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인 기자 기자 2017.01.18 17:01:18
[프라임경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칼날이 박근혜 대통령 등의 뇌물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대기업 총수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사면과 관련해 '심증'이 뚜렷한 최태원 SK 회장이 특검의 최대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올해 사업 방향에 있어 공격적 투자를 예고한 SK 계열사들은 점점 확대되는 오너 리스크에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최 회장은 수백억원대 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4년형을 받고 복역하다가 지난 2015년 8·15 특별사면 때 풀려났다. 동시에 복권도 인정받아 바로 경영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사면에 대해 청탁을 받았다고 인정한 데 이어 김창근 전 SK이노베이션 회장(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이 공개되는 등 최 회장이 특검의 다음 수사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올해 들어 11조원 이상의 '최대 투자'를 예고한 SK그룹 계열사들에도 불확실한 분위기가 더욱 짙어지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지난해 거둔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계획하던 해외 인수합병(M&A) 및 신사업 투자에 제동이 걸릴까 우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지난해 호실적 바탕 '대규모 투자' 계획
김준 SK이노베이션 신임 사장은 화학·석유개발, 배터리 사업 등 계열사 사업에 3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신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화학 및 석유개발 사업 분야에서 국내외 인수합병(M&A) 및 지분인수 등을 추진하고 배터리 사업 확대 등 신사업 투자를 계속 늘리겠다는 안건이 포함됐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활발한 해외진출을 추진 중이다. 자원개발 부문인 E&P 사업 본사 및 핵심인력을 미국 휴스턴으로 옮겼다. 미국 내 셰일가스 생산 광구에 대한 추가 인수를 추진하며 북미권에서의 석유사업 확장을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자회사들의 M&A 역시 구상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석유화학업체 상하이세코에 대한 지분 인수에 대한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공시를 통해 "중국기업 인수를 포함한 다양한 사업 기회를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응대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특히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을 도입해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들과의 합작을 통한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일본 JX에너지와 합작한 울산 파라자일렌 공장 및 사우디아라비아 사빅이 참여한 넥슬렌 합작사업 등이 그 결실이다.
중국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과 합작으로 설립한 중한석화는 지난 2014년부터 상업생산을 가동해 연 4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내며 성공적인 해외진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올해 SK종합화학이 글로벌 사업 전략을 총괄하는 글로벌마케팅본부를 중국에 신설한 것 역시 이 같은 해외 진출 성공모델을 모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최태원 회장 특검 리스크·법안 개정 발의 '앞길 캄캄'
그러나 최 회장에 대한 특검의 수사망이 점점 조여드는 상황인 터라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외 진출에 강한 의지를 보인 최 회장의 경영 활동에 차질이 생길 경우 SK이노베이션의 사업 전반이 방어 지향적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특히 SK이노베이션 계열 사업의 해외 진출을 직접 신경 쓰며 많은 공을 들였다"며 "경영에 복귀한 이후 투자 규모가 배 이상 늘어난 만큼 역으로 최 회장이 없다면 사업 분위기도 보수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더해 지난 16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외국인투자촉진법(이하 외촉법)' 개정안 역시도 SK이노베이션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박 의원은 "최순실이 개입한 맞춤형 재벌 민원해결법인 외촉법 환원을 위한 재벌개혁 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제언했다.
지난 2014년 1월 국회를 통과한 외촉법은 재벌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고자 증손자 회사 설립 시 지주사가 100% 출자하는 기존 내용을 외국인이 50% 출자해 주식을 소유할 수 있도록 수정됐다. 이번 개정안은 이 내용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린다는 취지다.
최근 최순실 관련 의혹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해당 개정안도 최씨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를 원상복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긴 것.
이 법안을 이용해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으로 외국기업들과 합작을 벌여온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곤란한 상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4년 외촉법이 개정될 때에도 일부 대기업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법안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다"며 "만약 해당 법안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SK계열사들은 지배구조 개편 등 다른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