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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혼다코리아, 어렵게 얻은 소비자 마음 또 놓칠라

노병우 기자 기자  2017.01.20 14: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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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국내 수입차시장에서는 일본 브랜드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디젤게이트 여파로 소비자들은 신뢰가 높아진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모델로 눈을 돌렸고, 그 덕을 일본 브랜드들이 톡톡히 누린 것이다. 

무엇보다 하이브리드에 특화된 토요타와 렉서스는 마치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빠지기를 기다렸단 듯이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렉서스가 그렇다. 더욱이 토요타와 렉서스의 경우 판매량이 이원화됐지만, 둘의 판매기록을 합치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뒤를 이어 3위다. 

이에 혼다 역시 하이브리드 모델로 재미 좀 보고자 어코드 하이브리드 모델을 최근 국내에 들여왔다. 

사실 혼다는 2009년부터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다녔다. 물론, 국내시장 상륙 5년 만인 2008년에는 1만2356대(점유율 20.04%)를 판매해 수입차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등 승승장구했던 시절도 있다.

당시 혼다의 추락요인으로는 '기술적 자만과 고집에 빠졌다'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를 제때 읽지도 반응하지도 못한다'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실제로 혼다는 디젤차량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수입차시장 흐름에 대처하지 못하고 가솔린 모델만을 고집했다.

하지만 끝이 어딘지 모를 어둠의 터널을 지나던 혼다에게도 '디젤모델 주춤'이라는 기회가 왔다. 어코드를 앞세워 지난해 혼다는 2015년 대비 47.1% 증가한 6636대를 판매했다. 어코드는 전체 판매량에서 55.5%(3681대)를 차지했을 만큼 혼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혼다는 어코드 하이브리드 역시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성공할 것이라 확신했다. 혼다는 올해 국내 수입차시장에서의 전체 판매목표는 9000대로, 이 중 어코드는 4800대 정도로, 또 어코드 판매량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은 25% 정도인 1200대로 설정했다.

그러면서도 혼다는 한국 내 판매망 확대는 생각이 없음을 못 박았다.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는 전시장이나 서비스센터가 대도시 위주로만 있고, 그 수가 경쟁사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데도 혼다코리아 정우영 대표이사는 추후 혼다의 판매량이 늘어나면 생각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부진에 시달렸던 혼다에게는 '국내시장에 별다른 투자 없이 이익만을 취하려는 본사의 경영방침'이나 '국내 경영진의 방만 경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게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극심한 판매부진을 몇 년째 이어오다 이제야 숨통이 트이는 상황에서 국내기업이 아닌 외국 브랜드가 국내시장에 론칭하면서 별다른 맞춤형 전략이 없는 것이다.

소비자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걸까,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 가치를 낮게 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경쟁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행보와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혼다 역시 회사 내부적으로 성찰이나 계획, 대처방안 등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하고 있지도 모른다. 아니면 차량품질과 성능에 대한 자부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브랜드파워를 쥐락펴락하는 시대에 소비자들 피부에 와 닿는 마케팅이 없다면 또다시 찬밥신세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어렵게 찾은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다시 하락해 판매부진으로 인한 영업중단이나 철수까지 요구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