디젤 세단 시장은 현재 쉐보레 크루즈 디젤이 적지 않은 판매로 해당 세그먼트 명맥을 지켜오고 있다.
다만 수입 디젤 차량의 강세와 더불어 국내 중형 세단 노후화가 겹쳐진 시기에 등장한 SM5 디젤(이하 SM5D)이 신차급 출시로 일시적으로 관심이 늘어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아울러 QM3가 부흥기를 견인한 '소형SUV' 역시 한국GM 트랙스가 등장하며 시장을 개척·선점한 바 있다. 물론 상품이 가진 높은 경쟁력에도 가솔린 엔진과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에 흥행까진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박 사장은 해치백시장에 대해서도 "현대·기아차가 해치백을 적극 공략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해치백 효용성을 모르고 있지만, 클리오로 고객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국산차 업체로서 해치백 시장을 두드리는 첫 번째 회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르노삼성은 고객 요구를 충족시키는 모델을 적절한 시기에 출시하면서 '우리들만의 놀이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르노삼성으로선 '연타석 히트작'을 발판 삼아 '재도약'이라는 희망을 가질 순 있다.
하지만 정작 경쟁차종의 저조한 판매를 빌미로 그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현재 모습은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로 비친다. 돌과 이끼·우물물밖에 없는 좁은 우물 안에 갇힌 모양새다.
특히 히트작에 가려진 르노삼성 다수 모델의 경우 현재 판매 부진을 면치 못하는 데다 전체 판매량도 그리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자만'은 일러 보인다. 르노상섬이 이제 그 우물 속에서 나와 겸손한 도전자로서 본격적으로 시장 경쟁에 뛰어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