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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고 팔팔한' 남자다움 뽐내더니…이제는 '해피드럭'

[발기부전 치료제 고찰②] 삶의 질 높이는 의약품으로 남성 넘어 여성까지 확대

백유진 기자 기자  2017.01.18 1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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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12년 5월 화이자 '비아그라'와 2015년 9월 릴리 '시알리스'의 특허가 종료되며 이른바 발기부전 치료제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성분과 효과가 유사한 복제약이 시장에 쏟아지자 제약사들은 차별화를 위해 '작명센스'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구매하려는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강력한 네이밍을 위해 제약사들은 머리를 싸맸다.

◆"누가 더 자극적인가" 이름 마케팅에 사활 건 제약사들

일부 제약사의 경우 보다 획기적인 제품명을 짓기 위해 사내 공모를 실시하기도 했다. 종근당의 '야일라'가 그 결과물 중 하나다. '야 일어나'와 발음이 유사해 특정 행위를 지칭하는 의미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 야일라는 동서양의 경계지역인 크리미아 반도에 위치한 '야일라' 산의 지명'을 따서 만들었다.

특히 발기부전 치료제 이름 공모전에서는 다른 연령대보다 20대 젊은 여성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다는 것이 업계의 속설이다.

경쟁이 치열한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너도 나도 독특한 이름들을 내놓은 결과 △한미약품의 '팔팔' '구구' △종근당의 '센돔' '야일라' △동아ST '자이데나' △대웅제약 '누리그라' △동구 바이오 '자이그라' 등 외설적인 이름의 의약품들이 탄생했다.

심지어 일동제약은 사명에 일어서다(起立)는 뜻을 결합한 '일동기립'이라는 복제약을 선보이려 했으나 지나치게 노골적이라는 지적에 '토네이드'로 이름을 바꾸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별로 내놓은 의약품 이름을 곱씹어보면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이름이 많다"며 "발기부전 치료제의 경우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고 경쟁이 치열해 '이름 마케팅'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제언했다.

덧붙여 "발기부전 치료제의 주 사용자인 40~50대 중년 남성들에게 친근하면서 기억하기 쉽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남성성을 강조하면서도 임팩트있는 이름을 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에까지 확대되는 해피드럭 '삶을 더 행복하게'

이러한 발기부전 치료제는 대표적인 '해피드럭(Happy Drug)'이다. 해피드럭이란 병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즐거움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의약품이다. 발기부전을 비롯해 탈모, 비만, 흡연 등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증상을 개선해주는 약제를 포괄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해피드럭이 남성 중심에서 여성으로까지 초점이 옮겨가는 추세다. 비만치료제나 피임약 등이 대표적인 여성용 해피드럭이다.

나아가 남성들을 위한 전유물로 여겨졌던 성기능개선제에도 여성용이 등장했다. 지난 2015년 미국에서는 '핑크 비아그라'라고 불리는 여성 성욕저하 장애치료제 '애디'가 출시돼 화제를 모았다. 미국 사회에서 최초로 남성 중심이었던 성기능 장애에 대한 연구가 여성에게까지 확대된 것.

여성 성기능장애의 경우 △저성욕증 △흥분장애 △극치감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남성과는 유형이 달라 기존 남성용 성기능 개선제를 처방받아도 여성은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남성용 성기능 개선제의 경우 혈관확장 등을 통해 신체적인 부분을 개선시키는 것이라 여성은 효과를 볼 수 없다"며 "여성용 성기능 개선제는 사실상 '저성욕증 치료제'로 심리적인 부분을 개선해주는 약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도 빠르면 2019년에 여성용 성기능개선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지난 2013년 국내 성인 여성 9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46.1%가 성기능 장애를 겪고 있었다. 이에 종근당은 미국 제약사 에스원바이오파마와 여성 저성욕증 치료제 국내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 현재 개발 중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해피드럭 시장은 여성 성기능개선제를 비롯해 월경전증후군 치료제, 갱년기 치료제 등 여성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점차 높아지면서 시장도 변화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