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속된 경기불황으로 침체된 소비심리를 살린다는 명목 아래 패션업계는 지난 연말부터 연초까지 꾸준히 세일을 이어오고 있다. 연중 내내 세일을 진행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패션 상품들에 대해 '제값 주고 사면 손해'라는 의식이 팽배해진 지 오래다. 원가 대비 옷값이 너무 비싸게 책정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
실제로 패션업계에서는 원단 비용을 포함, △디자인 △마케팅 △광고 등을 고려해 상품 가격을 책정한다. 여기에 복잡한 유통구조가 '가격 뻥튀기'에 한몫을 한다. 20%가 넘어가는 판매수수료에 매장 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포함하면 제품의 판매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게 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보는 의류 제품의 가격은 원가의 3~4배가량 수준이고 고가 브랜드의 경우 최고 12배까지 가격이 뛴다. 심지어는 앞으로 세일할 것을 감안해 가격을 정하기도 한다. 세일 금액이 정상가에 가까운 경우도 다반사다.
기존 패션업체들이 너도나도 신상품을 제외한 재고 상품이나 이월 상품에만 세일을 적용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신상품까지 할인가에 판매하는 추세지만 소비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탐탁지 않다.
패션업계 한 종사자에 따르면 "신상품 중에서도 애초부터 세일 상품으로 제작하는 상품들이 있다"며 "생산 도중 제품의 하자가 발생해 출시와 동시에 세일가로 판매하기도 하고 생산 단계에서부터 기존 디자인에서 소재만 바꿔 세일용 미끼상품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의류시장에서 백화점 등 1차 유통채널에서 정상가에 판매되는 의류는 30%에 지나지 않는다. 정상가 판매 의류의 두 배 물량인 나머지 60%는 아울렛 등 최대 90%까지 할인이 적용되는 2차 유통채널에서 판매된다. 패션업계의 '거짓' 세일에 속는 소비자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현재 패션업계의 할인행사는 연중 상시화됐다. '폭탄' '파격' '마지막' 등 극단적 어조를 사용한 세일 안내문은 마치 상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손해인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며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세일은 너무 자주 해서도, 길게 해서도 좋지 않다.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어 판매를 촉진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잦고 긴 세일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반감을 불러일으켜 소비위축이라는 역효과를 내기도 하기 때문.
'스마트 컨슈머'는 더 이상 신조어가 아니다. 현명함을 무기로 장착한 소비자들은 더 이상 뻥튀기로 매겨진 가격과 허황된 세일에 목매지 않는다. 저성장 기조에 빠져든 패션업계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