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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김영란법이 바꾼 유통업계 설 풍습도

가성비 높인 실속형 제품 대거 등장…고가 바람도 '여전'

하영인·백유진 기자 기자  2017.01.19 16: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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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9일 설 대목을 맞은 백화점, 대형마트의 모습을 확인하고자 미세먼지를 뚫고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았다.

매장 곳곳에 설 선물세트 판매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을 줄지어 걸어놓아 소비자들의 시선을 끈다. 

20만원을 훌쩍 넘는 한우 등심세트부터 5만원 이하로 구성된 청과, 주류 등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군을 갖추고 있었으나 접근성 높은 매장 초입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선물세트가 주를 이룬 모습이다. 

가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김영란법의 여파가 여실히 드러났다. 대다수 제품에 최대 30%까지 행사 카드 할인이 적용, 제품 가격표에는 행사가와 정상가가 동시에 표기돼 있었다. 

판매 직원들은 "행사 카드가 있으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특히 일부 제품의 경우 1+1으로 정상가의 절반가량 할인 판매하는 제품도 있었고 7+1, 9+1 등 대량 구매 시 덤으로 얹어주는 경우도 많았다.

마트 직원은 "김영란법 때문에 5만원 이하의 선물세트를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많다 보니 5만원이 약간 넘는 선물세트의 경우 열 개 구매하면 한 개를 얹어줘 5만원을 맞출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도 선물세트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많지 않았다. 서울역이라는 위치 특성상 카트를 끌고 대량 구매를 하러 나온 직장인 몇몇만 눈에 들어왔을 뿐 대체로 상품을 구매하려는 고객보다 판매 직원들이 더 많은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애초부터 주력 상품 중에 5만원 이상 선물세트가 없는데도 매장에서는 파리만 날리는 상황"이라고 언급하면서도 "선물세트는 설 직전에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주말이 지나봐야 제대로 된 판매량을 집계할 수 있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대다수 유통업체가 5만원 미만의 수입선물세트를 선보이는 가운데 이마트는 이에 맞서 지역특산물 출시에 앞장섰다. 지역 특화된 고급 한우 수요도 충분히 있다고 판단, 다양한 지역 한우를 비롯해 다채로운 세트 구성을 자랑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5만원 아래로 부담을 낮춘 선물 비중을 90%로 늘렸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인 점을 고려, 5만원 미만 선물세트 총 2000여종을 마련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역시 백화점의 특성을 반영하듯 가격대가 높았다. 다만 호객 행위에 혈안이 된 매장 직원들은 저마다 "세일 더 해드려요"라는 말을 내뱉었다. 가격을 낮춰서라도 판매량을 높여 실적을 늘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롯데백화점 판매직원 A씨는 "본사에서 특정 제품들을 특판 상품으로 정해서 그 제품들은 한정량만 세일가로 판매한다"며 "이 경우 정상가 대비 15~20%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마찬가지였다. 백화점 지하 1층에 마련된 설 선물세트 판매대에는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없이 판매 직원들만 가득했다. 선물세트 배송 신청을 위해 마련된 공간 역시 이용 고객보다 접수 직원의 수가 더 많았다.

선물세트의 가격대는 김영란법의 여파를 피해간 듯한 모양새다. 100만원이 넘어가는 한우세트부터 수십만원대의 청과, 건강기능식품로 가득해 5만원 이하의 선물세트는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역시 지리적 특성상 요동인구가 많았지만, 대체적으로 설 선물세트 판매대는 한가한 분위기다. 5만원에서 150만원에 달하는 굴비 세트가 눈길을 끈다. 5만원 세트는 따로 매대에 견본품을 올리지 않아 문의가 필요하다.

현대백화점에서는 설 선물세트 판매가 예년보다 부진하자 마진을 줄이기로 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설 선물세트 본판매 실적은 전년대비 9.3% 떨어졌다. 

특히 △한우(-13.3%) △굴비(-12.1%) △청과(-11.6%) 등 대표적인 토종 상품들이 판매가 주춤하면서 뒷걸음질 친 상황. 

이에 총 81개 국산 선물세트를 기존 판매가격보다 5~30%까지 가격을 인하, 판매에 나섰다. 

회사 업무상 설 선물세트를 사러 왔다는 한솔이씨(가명·26)는 "지난해 설보다는 확실히 다양한 가격대와 여러 제품군을 선보이는 것 같다"며 "여전히 비싼 가격대가 많긴 하지만, 잘 살펴보면 실속형 제품도 간간이 눈에 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