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말바꾸기 논란'을 빚고 있다. 중앙정치권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거물 정치인이 금의환향 이후 체면이 깎이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
이에 지역 정가의 '괸당(제주식 집단문화) 정치' 때문이라는 지적과 함께 최근에는 '복합리조트 이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때문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복합리조트는 관광객을 카지노에 유치하는 것이나 숙박업은 물론 MICE 등까지 결합시키는 초대형 융합 사업 모델이다. 업체의 의향과 중앙정부의 제도적 정비, 관련 법제도 등 기반이 중요하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의 투자 의지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원 지사의 현재 행정 방침은 이런 이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협치나 민의 수렴과도 거리가 멀어 '게도 구럭도 놓치는 형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결연한 의지로 여론 수렴과 설득 병행한 싱가포르 모델과 대조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1990년대에 누리던 무역, 금융 메카로서의 위상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복합리조트에 사활을 걸었다. 상하이, 홍콩에 의해 위협받게 되자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요구되자, 정치권에서 이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카지노 도입 반대 여론에 대해 개발되는 IR의 연면적 10% 이하 비율로만 카지노를 도입하겠다는 조건을 걸고 2개 지역(마리나베이, 센토사 섬)에 대한 IR 개발을 승인해 성공신화를 이뤘다.
리센룽 총리는 지난 2005년 국회 연설에서 "두 개의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추가적으로 증가시키지 않고도 경제적 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면서 "이것은 판단의 문제이지, 계산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국가 수뇌부)는 트렌드를 보았고 변화 필요성을 느꼈다"며 "우리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지 거기에는 항상 위험이 발생한다. 반대로 우리가 추진하지 않았을 때에는 다른 도시와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더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 추진하지 않았을 때의 위험"이라며 시동을 걸었고 수익성 창출을 이뤘다.
물론 여론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거나, 정부나 정치권 주도로 견인하는 것을 가장 우수한 모델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선택의 순간에서 최종 판단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것도 정치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보면, 적어도 말바꾸기 논란에 휘말리면서 개발 찬반 양쪽에서 불만을 사는 현재의 원희룡 도정의 상황보다는 확연히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다.
◆미래비전에 어긋난다 논란…JCC는 "카지노 줘도 안 한다" 피로감
시계를 되돌려 보자. 지난해 11월17일 '제347회 제주도의회 3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김희현 도의원이 "주요 정책의 말바꾸기와 설익은 정책으로 도민들의 피로도가 크다"고 비판한 것이 대표적인 '복합리조트 철학 부재' 논란의 단면이다. 김 의원은 여러 문제를 언급했으나 특히 카지노 허가권, 더 크게는 복합리조트 산업에 대한 태도를 놓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김 의원은 "원 지사가 임기내 신규 카지노는 안 내준다고 했다가 제주형 카지노 관리모델을 내놓겠다, 국제수준의 카지노 2~3개 정도가 있어야 한다, 복합리조트 운영을 위해 최소한의 현금수입원으로 카지노가 필요하다는 등 해마다 입장을 바꾸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국제적 수준의 감독과 제주에 대한 재정기여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신규허가는 없다는 원칙은 변한 게 없다"고 반박했다.
"재정기여 기준이 만들어지면 신규허가를 내줄 것이냐"는 질문엔 "절대적으로 막는 게 아니라 전제조건으로 해놓고 검토를 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6조2000억원의 투자 계획이 잡힌 제주사상 최대 개발사업인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역시 원 지사의 일관성 없는 정책 논란을 낳고 있다.
김 의원은 "오라관광단지 사업이 '도민이 지켜야 한다고 공감대가 형성된 환경자원은 훼손하지 않는다'는 원 도정의 미래비전원칙에 위배되는 등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 행정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위원회로부터 어떤 절차를 거쳐 결정이 났다는 보고만 받을 뿐이지 그 내용에 대해 일일이 들여다볼 이유가 없다"며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이 미래비전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현재 개발사업이 심의 중인 만큼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큰 어젠다를 그리고 그에 맞춰 보는 대신 결국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혹은 절차에 따라 진행한다는 원론만 도돌이표로 답하는 상황. 이에 따라 개발 찬성파와 개발 반대파 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원희룡 도정의 전체적인 정책 방향과 원론이 무엇인지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제주신화역사공원 투자의 한 축이었던 겐팅이 철수해 버린 것도 이런 비우호적인 분위기와 정책적 혼선 기류에 제대로 사업 구상을 그리고 끌고 나가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심지어 제주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자인 제이씨씨㈜의 경우 지난해 11월 "카지노 운영은 안 하겠다. 허가권을 줘도 안 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박영조 제이씨씨 회장이 투자처와 환경파괴, 카지노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추진 조직 측에서 느끼는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한 것이라는 풀이를 낳았다.
◆미래 없다 논란에 람정과 제이씨씨 불필요한 '아우팅 강요'당해
신화역사공원 리조트 환불로 상징되는 혼선도 겐팅의 철수를 막았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자본의 변심도 어떤 식으로 지역경제에 충격을 줄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제주신화역사공원에 복합 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 개발사업을 하는 람정제주개발은 제주신화빌라스 휴양콘도미니엄의 분양 계약자를 대상으로 계약 해지 신청을 다음 달 27일 진행한다.
계약 해지 신청을 받는 이유는 일부 계약자들이 투자설명회에서 제시한 수영장과 워터파크 등 편의시설 개장이 늦어지는 부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공동 투자 기업이었던 겐팅이 이 사업에서 손을 뗀 것이 계약자들의 불만을 샀기 때문에 결국 아예 환불로 대응하기로 결단한 것이라는 풀이도 유력하게 대두된다.
겐팅은 싱가포르에서 유명한 복합리조트인 리조트월드 센토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제주도에서 빚어지는 비우호적 사업 환경과 지역의 불투명한 정책성향 문제로 빠지면서 람정이 추가적으로 대응 부담을 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다.
이같이 제주신화역사공원과 오라관광단지 관련사들이 복합리조트 중요 이슈들을 처리하는 와중에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도 있는 논쟁에 시달리고, 또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금전적 부담이나 카지노 포기 등 선언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는 데 대해 우려가 높다. 강제로 혹은 원치 않게 자기 성향을 드러내야 하는 '아우팅 강요' 내지 '비자발적 아우팅'이라는 것.
강제 아우팅은 동성애자가 비자발적 요인으로 자기 성향을 드러내게 돼 여러 피해를 받는 상황에 대한 용어로, 정치적 리스크로 강제적으로 원치 않는 상황에 각종 출혈을 당하는 비정형적 기업 부담에도 더러 사용된다.
자신의 소신에 따라 복합리조트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이나 시민단체들보다 오히려 정책적 판단에 소극적인 태도로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원희룡 도정에 대해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문제적 태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