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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초일류 '복합리조트'…표류하는 '제주도'

싱가포르 카지노 이기고픈 인천·전북·부산과 상반된 '원희룡 도정'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1.20 12: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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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17년 1월x일 인천국제공항, 이날 마지막 도착편이 자정을 좀 넘겨 착륙했다. 베이징에서 날아온 888편에서 내린 싼커들은 근래 개장한 캡슐호텔로 향해 잠시 눈을 붙일 채비를 하거나, 돈이 좀 더 들더라도 택시를 이용해 서울로 급히 빠져나가는 모습이었다.

사람은 많이 돌아다니지만 이런 유동인구가 제대로 돈을 쓰지 않고 그냥 실속 없이 지나치는 입지조건을 부동산 실무에서는 '흐르는 상권'이라 부른다. 이 흐르는 상권 문제가 글로벌 허브 공항의 위용을 갖춘 인천국제공항의 가장 큰 한계다. 

사실 흐르는 상권의 문제는 밤의 상황만은 아니다. 면세점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쇼핑만 하지는 않기 때문. 즐길 거리를 좀 더 늘리고 복합적으로 갖춰주면 좋겠다는 요청이 그래서 계속되고 있다.

다음 날 아침 인천공항 인근을 살펴보니, 이런 걱정을 다소나마 더는 느낌이다. 1단계 1차 시공이 끝난 정도지만 대략 '복합리조트'의 윤곽 정도는 그려볼 수 있기 때문.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6성급 호텔, 최대 규모의 컨벤션 시설 등이 들어서기에 부족함이 없는 크기다. '파라다이스시티'라는 이름이 붙을 이 시설은 파라다이스와 일본 세가사미가 55:45로 공동지분을 갖고 투자한다.

외국에 나오면 평소와 달리 좀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안 하던 도박도 해 보고, 사치스러운 쇼핑도 한다. 하지만 만날 그렇게 여흥만 즐기지 않는 게 외국에 나온 여행자의 심리다. 여독이 절로 풀릴 것 같은 고급스럽고 편한 숙소와 맛깔스런 음식, 더 나아가 주변에 풍성한 볼거리까지 있는 복합공간을 찾는 니즈가 높아지고 있는 것.

국내 쇼핑에서 몰링족이 뜨듯, 쇼핑과 휴식·음식·컨벤션(요새는 여기서 더 확장된 MICE를 논의하기도 한다) 등까지 합쳐져 일과 관광, 향락적 소비까지 같이 즐길 수 있는 복합리조트를 바라는 여행자가 늘고 있는 것. 국내에서는 파라다이스시티가 이 문제에 적합한 첫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복합리조트, 융복합산업 '결정체'
 

인천 뿐만 아니라 전라북도와 부산 역시 복합리조트 유치를 지난해 천명한 상태다. 과거 '겜블링'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카지노 산업을 경원시하던 우리나라 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들의 태도에 변화 파도가 일기 시작한 것도 몇 년 전.

하지만 막상 외국인이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카지노 패턴을 만들어 주지 못하면 유치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바라만 봐 오던 것도 사실이다.

근래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해외 성공 사례들을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고 우리라고 저렇게 못할 게 무엇이냐는 질투를 하게 되면서다.

복합리조트 조성이 세계적인 트렌드로 뜨고 있다. 그만큼 개발 열기도 뜨겁다. 껌도 마음 편히 씹기 어려운 분위기의 엄격한 도덕률이 지배하는 도시국가 싱가포르조차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게 윙크를 보내고 있다.  

2010년 싱가포르 정부는 관광객이 급감하며 장기적인 관광산업 침체에 빠지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마리나베이샌즈(Marina Bay Sands)와 리조트 월드 센토사(Resort World at Sentosa)를 유치했다. 지하 3층, 지상 55층의 3개 동으로 구성된 호텔, 카지노, 전시 컨벤션 센터, 공연장, 쇼핑센터 등을 갖춘 마리나베이샌즈로 인해 정부는 막대한 세금을 거뒀다. 복합리조트로 개장한 리조트 월드 센토사도 카지노를 포함에 유니버설 스튜디오 테마파크, 세계적 규모의 수족관, 마린 라이프 파크로 아시아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싱가포르가 '카지노 불가 정책'을 깨고 일부 국민의 반대 속에 오픈카지노가 있는 복합리조트를 유치한 것을 두고 주변 국가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중국 관광객의 급격한 증가로 관광산업의 우위를 점해 질적 관광으로 전환하려는 싱가포르 정부의 의도가 맞아 떨어진 것.

1990년대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업체들이 성장 정체에 빠지면서 전통적 카지노 산업에서 탈피해 복합리조트를 추진하게 된 것만 봐도 이 영역의 성공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 라스베이거스의 변화는 관광과 마이스(MICE),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융합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결과다.

아시아 주변국들, 글로벌 카지노 유치 '손짓'

라스베이거스는 세계 최대 카지노 도시란 지위를 마카오로 넘긴 바 있다. 세계 카지노 매출 중 마카오 70%, 라스베이거스 30%로 역전된 지 오래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매출은 미비하다. 하지만 영광의 도시가 쇠락한다 해서, 바로 끝장이 나는 것도 아니다.

이는 미국 철강 상징 U.S.스틸이 무너진 점이나 디트로이트가 자동차 산업 쇠퇴로 바로 유령도시로 전락한 것과 전혀 다른 특수 케이스다. 호텔, 공연장, 컨벤션홀, MICE, 쇼핑, 테마파크 등 재미와 경험을 내세운 매출이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먹고 살 걱정은 안 하고 있다. 가족 단위 관광객과 목적관광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카지노 매장 면적이 전체의 1%도 안되는 MGM 리조트 '시티센터'의 경우 전체 매출 70% 이상을 카지노를 제외한 곳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싱가포르, 마카오, 말레이시아에 복합리조트를 운영 중인 미국 카지노 자본은 일본과 한국시장 진출을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오래 전부터 나온다.

아시아권에서도 미국 업체들의 진출 타진, 중국 관광객 수요 흡수를 위한 '타이밍 싸움'으로 복합리조트 이슈에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곳들이 많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대만 마쭈섬, 태국, 베트남이 앞서며 일본도 관련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이다. 마카오,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는 복합리조트 추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열풍에 일부 지자체가 선도적으로 나서고, 파라다이스 건립 임박(금년 4월) 등 긍정적 소식이 있으나 전체 기조에서 보면 본격적으로 불이 붙는 상황이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강원랜드 서베일런스팀 A씨는 "우리나라의 카지노 규제정책이 글로벌 수준으로 바뀌지 않고는 세계적 카지노 그룹들이 오기를 꺼린다"며 "카지노에 대한 과도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사회 분위기도 복합리조트 설립의 걸림돌"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허울뿐인 국제자유도시 '제주도'

제주도의 경우 복합리조트 건이 추진 동력을 잃고 있어 다각적인 재검토와 발전 방안 모색이 지역 사회와 외국 투자자, 지자체 등 사이에 허심탄회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당부가 나온다. 8월 개장을 준비하는 제주신화월드는 겐팅싱가포르와 홍콩 란딩그룹이 공동투자자다.

지난해 말 카지노그룹 겐팅싱가포르가 제주신화역사공원에서 전격 철수한 가운데 홍콩 란딩그룹이 홀로 리조트 개장을 준비하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겐팅 측은 전격적 철수 이유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한 외투기업 관계자는 "투자자를 백안시하는 일부 제주도 주민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현재 제주오라관광단지 개발을 추진하는 제이씨씨(주)도 난관에 처해 있다. 올해 착공을 목표로 동양 최대 규모의 복합리조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민단체의 무차별 의혹제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적극적 유치정책을 펼치는 타 지자체와 달리 제주도정이 복합리조트 인·허가를 앞두고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국제자유도시 제주도는 원희룡 도지사 집권 이후 중앙정부나 타 지자체와 달리 외국인 의료기관 설립, 외국인 전용카지노, 중국 관광객에 대한 부정적 사회 분위기 확산으로 철수를 고려 중인 외투기업이 늘고 있다.

바로 이 대목이 인천파라다이스시티 건물의 1차 시설 준공을 구경하면서 걱정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