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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은행 상대 집단소송 '첫 승소' RBC·동부증권은?

투자자 464명 피해구제 길 열려…남은 증권집단소송에도 이목 집중

이지숙·추민선 기자 기자  2017.01.20 15: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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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05년 '증권집단소송제'가 도입된 후 12년 만에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7부(부장판사 김경)는 20일 김모씨 등 6명이 도이치은행을 상대로 낸 85억원대 증권관련 집단소송에서 "김씨 등 대표 당사자 6명에게 총 85억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증권집단소송제는 주가조작·허위공시 등으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을 때 대표 당사자만 소송을 내 이겨도 다른 투자자들에게 효력을 미치는 소액투자자 보호 제도다. 증권 분야에만 제한적으로 도입됐다.

이번 판결에 따라 전체 ELS 투자자 494명 가운데 소송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30명을 제외한 464명이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투자자들은 2012년 3월 도이치은행이 만기조건을 충족하기 직전에 기초자산을 대량 매도해 만기수익금 지급이 무산됐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소송을 최종 허가할 때까지 4년간 재판이 미뤄졌고 지난해 10월, 11월 두 차례 재판을 연 뒤 이달 20일로 선고기일을 잡았다. 증권집단소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송허가신청이 받아들여져야 한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한국투자증권의 '한국투자증권 부자아빠 주가연계증권 제289회(한투289 ELS)' 상품에 투자했다가 만기일에 약 25%의 손실을 본 모든 투자자에게 효력이 미치게 된다.

이 상품은 국민은행 보통주와 삼성전자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으로 2007년 8월 총 198억여원어치가 팔렸다. 한국투자증권은 도이치은행에 1%가량의 수수료를 주고 운용에 따른 기초자산 가격변동 리스크 등을 이전시키는 '백투백(Back to Back) 헤지'를 설정했다.

헤지운용사인 도이치은행은 ELS 만기일인 2009년 8월26일 장 종료 시점에 기초자산인 국민은행 보통주를 저가에 대량 매도해 종가가 만기상환 기준가보다 낮아졌고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었다. 만기 상환 기준을 넘기면 연 14%대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지만 도이치뱅크의 매도로 25%의 손실을 본 것. 

도이치은행은 지난해 12월30일 파생상품 매매업 인가를 금융당국에 반납하고 완전히 손을 뗐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에도 '한국투자증권 부자아빠 주가연계증권 제289회'의 손실과 관련해 집단소송이 제기됐지만 2012년 취소된 바 있다.

한편,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증권집단소송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옛 한화증권)의 '한화스마트 주가연계증권(ELS) 제10호(원금비보장형)' 투자자들은 2012년 해당 ELS 위험 헤지를 담당한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를 상대로 "만기상환금의 지급위험을 피하기 위해 주가 조작을 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청구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ELS는 2008년 한화투자증권에서 투자자 437명에게 68억원어치를 판매한 상품이다. RBC는 기초자산인 SK 보통주 매물을 만기 기준일에 대량 매도, 종가를 하락시켰고 투자자들은 만기상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대법원의 집단소송을 허가로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동부증권 '씨모텍' 사건은 두 번째로 허가된 증권집단소송이다. '씨모텍' 사건은 지난 2011년 상장 폐지된 방송·통신장비업체 씨모텍의 주주들이 유상증자 주관사인 동부증권을 상대로 낸 증권집단소송으로 승소할 경우 피해자 전원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7일 대법원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이모씨 등 씨모텍 주주 185명이 동부증권을 상대로 낸 증권 관련 집단소송 허가신청 재항고심에서 소송을 허가한 원심 결정을 확정했다.

주주들은 2011년 1월 씨모텍이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한 보통주를 취득했으나 주가조작, 횡령 등 악재가 이어진 끝에 그해 9월 씨모텍은 코스닥에서 상장폐지 됐다. 

대법원도 집단소송 허가 결정이 옳다고 판단하면서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1부는 이씨 등이 낸 증권집단소송의 본격 심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